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끼이이이익------

 "------"

 노을이 지는 저녁.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 언젠가 F1 경기장에서 들어본,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오른편.
 달려오던 덤프트럭이 그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지 빨간불로 바뀐 지금에서도 나를 향해 달려든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기사와는 달리, 차체는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렇다고 핸들을 돌리기에는 횡단보도에 서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건너는 사람은 단 한명.
 자신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 생각나는건 엉뚱하게도,

 '아아, 스마트폰 보면서 걷지말라고 했는데, 말 들을걸'

 자주 듣던 어머니의 말씀이었다.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리가 없지만, 덤프트럭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끼이이이익------

 "------"


 ◇


 벌떡, 몸을 일으켰다.
 방금까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는데, 여긴...

 "으아아, 시끄러워! 뭐하는거야!"

 "하하하하, 뭐긴 보면 몰라? 장난이지"

 칠판 앞에 서있는 학생과 그에 소리치는 학생.
 학생이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수군대고 있었다.
 아직 머리가 제대로 일을 하지않는지 멍한 정신으로 두리번거리자 방금 전에 소리치던 내 앞에 선다.

 "오, 일어났냐? 어제 잠 안 잤어? 1교시랑 2교시 그냥 날로 주무시던데?"

 1교시, 2교시?
 아, 맞아.
 횡단보도를 걷기 전까진 분명 교실이었는데 어째선지 횡단보도를 걷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상황.
 그것이 말해주는건 당연히,

 "으아아아, 꿈이었구나-"

 순간적으로 긴장이 풀려 책상에 엎드린다.
 덤프트럭에 치일뻔한 꿈이라니 오늘 하루 재수가 안좋을 예정인가.

 "꿈? 하긴 그렇게 오래 잤는데 꿈을 꿀만도 하겠네. 무슨 꿈이었냐?"

 "아, 그게 말이지"

 잠깐.
 말을 하려고 상대의 얼굴을 보고, 문득 깨닫는다.
 어째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거지.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만원경으로 달이라도 보는 것처럼 흐릿하다.
 그런 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야? 뭔데 말하려다 말아"

 "아니, 그게 말야. 이런 말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지금 네 얼굴이 잘 안보여"

 사실을 전한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덮어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역시라고 해야될지, 그런 나를 보며 녀석이 이상한 사람을 보듯이 쳐다본다.

 "그래, 너가 듣기엔 내가 정신이라도 이상해졌다고 생각하겠지만 말야-"

 정신나간 사람 취급이 싫었는지, 나도 모르게 변명을 꺼내놓는다.
 그런 나를 보며 녀석이 입을 연다.

 "뭐래. 약 먹었냐? 안경을 쓰던 놈이 안경을 벗었으니까 안보이는게 당연하지, 바보냐?"

 "아"

 녀석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가방에서 안경집을 꺼내 안경을 썼다.
 잘 때 안경이 불편해서 빼둔걸 깜빡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꿈 때문에 충격을 많이 먹었는지 정신이 내 정신이 아닌거 같다.
 정신을 차리려고 머리를 두 세번 흔들고 다시 앞을 바라본다.

 "오늘 진짜 이상하네. 정신 좀 들었냐?"

 "아아, 이제 괜찮아. ...어라?"

 아아.
 정말이지, 어떻게 된 일이냐.
 이번엔 이름이다.
 녀석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친구가 된지 벌써 1년이 넘었는데, 이걸 본인 앞에서 말할 수도 없고, 어떡하지.
 이런 저런 이름들을 떠올려보면서 고민을 하고 있자,

 "이번엔 이름을 까먹었다고 할 생각은 아니겠지?"

 아무래도 녀석은 탐정인 모양이었다.

 "아하하하.... 응"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하자, 녀석은 어이 없다는 듯 대답했다.

 "노이설 리, 어떻게 친구 이름을 잊어버리냐"

 노이설 리.
 아, 생각났다.
 특이한 이름이라 반 애들한테 리군이라고 불렸었지.

 "아하하, 미안미안"

 미안함에 웃으면서 대답하자,

 "설마 자기 이름은 안 잊어버렸지? 에신"

 진지한 말투로 물어오는 리군.

