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또 꿈을 꿨다.

그 곳은 문틈 새로 들어오는 빛조차도 없는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이었고, 어떤 물체도 반사되지 않았다.

 

움직여도 움직이는지 몰랐다. 그러니까, 그 공간은 눈이 어떤 쓸모도 없는 암실이었다.

 

나는 그 곳에서 소리를 들었다. 혀를 굴리고, 입을 오므리고, 혀뿌리를 천창과 맞닿게 하여 내는 사람들의 온갖 쉭쉭거리고 웅웅거리는 소리.

 

분명 사람들이 한 말에는 어떠한 뜻도 없었으며, 어떠한 구조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었으나. 나에게 섬뜩함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로움을 주었다.

 

화장실에서 샤워기로 땀을 씻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어떤 이유로 그 꿈이 자꾸 한밤중에 나를 덮쳐오는지.

 

처음에는 짐작 가는 바가 없었으나 잊고 있었던 그 일을 떠올린 뒤로 그것 때문이었나 하며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요즘 들어 꿈을 꾸는 빈도가 점점 잦아지면서 자꾸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는데, 바로 그 꿈을 꾸고 난 뒤에는 얼마 동안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말을 배우지 않은, 야생에서 태어난 사람처럼그리고 예전의 그 날의 일처럼,혀와 입술과 목구멍으로 어떠한 자음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다만 같은 간섭받지 않는 모음만이 나올 뿐이었다.

 

옷을 입고 난 뒤에는 조용히 가방을 챙겨 집을 빠져 나왔다.

 

지금은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아침으로, 어슴푸레하게 하늘색의 아침 햇빛이 떠오를 듯 한 시간이었으나 세상을 완전히 밝힐 정도로 빛이 강력하진 않아서, 주황색의 백열전구 같은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

 

학교에 들어서면 복도의 조명은 아직 켜져 있지가 않고 어두웠으며, 나는 열리지 않은 교실의 자물쇠를 열쇠로 힘껏 돌려 열었다.

 

나는 히터와 형광등을 켜고 자리에 앉아 두꺼운 국어 교과서를 폈다. 잠이 왔으나 자면 그런 꿈을 꿀까 두려웠기 때문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수록된 문학작품들을 졸아 가며 읽었다.

 

*

해가 뜨고 하늘이 밝아지자 아이들이 점차 자리를 채웠다. 나는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고 조례를 받은 다음에, 따뜻한 히터바람을 맞으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일어났을 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교실은 분명 밝은 형광등이 4열 씩, 1열마다 6개의 형광등이 공간을 환히 밝히고 있었음에도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처럼 어둡게 느껴졌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상하게 보였다. 마치, 꿈에서 쉭쉭대던 그 형체 없는 말 못하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가슴이 갑갑해지고 흉통이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고통이었다. 나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가 잠깐 동안 심호흡을 했다.

 

심호흡을 하는 동안 온 몸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교실로 돌아오니 아이들이 모두 어떤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나처럼.

 

분명 이것은, 내가 꿨던 꿈이었다.

 

지독하게 반복되어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던 꿈이었다.

 

왜 이러는 걸까, 왜 이렇게 보이지, 왜지? 내가 정말 미친 걸까.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2.바람

 

*

이건 꿈이 아니야

 

네가 겪었어.

 

기억나?

 

너를 둘러싼 것들은 사실

 

사람이 아니야.

 

너는 놀라서 누워있던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 했다.

 

대신 너는 앉아 상황을 인지하려고 노력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너는 지금 구급차 안에 있고, 근처 응급실로 이송되는 중이다.

 

에는 엄마가 앉아서 안심한 얼굴로 너를 쳐다보신다.

 

너는 그 자리에 다시 누워 눈을 감는다.

 

그리고 오랜만에 꿈을 꾸지 않고 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