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1장

격변

 

 

매일 아침, 저 끊임없는 눈을 보면 옛 날들이 생각난다.

내가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을 때, 기술의 발전은 정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수많은 천재들이 나서서 완벽의 획을 그리며, 세상은 그저 상상에 불과하던 이상향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일단 발이 딛는 곳엔 고층빌딩이 세워져 있었고, 시설이 모두 자동화가 되어있었다. 일은 훌륭하게 분배되었고, 빈과 부의 격차는 점점 좁아졌다. 심지어 화성으로 유인우주선을 보낼 정도였다! 그러나 그저 기술만 좋아지면 되겠는가? 당시 우리는 유일하게 발전시키지 못한 것이 있었다. 우리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것. 너무나 민감하고 취약해서, 잘못 했다간 일순간 통제가 가능하지 못한 것. 너무나 원시적인 나머지, 지금의 상황을 초례할 정도로, 치명적이나 중요한 것. 모두가 이것을 발전시키려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아니, 애초에 가능성이 없었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필연적이었을 지도 모른다.

우리의 과거는, 점점 좁혀오는 벽과 같다. 떠올릴수록 더욱 괴롭고, 고통스럽다. 공들여 지은 탑을 자신의 손으로 넘어뜨린 것 같다. 그때로부터의 공허함, 후회, 그리고 분노에 물들인 감정으로, 내리는 눈송이를 셀뿐이다.

누군가 말한 것이 기억난다. 인간이 자연의 최상위 종이라고. 가장 지적이며, 가장 행동적이라고. 난 아니라고 하고 싶다. 자기 자신 하나 단련 못하고, 그 오랜 진화 끝에 자멸하는 이들이 어떻게 가장 지적이라는 것인가?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무기를 만드는 것이 어떻게 가장 행동적이라는 것인가? 방금 전의 발전 얘길 다시 해보자. 그래, 우리의 삶은 더욱 편해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기도 우리의 기술이라는 것도 염려했어야 했다. 모두가 하나가 되려 하는 동시에 서로를 죽이는 꼴이라니, 우리는 한결같은 모순덩어리들이었다.

진화의 정점에 서자마자, 사건이 터졌다. 그 당시의 강력한 무기가, 겨우 법이라는 추상적인 것으로 견제되던 그 무기가, 결국 폭발했다. 뒤로 가는 첫걸음을 내딛으며, 강철의 업적은 모두 영점으로 돌아가고, 많디 많던 개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 뒤, 산의 밑바닥으로 뒹굴고 나서야 그 격변은 멈췄다. 아마 그때부터 이 끝없는 겨울이 찾아온 것 같다.

나의 옛 고향, 계절과 활기로 색이 넘쳐나는 내 고향의 이름은, 이제 312-A가 되었다. 어떻게 그 어여쁜 이름은 어디가고, 저 딱딱한, 차가운 이름만 남을 수 있는 것인가. 이 땅을 계속 밟고 있어야 한다는 게 부끄럽다. 더욱 끔찍했던 것은 저 A의 의미였다. 아마 비밀로 부쳐져 있겠지만, 모두가 죽고 나서 읽을 이 회고록엔 적어도 될 것 같다.

312-C의 전령이, 자기 구역의 시민이 이 A, 또는 C의 의미를 ‘위험도’라고 알고 있다고 했다. 우리 둘은 그 뒤 한바탕 웃었다. 정말 그 얘기대로였다면 좋겠다만. 아마 그게 상징하는 것이 ‘침공 우선순위’라는 사실을 퍼뜨리면, 우리도 저들도 발칵 뒤집어지겠지.

 

나의 고향은 탄피와 낙진으로 더럽혀졌다. 이제 격변의 후폭풍을 정면에서 맞으며, 하루를 또 보낸다. 이 타다가 만 오두막에서, 집과 가족을 잃은 이들의 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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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바쁩니다. 으흠으흠

남는 시간 틈틈히 설정 짜면서 노력중이에요!

아마 열 몇 편씩 되어야 끝날 듯 싶은데..

다 쓸 수 있을지 걱정뿐이네요 ㅠㅠㅠㅠ

 

하튼,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