전부 끝이다. 이제 소년에게 남은 방법은 죽음 뿐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소년은 마음이 너무나도 타들어갈 것 같이 괴로우면서도, 운명으로부터 도망칠 힘 조차도 없었기에 조용히 의자위에 올라섰다.

소년은 전등 위에 어설프게 매듭지어진 멀티탭의 선으로 완성되어있는 자신을 위한 교수대를 말없이 쳐다봤다.

자신의 목을 겨우 집어넣을 수 있을만한 그 조그마한 고리의 너머를 쳐다보는 소년의 눈에는 유일한 도망길이자 드디어 고통스러운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미래가 비치고 있었다.

근래 좀처럼 웃지 못했던 소년은 그 광경에 실실 웃음을 지었다. 저 자그마한 고리 너머를 지나면 드디어 자신도 이 끔찍한 삶과 이별할 텐데 어찌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부들부들 떨며 힘없이 웃던 소년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듯 자유로 향하는 문을 덥석하고 끌어당겼다.

기분이 이상했다. 이제 이 고리 너머로 목을 집어넣고 뛰어내리기만 하면 그렇게 고대하던 자유를 얻는 것인데, 웃음이라고는 없던 삶에 오랜만에 이렇게 웃고 즐거워하고 있는데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게다가 몸이 사시나무 떨듯 흔들리고 크게 겁먹은 듯 목이 바짝바짝 타고 온몸의 근육이 쪼그라들어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진짜로 죽는다니 두려운걸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는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두려웠다. 미래도 없고 행복도 없는 이 삶을 단순히 이 몸에 피가 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어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 생각을 확고히 하자, 소년의 마음속에는 좀처럼 생겨나지 않던 의지와 용기가 솟아오르는 듯 했다. 삶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겨우 자신의 꿈을 이룰 기회와 힘을 얻은 소년은 자신의 목에 고리를 걸었다.

후 --- 하고 들숨 한번. 그리고 날숨 다시 한번을 내쉬었다. 이것이 마지막 호흡이 될 것을 실감하며, 소년은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년은 미래를 향해 당당하고 용기있는 한걸음을 내딛었다.

위대한 한걸음과 함께 덜컥 하고 목에 걸려든 전선이 소년을 죽이려들자, 그의 생물로써의 본능이 되살아나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교수대는 그런 필사적인 몸부림을 보고 살인을 멈출 동정심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전선은 버둥거릴때마다 더 강하게 그의 목을 졸랐고 얼마 안 있어 소년은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추욱하고 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