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벌떡, 몸을 일으켰다.
 방금까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는데, 여긴...

 "으아아, 시끄러워! 뭐하는거야!"

 "하하하하, 뭐긴 보면 몰라? 장난이지"

 칠판 앞에 서있는 학생과 그에 소리치는 학생.
 학생이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수군대고 있었다.
 아직 머리가 제대로 일을 하지않는지 멍한 정신으로 두리번거리자 방금 전에 소리치던 내 앞에 선다.

 "오, 일어났냐? 어제 잠 안 잤어? 1교시랑 2교시 그냥 날로 주무시던데?"

 1교시, 2교시?
 아, 맞아.
 횡단보도를 걷기 전까진 분명 교실이었는데 어째선지 횡단보도를 걷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상황.

 "뭐, 일단은 숙제를 해볼까나"

 "응? 숙제있었던가?"

 내 혼잣말에 리군이 대답한다.
 그러고보면 리군이 왜 리군인지부터 물어봐야겠다.

 "리군말야. 진짜 이름은 뭐더라?"

 "진짜 이름?"

 내 말에 리군이 이상한 듯 물어본다.

 "별명말고, 진짜 이름 말이야. 내 이름도 원래 신수열이잖아?"

 내가 나의 이름을 입에 담자, 리군이 웃는다.
 그래, 웃었다.
 그 웃음은 너무나도 즐거워보여서 오히려 불쾌할 정도로.

 "뭐야, 어떻게 알았어? 요즘 부장이랑 자주 다니더니 부장이 진짜 이름으로 부르기라도 했냐?"

 "뭐?"

 이상하다.
 리군의 말은 이상했다.
 요즘?
 하루를 반복하는건 나뿐으로, 부실에 가는건 일주일에 한번, 금요일 뿐.
 그런데 어째서---
 리군의 말 덕분에 생각에 빠져있는 도중, 리군이 말했다.

 "그런데 또 돌아온거 보면 진실은 아직인가. 그거까진 내가 직접 말해주기도 그렇고 말야. 자기가 알아내야 된다고, 수열친구"

 그 말은 분명하게 자신이 이 반복되는 일상에 연관이 되어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게 대체 무슨-"

 리군에게 진실이 무엇인지 물으려고 하는 도중에 종이 울린다.

 딩동댕동-, 딩동댕동-.

 "그러고보면 근처 사거리에서 사고가 있었는데, 알고 있냐?"

 여태껏 몇번이고 들었던 말.
 이름을 알게 된 계기 중의 하나.
 그것이 힌트였다면, 이미 끝난 힌트일 터.
 그럼에도 리군은 그 말을 남기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


 "대체 뭐야, 뭘 알고 있는거야, 너"

 수업이 모두 끝난 방과후, 교실에는 나와 리군만이 남아있었다.
 추궁하는 듯한 나의 말에 리군은 웃었다.
 비웃음인 듯한 그 웃음에 머리에 살짝 화가 오를 때 쯤, 리군이 말을 꺼낸다.

 "뭘 알고 있는거야, 인가. 그런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신수열"

 리군은 뭐가 즐거운지 킥킥대며 웃어댔다.
 그러더니 이내 평소와 같이 묻는다.

 "오늘도 오컬트부에 가지?"

 "어째서? 너가 모든걸 알고 있으니까 더 이상 갈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말에 리군이 살짝 인상을 쓰며 말을 꺼낸다.

 "나한테 물으시겠다? 그건 안될 말이야. 내가 알려줄 수 있는거였으면 진작에 알려줬겠지. 나라도 여기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고, 신수열"

 "벗어나고 싶다고?"

 벗어나고 싶다는 리군의 말에 의문을 던진다.
 내가 이미 죽어있다는걸 알고 있는 리군이 벗어나고 싶다니.
 그럼 리군이 범인이 아니라는건가?
 생각에 빠져있던 나에게 리군이 물음에 대한 답을 말한다.

 "그래, 맞아. 나는 언제나 너가 한시라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길 기도하고 있다고. 그렇지않으면 내가 일부러 너한테 힌트를 줄 이유도 없지, 안 그래?"