 "에이, 설마. 아무리 그래도 자기 이름은 안 잊어"

 말도 안되는 말에 손사래치며 대답한다.
 그에 리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건 다행이군, 이라며 웃는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시간이 다 됐는지,

 딩동댕동-, 딩동댕동-.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종소리에 맞춰 학생들이 자리로 돌아간다.
 물론, 리군도 마찬가지.
 그렇게 어느새 꿈은 기억에서 지운채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


 딩동댕동-, 딩동댕동-.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수업에 대한 기억은 별로 남지 않은채, 방과후가 되었다.
 멍하니 자리에 앉아있자, 리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신, 오늘 동아리 가는 날이던가?"

 "동아리?"

 "어? 아니야? 오늘 금요일이니까 가는 날 아니던가?"

 리군의 말에 생각에 빠진다.
 동아리.
 내가 동아리에 들었었던가?

 "아-, 저 그게..."

 잘 기억이 나지않아 우물쭈물거리고 있자, 리가 답답한 듯이 말했다.

 "또냐. 오늘 정말 이상하네. 너 오컬트 동아리인가 뭔가 때문에 금요일은 가봐야한다고 나랑 같이 안 갔잖아, 또 잊었냐?"

 "오컬트... 아, 맞다!"

 오컬트 동아리.
 확실히 가입한 지는 얼마 안됐지만 주에 한번은 오라고 했을 터.

 "혹시나 해서 말해주는데, 부실은 2층에 있으니까 또 까먹지 마라"

 만약을 위해 걱정해주는 리군의 말에 고맙다고 하자, 리군은 내 어깨를 두 세번 토닥이고는 손을 흔들며 교실을 떠나갔다.
 나도 멍하니 앉아 있을게 아니고 빨리 가지 않으면-.


 ◇


 서두를 필요는 없었지만, 리군과의 이야기로 조금 지체된 시간을 줄이기 위해 빠른 발걸음으로 동아리실에 다다른다.

 "안녕하세요-"

 누군가가 있을거란 생각을 하며 인사와 함께 교실 문을 연다.
 그러나 어째선지 교실 불은 꺼져있고, 새까맣다.
 두꺼운 커튼이 쳐져있는 교실 안은 바로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빛이라고는 내가 서있는 문에서 들어오는 것 뿐.
 그런 어두운 한 가운데의 책상에 앉아있는 사람이 한명.

 "왔어? 들어와"

 "아, 네"

 문을 닫자, 그야말로 어둠 뿐이었다.
 전혀, 아무것도 안보인다.

 "저기..."

 "응? 왜?"

 "아무것도 안보이는데요"

 "그야 당연하지. 빛이 없으니까"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빛이 없으니까 어두운건 당연했다.
 ......응?

 "아니, 그게 아니라 왜 이러고 있어요? 불 켜도 돼요?"

 "음, 그럴까?"

 아무래도 별 생각없이 있었던 모양인지 내 제안에 수긍해준다.
 커튼도 걷어내고 교실의 불을 켠다.

 "역시 어두운게 낫지 않아?"

 밝은게 맘에 들지 않는지, 오컬트 분위기가 아닌걸, 하며 불평을 말한다.

 "아니, 그래도 뭐가 보여야 말이죠. 그보다 다른 사람들은요?"

 "돌려보냈어"

 "네? 돌려보내요? 왜요? 오늘 활동 안해요?"

 "아니, 원래는 할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오늘 아침에 운 좋게, 아니 운 나쁘게라고 해야될까? 에신군을 봤는데 말이야. 안 좋은 기운에 씌여 있더라고. 그래서 다른 애들은 일단 돌려보냈지"

 ......
 아니 뭐, 오컬트 동아리의 부장다운 말이기는 한데...

 "안 좋은 기운이라뇨?"

 "뭐랄까? 붕붕 뜬다고 해야될까? 마치 이차원적인 느낌이 든다고 해야될까? 그런 느낌"

 뭔지 알지? 라고 묻는 대답에 일단 고개는 끄덕여 두지만, 전혀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말이지. 오늘 활동은 중지. 그래서 미리 알려줄려고 1교시 끝나고 가봤더니 자고 있길래. 그냥 돌아갔는데 지금까지 잊어버렸었네, 하하"

 "에... 그럼 저 돌아가도 되나요?"

