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여름날이 으레 그러하듯 그 날의 예루살렘도 덥고 버석였다. 태양이 머리 위에 올라 찌를 듯한 열기를 뿜어냈다. 평소의 예루살렘이었다면 시민들은 거리에 물이라도 뿌려 더위를 식히려 했겠으나, 오늘의 바닥을 적신 것은 더운 김을 뿜는 사람의 피였다.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불은 성 안에 숨막히는 열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한 달에 걸친 공성전 끝에 십자군의 손아귀에 떨어진 도시는 교황이 말하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니었다. 언듯 보기에도 크게 상황이 좋아보이지 않았으나ㅡ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눈 앞에 술과 고기, 돈과 여자가 있었거늘.


목이 꿰뚫려 절명한 어미의 젖을 빨다 지친 아기는 길바닥을 기어다니다 이내 육편으로 화하였다. 철갑을 말까지 두른 기사들이 총독궁으로 가장 먼저 가기 위하여 좁은 거리를 달렸던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신성한 아잔이 울리던 모스크와 경건한 찬송이 들리던 교회는 짐승 새끼들의 신음소리로 뒤덮였다. 시장통에서는 한 손에 어린아이들을 묶은 줄을 든 이들이 눈에 띄였다. 어리둥절한, 혹은 아무것도 모르고 까르르 웃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병사의 표정은 소나 돼지를 팔아넘기는 상인의 그것이었다. 골목에서는 남자들의 비명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를 베어넘기는 병사들의 얼굴은 역설적으로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다. 언제 어디서 매복이 나올지 모른다는 환상 속에 갇힌 이들은 무릎을 꿇고 자비를 청하는 사람들을 찔러대었다.


타오르는 성전과 잿더미로 변한 신도들을 보며 늙은 이맘이 외쳤다.


그대들은 어찌하여 예언자 예수가 승천한 이곳에서 소란을 일으키는가? 예수는 이웃을 사랑하라 가르치지 않던가? 그대들은 어찌 예수의 가르침을 어기는가?


가슴에 커다란 십자가를 품은 기사가 무심하게 검을 내지르며 말했다.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Deus Vult).


아아, 이곳에 신은 어디에 있는가. 가슴이 갈라져 죽어가는 이맘은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이교도를 제거해 성지를 '정화'한다는 명분 아래 검을 사정없이 내리친 기사는 다음 목표를 찾아나섰다.


저들의 신과 이들의 신은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