 힌트.
 그렇다는건 분명히 그가 나에게 여태껏 말해왔던 것이 힌트였다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어쨌든 얼마 안 남았으니까 열심히 머리를 굴려봐라"

 그 말을 끝으로 교실을 나가려는 리군, 나는 그를 불러세웠다.

 "잠깐, 하나만 물어봐도 돼?"

 나의 말에 리군이 뒤돌아선다.
 그리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로 서있는다.
 적어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은 들을 생각이 있다는거겠지.
 그렇게 생각해 나는 입을 열었다.

 "범인이 아니라는거지?"

 어차피 직접적인 질문은 대답해줄거라 생각치않았기 때문에 던진 질문.
 그 질문에 리군이 입을 열었다.

 "범인? 여기에 널 가둔 녀석을 말하는건가?"

 리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리군이 생각에 빠진듯 잠시 턱을 문지르더니 이내 말을 잇는다.

 "뭐, 굳이 말하자면 내가 되겠지만. 범인이라니 너무하네. 모든게 끝났을 땐 오히려 나한테 고마워해야 될건데"

 "고마워한다고?"

 "어쨌든 아까도 말했지만, 이 세계의 끝은 바로 코 앞이니까 열심히 해봐라"

 그 말을 끝으로 리군은 교실을 떠나갔다.
 일부러 나한테 힌트를 주고 있다는 리군.
 그런데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 뭘 어떻게해야 여길 빠져나갈 수 있다는거지?


 ◇


 평소보다 조금 늦어진 시각, 부장에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모두 전달하고, 이 곳을 빠져나갈 방법에 대해 나눈다.

 "범인을 찾았는데 안 끝난다, 라... 그러게,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네"

 모든것을 듣고나서 부장이 곤란한듯이 말했다.

 "그러게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범인이 힌트를 준다는게 이상하지 않아요? 게다가 자기도 빨리 빠져나가고 싶다고 하고 말이죠"

 "그것도 그렇네. 어찌됐든 에신군이 할 수 있는건 주어진 힌트를 토대로 종착점에 도달하는건데"

 그러면서 일단 정리를 해볼까, 하고 말을 잇는다.

 "일이 막혔을 땐 정리가 필요한 법이지. 우선 세계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세계요?"

 나의 물음에 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응, 여기. 에신군의 말에 따르면 하루가 반복된다는 이 세계 말이야"

 "정리라고 할 것도 없이, 그게 다인데요"

 "그 끝은 언제나 덤프트럭이고 말이지?"

 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덤프트럭에 치이면서 끝나는 반복되는 11월 11일.
 그것이 이 빌어먹을 세계다.

 "그럼 세계는 일단 넘어가고, 다음은 이상 상태에 대해서"

 이상 상태.
 횡단보도만 건너면 덤프트럭이 달려오는 것에 대해서 말하자, 부장이 고개를 젓는다.

 "그건 이 세계에 대한 것이고, 에신군에 대한 이상 상태가 있잖아"

 "저요?"

 나의 반문에 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간다.

 "안경. 에신군은 안경을 쓰지 않아도 앞이 보였었지. 그게 일단 첫번째"

 부장의 말대로 분명 안경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도 앞이 보인다는건 이상에 해당하겠지.
 그렇다면 다음은,

 "이름-"

 "그래, 맞아. 두번째는 이름이지. 어째선지 에신군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잊고 에신이라는 별명을 진짜 자신의 이름으로 착각하고 있었지"

 그것도 역시 부장의 말대로다.
 분명히 자신의 이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이라 믿고 있었던 것은 이상하다.

 "마지막으론-"

 "사고에 대한 기사"

 부장의 말에 대한 정답을 말하자 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고에 대한 기사.
 분명히 이상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 벌써 기사가 되어 나와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상한게 한가지 있어"

 너무 당연한 말을 하는 당연하게 하는 부장의 말에 당연한 대답을 한다.

 "네? 그야 이상한 일이니까 이상하죠? 게다가 세가지나 되는데요"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기사에 대한 것 말이야"

 뭐가 이상하다는건지 잘 모르겠어서 가만히 있자 부장이 말을 이어나갔다.