 "아, 응, 뭐 그래, 돌아가도 돼. 근데 조심해. 알고 있겠지만 안 좋은 기운이니까 말야"

 부장의 말에 일단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실을 뒤로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리군이랑 돌아갈걸 그랬네, 라는 생각을 하며 걷고 있자,

 "에신? 뭐야, 벌써 돌아가?"

 리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리군. 그러게 오늘은 활동 안한다 그러네"

 "그럼 마침 잘 됐네. 같이 돌아가자고. 나도 갈거거든"

 "그래"

 노을이 비추는 학교 안을 둘이서 걷는다.
 둘을 막아세우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시간이 흐르는대로 둘은 걸어나간다.


 집으로 향하는 길, 횡단보도를 앞에 두고 리군이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말한다.

 "그럼, 잘가"

 "어?"

 어째서 인사를 하는지도 알지 못한채 의문을 던지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진짜, 이런 표정을 보는게 오늘 몇번째인지.

 "어? 는 무슨 어? 야. 나 이쪽 방향이잖아. 정신 좀 차려라. 아니면 뭐야, 설정이야? 기억상실 설정?"

 불평하듯 말하는 리군의 말에 나는 그저, 아하하하, 하고 어색한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그렇게 어색한 웃음으로 리군을 보내고 횡단보도의 앞에 선다.
 빨간불.
 방금 막 꺼진 횡단보도에 서있자, 한 두명씩 사람들이 늘어난다.
 3분도 채 안되는 시간이지만 멍하니 기다리기엔 꽤나 지루한 시간.
 주머니에 든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 뉴스를 본다.
 사고사, 시체유기, 화재 등의 나와는 연관없는 뉴스 기사를 보고 있자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 신호등의 불이 변한다.
 초록불.
 건너라는 신호.
 그것에 아무런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보며 횡단보도를 걸어나간다.

 끼이이이익------

 "------"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 언젠가 F1 경기장에서 들어본,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오른편.
 달려오던 덤프트럭이 그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지 빨간불로 바뀐 지금에서도 나를 향해 달려든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기사와는 달리, 차체는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렇다고 핸들을 돌리기에는 횡단보도에 서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건너는 사람은 단 한명.
 자신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 생각나는건 엉뚱하게도,

 '어라, 이거 어디선가---'

 데자뷰.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리가 없지만, 덤프트럭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끼이이이익------

 "------"


 To be continued...
 But, The time isn't continued.

 01


 벌떡, 몸을 일으켰다.
 방금까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는데, 여긴...

 "으아아, 시끄러워! 뭐하는거야!"

 "하하하하, 뭐긴 보면 몰라? 장난이지"

 칠판 앞에 서있는 학생과 그에 소리치는 학생.
 학생이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수군대고 있었다.
 아직 머리가 제대로 일을 하지않는지 멍한 정신으로 두리번거리자 방금 전에 소리치던 내 앞에 선다.

 "오, 일어났냐? 어제 잠 안 잤어? 1교시랑 2교시 그냥 날로 주무시던데?"

 1교시, 2교시?
 아, 맞아.
 횡단보도를 걷기 전까진 분명 교실이었는데 어째선지 횡단보도를 걷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상황.
 그것이 말해주는건 당연히,

 "......꿈이 아니... 아닌가?"

 그래, 이것은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의외로 여태까지가 다 꿈이고 이게 진짜일지도 모르지"

 "뭔 소릴 하는거야? 약 먹었냐?"

 "아, 리군"

 내가 중얼거리는 걸 들었는지 리군이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그런걸 생각할 여유는 없고 우선,

 "화.. 화장실 좀 갔다올게"

 리군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로 빠르게 교실을 빠져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일단 생각의 정리가 필요하다.
 꿈?
 아니, 꿈에서 꿈을 꿨는데 그게 같은 꿈이라고?
 이게 말이 돼?
 아니 애초에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으아아아!"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쥐어잡고 큰 소리를 내버린다.
 좀 진정하자.
 진정이 될 것 같지도 않지만 일단 상황의 정리를.

