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생제육력대회가 지역예선부터 204강전 토너먼트를 거쳐 4강전 리그전에 이르기까지 몇 달이 소요되었다. 그 결과 4강전 리그에서의 현재 전적은 다음과 같다. 김초은 2승 무패, 추강찬 1승 1패, 주연재 2승 1패, 조정수 무승 3패.
그리고 현재 남은 대회는 딱 하나, 추강찬과 김초은이 붙는 4강전 6차전이었다. 이번 4강전 6차전의 결과에 따라 김초은이 우승할지 아니면 연장전에 돌입할 지가 정해지는 것이었다.
이 4강전 6차전은 공교롭게도 전국학생마법대회의 마지막 대회였다. 추강찬이 이겼을 때 연장전을 바로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전국학생제육력대회 4강전의 마지막 경기를 시작합니다. 이번 경기는 인천광역시 중구의 김초은 양과 전라북도 남원시의 추강찬 군의 경기입니다."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그다지 기다리고 싶지 않은, 그리고 반드시 마주해야 할 사회자의 전언이 울려퍼지자 추강찬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럼 주제를 공개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주제 공개 순서를 진행했다. 추강찬은 관중석을 바라보았다. 마지막 날이고 바로 폐막힉이 진행되는 만큼 관객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주제는 부종완화입니다."
전광판에 주제가 요란하게 떴다. 관중석 중 특별석에서는 주연재가 응원하고 있었다. 연장전을 한다면 바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였다. 추강찬이 뭔가 마음 속에서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럼 특별 주제를 공개합니다."
관중석에는 박태오와 임경빈과 조정수가 앉아있었다. 모두 웃어보이면서 성원하고 있었다. 추강찬은 그들을 향해 살짝 미소지었다. 한편 전청아도 그곳에 앉아있었다. 그녀를 보자 추강찬은 바로 표정을 싹 지우고 정색하였다.
"특별주제는 '고기를 수박에 재우기'입니다!"
이번 6차전은 무조건 수박을 집어넣어야 하는 응용경기였다. 수박 제육볶음은 아는 사람들만 아는 레시피로, 그다지 메이저한 제육력이 아니어서 이번에는 지식을 요구하는 경기라고 봐도 됐다.

"그러면 지금부터 경기를 시작합니다!"
전광판에 큼직하게 뜬 타이머가 째깍째깍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한시간 60분. 추강찬은 머릿속에 사용가능한 재료들에 대한 정보를 뽑아내고 수박 제육볶음을 어떻게 만드는 지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먼저 수박에 있는 부종 완화 효능을 꺼나야 했다. 해당 성분은 시트룰린과 아르기닌과 비타민A. 그래서 주문을 외워주었다.
"케르도 아치브 와트멜 시트룰린 하그 아르기닌 하그 바이타민A"
그리고 수박의 흰 부분까지 포함해 총 200g의 수박을 믹서기에 넣고 갈아주었다. 제육력 마법을 건 후 갈아버림으로서 효능이 날아가는 것을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돼지고기 앞다리살에 제육력을 걸어 기본적으로만 활성화시켰다.
"케르도 아치브 포르크 베이스"
그 다음 수박 간 것에 앞다리살을 넣고 20분 동안 재워주면 된다. 그 다음은 양념을 만든다. 고춧가루, 다진마늘, 간장 등의 재료들을 섞어준다. 이 때 기본성분을 활성화시켜준다. 그리고 이것을 30분동안 재워준다.
그리고 양파와 대파를 서로 활성화시켜준 다음 미리 손질을 해준다. 단맛을 내줄 양파는 얇게 채썰고, 향을 낼 대파는 동강동강 자른 후 길게 이등분한다.

그러면 고기가 다 재워질 때 까지 대략 10분이 남게 된다. 이 때 부종에 좋다는 바나나, 호박, 콩, 다시마, 팥을 꺼내준다. 이것들을 손질하기 전에 해당 재료들의 부종완화 성분들을 활성화시켜주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에 다른 대회에서 하던 대로 활성화시켜주면 고기가 다 재워질 때까지 아주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므로 하나하나 2~3분 정도 소요해서 정밀활성화를 시켜주었다. 고기를 재울 때는 이런 점을 써야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케르도 아치브 빈 아스파르틱아시드 카프아치브"
체내 독소를 배출해주는 콩의 아스파라긴산을 시작으로 다른 재료들까지 정밀활성화를 실시했다. 상태창이 뜨고 붉은 실이 움직이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이번에는 실패해도 만회할 시간이 매우 충분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다룰 수 있었다.

모든 재료들의 활성화가 끝나고 이제 조리해줄 차례가 왔다. 설탕 한 숟가락을 프라이팬에 돌려서 불맛을 내주고 그 위에 수박에 재운 고기를 투하하여 센불에 볶아준다. 그 다음 양파를 넣고 볶아준 후 가운데를 비워서 양념장을 넣고 볶아준다. 그리고 대파와 함께 정밀 활성화를 해주었던 재료 5개를 볶아준다. 이 과정은 모두 센불로 한다. 그 다음 접시에 플레이팅하면 끝.
이 쯤 되자 김초은도 이미 끝나있었다. 추강찬은 바로 종을 쳐서 요리의 마무리를 알렸다. 요리가 마법으로 저절로 심사위원에게 보내졌다. 추강찬은 성공적인 조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상대가 상대인지라 몹시 긴장했다.

심사위원들의 심사는 오랫동안 이루어졌다. 두 사람의 결과물이 모두 훌륭하다는 데 아무런 이견이 없었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정밀 측정기로 재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드디어 사회자에게 카드가 날아왔다. 추강찬이 속으로 기도하며 침을 꼴깍 삼켰다. 마도서대로라면 火 속성인 추강찬이 金 속성인 김초은을 이기는 것이 순리였다.
사회자가 열심히 운을 떼면서 본론인 결과 발표를 미루었다. 전국학생마법대회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은 이해가 갔지만 추강찬과 관중들의 애는 갈수록 타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결과가 나왔다.
"이번 경기는... 전라북도 남원시 추강찬 군의 승리입니다!"
추강찬의 얼굴이 급속도로 밝아졌다. 추강찬을 응원하던 사람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그에 반해 김초은은 표정이 살짝 굳어졌지만 아직 연장전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괜찮아보이는 눈치였다.

사회자가 말했다.
"그러면 전국학생제육력대회는 추강찬, 김초은, 주연재 선수가 모두 2승 1패를 기록했기 때문에 해당 선수들 간의 연장전을 진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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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모티브

이제 2화 남았군요. 나머지 화들은 수능시험 님의 요청에 따라 8월 10일 토요일에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