 "모르겠어? 안경과 이름, 둘 다 에신군의 인식에 이상이 있어서 생겨난거지만 마지막은 달라"

 "제 인식에 이상이 있다고요?"

 "응, 안경을 안 써도 앞이 보이는 것과 자신의 이름을 착각하고 있는 것, 둘 다 에신군만이 착각하고 있었던 일이야. 하지만 이 뉴스는 달라. 나에게도 보이고 있으니까"

 확실히 그렇다.
 앞의 두 사건은 나만이 착각하고 있었던 일이다.
 안경을 안 써도 눈이 보이는건 나만 인지 가능하고, 이름 또한 부장은 나의 진짜 이름을 알고있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어떠한가.
 나만이 잘못 보고 있는게 아닌, 부장, 그러니까 내가 아닌 사람도 보고 있는 이 세계에서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그래, 이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썼다는거겠지. 일부러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시간을 바꿔서까지 말이야. 그리고 그게 가능한 사람은-"

 인터넷의 기사를 시간을 바꿔서 올린, 그리고 덤프트럭에 의한 사고를 알고 있는 자.
 그런 범인은 단 한사람---

 "네녀석이었냐?!!!"

 부장 뿐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있던 부장의 멱살을 잡고 흔든다.
 그렇게 해서 범인은 밝혀졌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세계를 벗어나는 것 뿐이다.
 는 당연히 그럴 리가 없고,

 "아니아니아니, 그럴리가 있냐?! 바보냐?!!"

 그런 부장의 말에 씨익 웃으며 흔들던 부장을 놓아주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뭐, 장난이고 리군이죠?"

 부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보며 입을 연다.

 "뭔 이런 장난을... 뭐, 어쨌든 그럴 가능성이 높지. 그렇다는건 분명 여기에 무언가 힌트가 있다는거고"

 "그걸 찾으면 이 세계의 비밀이 밝혀진다, 라는거군요"

 내 말에 부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스마트폰을 조작해 기사를 확인한다.
 거기에 써있는 기사는 전과 다름 없었다.


 미정고 앞 사거리 교통사고, 학생 1명 사고사

 오늘(11일) 오후 6시12분쯤 미정고 앞 사거리에서 덤프트럭이 학생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학생이 사망하였다.

 피해자는 미정고등학생 3학년 신모군으로 밝혀졌으며, 근처에는 스마트폰이 신모군의 스마트폰으로 추정되는 것이 떨어져있었다.

 한편, 경찰은 운전자가 황색등일 때에 신호를 지나가기 위해 속도를 줄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어때? 전이랑 같아?"

 "네, 똑같은거 같은데요"

 "그럼 뭐가 이상한지 찾아볼까나"

 부장의 말에 기사를 천천히 읽어본다.
 날짜, 반복되는 하루이기에 확실히 믿기는 어렵지만 스마트폰 시계는 11일을 가리킨다.
 아마도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시간, 덤프트럭에 치이는건 횡단보도를 건널 때이기 때문에 시간은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맨처음, 이라기보다 별 문제 없이 시간이 흘렀을 경우에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우선은 넘어가도록 하고, 장소, 이것도 물론 시간과 마찬가지.
 그렇지만 아무래도 틀리지 않은 것 같다.
 내 이름이 신수열인 것은 이미 깨달았으니, 확실하다.

 "아무래도 이상한 점은 없는 것 같은데요?"

 기사를 확인하고 부장을 바라보며 말하자 부장이 고개를 젓는다.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있는걸까?

 "사망, 이 부분이 이상하지 않아?"

 "음? 어째서요?"

 "죽었는데 여기 살아있을리가 없잖아?"

 그야 죽었는데 살아있으면 이상하지만,

 "그건 여기가 사후세계니까-"

 "하아? 무슨 소리하는거야? 사후세계가 있을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어째서 그렇게 당연한 듯이 말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란 생각을 머리속으로 하면서 묻는다.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아니, 이건 절대야. 있을리가 없지. 내가 벌써 죽을리가 없잖아?"