 아침에 학교를 온 것까진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1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잠들고, 꿈을 꾼다.
 덤프트럭에 치이는, 아니, 정확히는 치이기 직전에 깨버리지만.
 어찌됐든 꿈에서 깨어나는 시각이 3교시가 시작되기 직전.
 그 후로는 변함없는 일상이지만, 귀갓길에 다다르면 루프?
 아니아니아니, 이게 무슨 게임이나 소설도 아니고 말야.
 말이 안되잖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도중,

 딩동댕동-, 딩동댕동-.

 종소리가 울린다.
 일단 교실로 돌아가자.


 ◇


 수업이 끝난다.
 어제, 라고 해야되는지 오늘이라고 해야되는지 꿈이라고 해야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때보다도 더 복잡한 머리속 때문에 수업 내용은 전혀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시간은 흘러 어느새 방과후.
 여태껏 그랬듯이 리군이 말을 건넨다.

 "에신, 오늘 동아리 가는 날이던가?"

 동아리.
 오컬트 동아리를 말하는 것이겠지.


 ......
 잠깐 그러고보면 오컬트부장이 무언가 말하지 않았던가?
 안 좋은 기운---
 설마 지금 나에 대해 무언가를 알고 있어?

 "미안! 나 동아리니까!"

 리군에게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교실을 빠져나간다.
 그 뒤에서 뭔가 불평하는 듯한 리군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거기에 신경 쓸 데가 아니다.
 어느새 창 밖에는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복도를 달려 동아리 부실에 도착한다.

 "부장!"

 문을 열어제끼면서 소리치는 내 모습에 놀랐는지 부장이 얼빠진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어? 아, 응, 왜?"

 "안 좋은 기운이란게 뭐죠?!"

 나의 질문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는지 이마에 물음표 마크를 띄우는 부장.
 그런 부장을 뒤로 하고 이번에도 여전히 꺼져있는 전등부터 킨다.
 그러는 동안 생각이 정리되었는지,

 "아-, 근데 어떻게 알았어? 자고 있길래 말 안 걸었는데?"

 아, 그러고보면 아직 말해주기 전이지.
 그러나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아, 어쨌든 안 좋은 기운이란게 뭡니까. 저 죽는겁니까?"

 "글쎄-"

 이쪽은 죽을지 살지가 걸려있는 일일지도 모르는데 글쎄라니...
 너무나도 남의 일인 듯한 발언에, 그야 남의 일이긴 하지만, 불만스런 말투를 내뱉는다.

 "아니, 글쎄라뇨..."

 "솔직히 나도 잘 모르니까. 그저 안 좋은 기운을 발생시키고 있는건 분명하지만 말이야"

 "그럼 어떻게 없애는 법은 모르세요?"

 "글쎄-"

 ......
 이러면 안되지만 화가 치밀어 오른다.
 참자.

 "아... 네, 진짜 모르세요?"

 "응, 미안해. 내일 찾아보고 연락할게"

 그럼 오늘은 이걸로 돌아가봐도 좋아, 라는 부장.
 그 모습에서 전혀 긴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야 내 일이니까 부장이 긴박함을 느낄 이유는 없지만, 이쪽은 심각한데 너무한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이걸로 해 줄 말은 다라는 듯한 부장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부실을 빠져나온다.

 "에신? 뭐야, 벌써 돌아가?"

 리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라도 돌리는 듯, 저번과 똑같은 말투.
 시간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비슷한 시각이 아닐까.

 "아,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내 말에 이상한 듯 반응하는 리군의 말은 제쳐두고 생각에 빠진다.
 스마트폰의 시계를 보면 덤프트럭이 달려오는 시간을 피해 집으로 가면 될 것을.
 내가 생각해도 멍청이로군.
 그런 생각과 함께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다.
 오후 5시 47분.

 "어이-, 에신. 듣고 있냐?"

 "아, 응. 가자"


 ◇


 "그 얘기 들었냐? 여기서 얼마 전에 사고가 났다던데"

 사거리에 들어서자 리군이 생각났다는 듯이 말한다.
 사고가 날 뻔은 했지만, 이미 났다는 이야기는 처음이다.

