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과 흰색이 번갈아가며 머리를 꾸몄다.
체스판처럼 흑백이 번갈아 칠해진 반곱슬의 머리는 창백하지만 온화한 피부와 비슷하게 맞춘 것 같았다.

피곤한 듯 퀭한 다크써클이 짙게 생긴 눈은 붉은 눈동자를 보이며 수시로 움직이는 눈동자는 지금 불안하다는 걸 말하는 듯 했다.

그에 비해 심호흡은 안정적이었다.
작게 다문 입술을 움찔거리며 주저하는 모습은 입술에 달린 피어싱의 움직임만으로도 알수 있었고 입술에 달린 피어싱과 체인으로 연결된 귀걸이는 입술의 움직임에 맞춰 조금씩 움직었다.

손, 불안한듯이 꼼지락 거리는 두 손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이 상황이 불편한듯 가만히 있지 못했다.

몸, 조금씩 떨며 눈치를 보는 모습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길래 온건지 고민하는 모습이었고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잘못한게 있어서 불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움직임이었다.

아쉽지만 내가 그녀를 부른 이유는 그러한게 아니였다.

그저 그녀를 관찰하며 망상을 하기 위해 불러낸 것이고 그녀 또한 내 바람대로 움직였다.

"흠..."

"히익...! 왜... 왜 그러세요?"

내가 턱을 괴며 한숨을 쉬자 그녀는 기겁하며 나에게 물었다.

그녀는 잘못한게 없는데도 말이다.

"아... 별거 아닙니다. 그저 원하는 그림이 안나와서요."

"저... 저는 진짜 아무런 잘못한게 없는데 이만 보내주시면 안될까요?"

나는 슬그머니 일어서는 여자를 올려다봤다.
그녀는 나와 시선을 맞추더니 다시 자리에 앉아 울먹이기 시작했다.

원하는 게 안나와서 아쉽지만 보내줄 생각이었는데....

그러나 울고있는 여자를 보니 좋은 망상이 떠올랐고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드디어 찾았다."

"뭘 찾아요...?"

"한가지만 물어봅시다. 당신이 고통을 느낀다면 어디에서 느껴졌으면 합니까?"

"네...? 그게 무슨 소리세요...?"

"말 그대로입니다. 어디가 아팠으면 좋겠어요?"

"몰라요... 이제 저를 그냥 보내주시면 안돼요?"

울먹이는 목소리, 덜덜 떠는 두손, 심하게 떨리는 피어싱과 체인소리...

내가 생각한 망상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이 낡아빠진 곳에서 살아남기에 충분한 사람이다. 나 대신 또 다른 망상하기에 적당한 사람이다. 또 누군가를 잡아두기에 좋은 사람이고 나의 뒤를 이어줄 사람이며 나를 벗어나게 해줄 사람, 나를 구해줄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다.

"똑바로 말해요. 어디가 아팠으면 좋겠어요?"

"살려... 살려주세요... 저는 그냥 나가면 안될까요?"

"바른대로 말해. 어서! 살고싶으면 말하라고!!"

불안하다. 여기서 더 엇나가면 나를 대신 할수 없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내가 몇명의 사람들을 놓치고 아쉬워했는데 여기서 더 놓칠수 없다. 그러니 어서 말해 어서 말해야 산다. 그러니 어서 어디를 찔렀으면 좋을 지 말해줘야 내가 산다. 그러니까 어서 말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바닥에 놓인 칼을 집고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빨리! 빨리 어디가 아프면 좋을지 말하라고!"

"히익...! 누... 눈이요! 눈!"

"눈? 좋았어. 눈이지? 눈이야? 후회하지마."

그리고 나는 내 오른쪽 눈을 찔렀다.

내게 들리는 비명,그리고 오래된 구원과 새로운 탄생을 위하여...

.
.
.

나는 친구랑 하교를 하고 있었다.

이 더운 여름에 방학식을 마치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며 걸어가던 길이었다.

"야, 너 그거 알아? 요새 이상한 여자가 돌아다닌데."

"아... 그거? 들어본적 있어. 옆반에 누구 겪어봤다고 하지 않았냐?"

"그치. 그래서 내가 말하는거 아니야 임마."

자신을 체스라고 말하며 어느 낡은 장소로 데려가 몇 분간 바라보기만 하다 돈을 주고 보내준다는 여자의 이야기는 요새 아이들에게 떠돌아다니는 괴담이다.

왜냐하면 그 여자에게서 느껴지는 기묘한 기운때문인데 살아있는 것 같지만 죽은 느낌의 마치 좀비같은 느낌이 난다고 한다.

물론 아직 본적은 없지만 무서운걸 싫어하는 나로서는 절대로 만나기 싫은 사람이다.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이야기나 만나본 애들 말로는 사람은 맞다고 하는 것 같다.

가슴을 만져본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그걸 어떻게 만질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 걔 말로는 가슴이 되게 크고 예뻐서 각 보인다고는 하는데 죽은 사람 느낌이면 별로겠지?"

"넌 뇌가 거기에 달렸냐? 각은 뭔 각이야... 나는 그냥 그런 사람 보면 바로 도망가고싶을텐데."

"그른가? 아 몰라~ 있다면 있는 거겠지."

친구와 대화를 하다 갈림길에서 헤어지고 나는 혼자 걸어가는데 혼자 불이 깜빡 거리는 가로등 앞에 어떤 여자가 서있었다.

머리가 흑백으로 번갈아가며 있었고 안대를 끼고 있는 여자는 마치 죽은 사람처럼 이상한 인상을 주었고 나는 마저 걷는 걸 멈추고 여자를 바라봤다.

그때 거기에 서있던 여자도 나를 본듯 내게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오른쪽 눈이 안좋은 듯 검은 장미로 디자인된 안대를 끼고 있던 여자는 나를 물끄럼히 바라보다 웃으면서 뒷짐을 진채로 말했다.

"드디어 찾았다."

뭘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여자는 내 양팔을 잡고 나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저기, 어디가 아팠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