 전에도 들었던거 같은데, 역시 기억이 없어도 사람이 바뀌진 않는구나.
 그렇다는건 부장은 여전히 심상인지 뭔지 하는걸 믿고 있는 모양이다.

 "근데 만약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바뀌는게 있어요?"

 이름이나 안경처럼 죽은게 아니라는 사실을 들으면 뭔가가 떠올라야 되는거 아닌가?
 그런데 아직까진, 이라기보다 저번에도 들었음에도 분명하고 따로 변한건 없다.
 그렇다는건 죽었다는건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

 "근데 그거 말고 다른건 없는것 같은데-"

 부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그 행동을 보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부장도 고개를 갸웃하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문을 향해 걸어나간다.

 "아니아니아니, 이상하잖아! 왜 갑자기 집에 가려는건데?!"

 "어, 그거 내껀데?"

 "내꺼고 자시고 없거든요. 유행어도 아니고 무슨. 아니 그보다 왜 갑자기 집에 가려고 하는겁니까, 아직 해결도 안됐는데"

 "음? 그야 시간 됐으니까. 그리고 말이지, 내 의견은 여기서 끝이야. 에신군의 착각설? 어쨌든 원래는 살아있다는 의견"

 그런 말을 남기고 부장은 교실을 뒤로 했다.
 교실에 남겨진 나는 부장의 말을 다시 떠올리며 생각에 빠졌다.

 "답 나왔냐?"

 "으앗?! 깜짝이야! 뭐야, 언제 들어왔냐?"

 생각에 빠질 생각이었는데, 음? 생각에 빠질 생각?
 아니 어쨌든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자 열려있던 교실의 문 앞에 리군이 서있었다.

 "부장이 나가는 모습이 보이길래 들어왔지. 어때? 이쯤 되면 알아냈을 것 같은데"

 "아니, 전혀 모르겠는데"

 "그래? 웬일로 부장이 일찍 가길래 해결했는줄 알았는데. 뭐, 부장 대신이라긴 뭐하지만 집에 가면서 얘기를 들어주도록 하지"

 "어째서 내려다보는 시선?"

 나의 물음에 리군은 웃으면서 교실을 나간다.
 내가 자신을 따라가는게 정해지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 그 모습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리군을 쫓아 교실을 빠져나갔다.


 ◇


 겨울이기 때문일까, 어느새 해가 져 어두운 하교길을 리군과 함께 걸어나간다.
 그 사이의 대화라고는 여태껏 부장과 해왔던 대화들과 그 도중 벗어나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상의 대화라던가 그런 것들.
 그러는 도중 문득 든 생각에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보면 왜 다른 부원들은 마주친적이 없지?"

 혼잣말과도 같은 질문에 리군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꺼낸다.

 "그야 필요없는 녀석들은 안 만들었으니까"

 "필요?"

 나의 질문에 리군은, 음, 하고 뭔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별 상관없겠지, 라고 중얼거리고는 말을 잇는다.

 "뭐, 간단히 말하자면 이 세계의 장르는 추리니까 말야. 그에 따른 최소한의 인물만 있으면 되지"

 "추리?"

 "아아, 어째선지 하루를 반복하는 의뢰인과 그것을 해결해줄 탐정. 현장이 세계 자체이기에 안락의자 탐정이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거기에 힌트를 줄 조력자가 한명. 이렇게 셋이면 충분하지"

 "조력자? 그건 리군인가?"

 나의 말에 리군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의미에서 나머지는 게임으로 말하자면 그저 NPC에 불과하지. 의사는 있지만, 어차피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봤자 골은 불가능하니까"

 미연시의 주인공이라면 공략대상이라도 됐을지 모르겠지만 말야, 라고 중얼거리는 리군의 말을 무시한채로 묻는다.

 "골?"

 "이 세계의 비밀이지. 그보다 짐작 가는거라도 없냐? 이쯤 되면 해결할 때도 된거 같은데"

 리군의 말에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짐작이라면 있는데 말야. 생각해도 변하는게 없네. 안경에 대한거랑 이름은 생각하자마자 바뀌었는데. 이번엔-"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횡단보도의 앞에 서있었다.
 방금 막 빨간불이 된 모양인지, 헐레벌떡 뛰어가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 말을 잇는다.

 "혹시 죽은게 아니지 않을까, 라고 부장이 말했는데 변하는게 없어서 말이지"

 리군은 나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환하게 웃으며 내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역시 녀석을 탐정역에 세우길 잘한 것 같군. 남은 것은 정답 확인 뿐이다. 가라"

 "에?"

 리군은 나의 의문에 대답하지 않은채 나의 등 뒤에 서더니, 그대로 나의 몸을 밀었다.
 그와 동시에 들려온 목소리는,

 "엄마 말 좀 잘 듣고 다녀, 스마트폰 좀 그만 보고"

 여기가 아닌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그런 목소리였다.


 신호등은 어느새 바뀌었는지, 초록불.
 건너라는 신호.
 건널 생각이 없는 나의 몸은 리군에 의해 횡단보도에 내밀어졌다.

 끼이이이익------

 "------"

 횡단보도에 떠밀린 순간, 언젠가 F1 경기장에서 들어본,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오른편.
 달려오던 덤프트럭이 그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지 빨간불로 바뀐 지금에서도 나를 향해 달려든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기사와는 달리, 차체는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렇다고 핸들을 돌리기에는 횡단보도에 서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건너는 사람은 단 한명.
 자신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 생각나는건 엉뚱하게도,

 '나는 죽지않았어'

 생에 대한 믿음.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리가 없지만, 덤프트럭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끼이이이익------

 "------"


 To be continued...

 Epilogue


 "당신이 리군입니까?"

 신수열이 이 세계에서 사라진 직후에 횡단보도에 서있는 노이설 리에게 말을 거는 남자가 있었다.
 자신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거기엔 이미 집에 가있어야 할 안경을 쓴 남자가 서있었다.

 "놀랐는 걸, 탐정씨가 여긴 무슨 일로?"

 처음이자 마지막의 만남.
 본래라면 만날 일 없이 끝나는 것이 정상인 두 사람이다.

 "아무래도 오늘이 끝이 아닐까, 란 생각에 말이죠"

 오컬트부의 부장이 존댓말을 쓰는 상대는 이 학교에서 그렇게 많지 않다.
 그는 벌써 5년째 이 학교에 다니고 있으니까,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전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이설 리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그를 처음 만났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으면---

 "뭐, 그렇지. 용케도 알아챘는걸, 수열이가 꽤나 자세히 설명한 모양이네"

 "네, 전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세계의 비밀에 대해서는 알 수 있을만큼 설명해주었죠"

 거기에, 틀렸던 것 같지만 말이죠, 라고 덧붙이는 남자.
 그는 이 세계가 신수열의 심상세계가 아닌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것은 틀린 답이었다고 깨달은 것이겠지.

 "어차피 마지막이고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일루젼(illusion)씨"

 남자의 말에 노이설 리라고 자신을 칭했던 자가 미소짓는다.

 "에신이라는 이름에서 깨달았나?"

 "네, 그 에신(esin)이라는 이름도 니세(nise)를 뒤집었던 거니까요. 몇번 해봤는데 답이 나오더라고요"

 "그러면 이미 알텐데? 이 세계가 환상이란 것 쯤은 말이야"

 리의 말에 부장이 고개를 젓는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그에 리는, 그런가,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어나간다.

 "마지막 날이니 특별 보너스다. 설명해주도록 하지. 이 세계는 환상이다. 오직 신수열이라는 인간을 살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환상의 세계지. 현실세계는 멈춰있어. 신수열이 깨어나는 시각, 6시 직전까지만 진행한 채로. 그가 깨어나는 순간 시간은 흐른다. 그리고 덤으로 설명해주자면 여기의 기억은 꿈처럼 남아있겠지. 꿈이란건 곧 잊혀지는 법이고 말야"

 "어째서죠? 그가 다른 사람과 달리 특별한 인간이라도?"

 부장의 말에 노이설 리는 잠시 생각에 빠져있다가, 어차피 기억 못 하려나, 하고 중얼거리고는 대답했다.

 "특별, 이라기보다는 녀석은 원래 죽을 때가 아니었으니까"

 "때?"

 "아아, 인간이라는 건 죽을 시간이 어느 정도 정해진 법이지. 근데 내가 심심했던 탓에 장난 좀 쳤거든. 거기에 휘말려서 죽은 게 불쌍해서 말야"

 "...신입니까?"

 "아-, 신이라기보다는 그냥 여러 세계를 구경하면서 시간이나 때우는 괴짜다. 가끔 세계에 잠입해서 놀기도 한다만"

 저번의 고양이 때는 꽤나 즐겼었지, 라고 중얼거리는 노이설 리.
 그런 모습을 어이 없다는 듯이 부장이 바라본다.

 "흠흠, 어쨌든 이게 이 세계의 전말? 이라는거다. 그럼 슬슬 녀석도 사라졌겠다. 오늘도 끝내도록 하지"

 "잠깐만요, 수열군은 깨어난겁니까?"

 "글쎄? 그건 가서 확인해보라고, 탐정친구"

 그 말에 오컬트부의 부장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열었으나, 소리는 말이 되지 않고, 그대로 세계는 소멸했다. 


 ◇


 벌떡, 몸을 일으켰다.
 방금까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는데, 여긴...

 "......"

 적막한 방.
 새하얀 천장과 그와 같이 새하얀 침대와 왼팔에 연결된 링겔.
 TV에서나 보던 병실이 거기에 있었다.
 평상시와 같은 신체에 단 하나 이상이 있다면.

 "깁스..."

 감각이 희미한 오른팔에 감긴 깁스 뿐이었다.
 드르륵.
 자신의 신체를 확인하고 있자, 병실의 문이 열린다.

 "리군?"

 어째서였을까, 자동으로 입에서 빠져나온 말은 누군가의 이름이었다.

 "깨어나셨네요, 환자분"

 그러나 당연히 리군일 리가 없었다.


 ◇


 그 후에 나타난 의사에 말에 의하면 기적이라는 모양이다.
 덤프트럭에 치이고 팔 하나만 부러지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거라고.
 어찌됐든 그런 기적으로 나는 오른팔에 깁스를 한채로 고작 12시간 동안 병실에 누워있었다고 한다.
 병원을 나가면서 스마트폰을 보자 날짜는 11월 12일.
 ......

 "11월 12일..."

 고등학교 3학년인 나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날이다.
 그야 깨어난건 좋지만, 오른손잡이인 나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사태였다.

 "으악! 하필 수능 전날 사고라니!!!"

 1년 더 고생을 할 생각을 하면 차라리 죽는게 낫지 않을까.

 "아니아니아니, 그건 아니지. 하아, 집에 가서 잠이나 잘까"

 투덜대며 길을 걸어나간다.
 어느새 횡단보도에 다다른다.
 빨간불.
 방금 막 꺼진 횡단보도에 서있자, 한 두명씩 사람들이 늘어난다.
 3분도 채 안되는 시간이지만 멍하니 기다리기엔 꽤나 지루한 시간.
 주머니에 든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 뉴스를 본다.
 사고사, 시체유기, 화재 등의 나와는 연관없는 뉴스 기사를 보고 있자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 신호등의 불이 변한다.
 초록불.
 건너라는 신호.
 그것에 아무런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보며 횡단보도를 걸어나간다.

 끼이이이익------

 "------"

 이제 막 해가 떠오른 아침.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 언젠가 F1 경기장에서 들어본,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오른편.
 달려오던 덤프트럭이 그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지 빨간불로 바뀐 지금에서도 나를 향해 달려든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기사와는 달리, 차체는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렇다고 핸들을 돌리기에는 횡단보도에 서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건너는 사람은 단 한명.
 자신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 생각나는건 엉뚱하게도,

 '아아, 스마트폰 보면서 걷지말라고 했는데, 말 들을걸'

 자주 듣던 어머니의 말씀이었다.

 '그러고보면 엄마 말 좀 잘 듣고 다니라고 누군가가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리가 없지만, 덤프트럭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끼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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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