 "그래? 못 들어봤는데"

 "인터넷 뉴스에 나와있더라고. 너도 조심해"

 그런 이야기의 도중 횡단보도의 불이 바뀌어 리군이 인사를 던지고 횡단보도를 건넌다.
 그걸 보고 난 뒤, 나는 나대로 내가 건널 횡단보도 앞에 선다.


 조심하라는 리군의 말이었지만 이미 한번 겪은, 아니, 두번째였나.
 두번째 겪은 죽음이 있을 횡단보도의 앞.
 빨간불.
 방금 막 꺼진 횡단보도에 서있자, 한 두명씩 사람들이 늘어난다.
 3분도 채 안되는 시간이지만 멍하니 기다리기엔 꽤나 지루한 시간.
 주머니에 든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본다.
 스마트폰을 바라본 지 2분이 지나, 오후 6시 12분이 되는 것과 동시에 신호등의 불이 바뀐다.
 초록불.
 건너라는 신호.
 거기에 위험이 있을 것을 알기에, 건너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길을 건넌다.

 "......"

 그렇게 뒤늦게 달려온 학생이 뒤늦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을 마지막으로 신호가 바뀌었다.
 빨간불.
 아무 일도, 아무 것도 달려들지 않았다.
 단순한 착각, 이라기엔 두번이나 겪었던 죽음의 직전.
 그럼에도 그저 착각이었다는 듯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후우-"

 혹시나 일어날지도 몰랐을 죽음을 피한 것과 동시에 긴장이 풀린다.
 역시 단순한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예지몽인가.
 그렇다면 그야말로 오컬트.
 부장에게 말해주면 재밌어하겠는걸.
 죽음을 피한 기쁨에 웃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신호등이 바뀐다.
 초록불.
 더 이상 죽을 리가 없는 평범한 일상.
 꽤나 신나는 마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넌다.


 그리고 녀석은 나타났다.

 끼이이이익------

 "------"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 언젠가 F1 경기장에서 들어본,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오른편.
 달려오던 덤프트럭이 그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지 빨간불로 바뀐 지금에서도 나를 향해 달려든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기사와는 달리, 차체는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렇다고 핸들을 돌리기에는 횡단보도에 서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건너는 사람은 단 한명.
 자신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 생각나는건 엉뚱하게도,

 '아-, 시간트릭이냐-'

 추리소설에나 나올법한 시간트릭.
 설마 그 주인공이 될지는 몰랐는데, 라는 생각이었다.

 끼이이이익------

 "------"


 To be continued...
 But, The time isn't continued.

 02


 벌떡, 몸을 일으켰다.
 방금까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는데, 여긴...

 "으아아, 시끄러워! 뭐하는거야!"

 "하하하하, 뭐긴 보면 몰라? 장난이지"

 칠판 앞에 서있는 학생과 그에 소리치는 학생.
 학생이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수군대고 있었다.
 아직 머리가 제대로 일을 하지않는지 멍한 정신으로 두리번거리자 방금 전에 소리치던 내 앞에 선다.

 "오, 일어났냐? 어제 잠 안 잤어? 1교시랑 2교시 그냥 날로 주무시던데?"

 1교시, 2교시?
 아, 맞아.
 횡단보도를 걷기 전까진 분명 교실이었는데 어째선지 횡단보도를 걷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상황.
 그것이 말해주는건 당연히,

 "아 몰라, 그냥 잠이나 더 잘래."

 그대로 책상에 다시 엎드렸다.


 ◇


 딩동댕동-, 딩동댕동-.
 종이 울린다.
 수업이 끝나는 것을 알리는 종소리.
 그에 맞춰 저번까지와 똑같이 다가오는 학생이 한명.

 "에신, 오늘 동아리 가는 날이던가?"

 몇번이나 들어온 목소리로 같은 대사를 하는 리군.

 "리군, 다른 패턴 없어?"

 "어? 뭔 소리하는거야, 약 먹었냐?"

 "하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약이라도 먹은 게 아닐까 싶네"

 의미불명인 내 말에 리군이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쨌든 이번에야말로 죽음을 피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있다.

 "그보다 동아리 가는 날이냐?"

 그래, 동아리다.
 괜히 동아리에 가서 부장한테 안 좋은 기운이니 뭐니, 들어서 이렇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더라도 동아리에 갔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면 덤프트럭이 달려온다던가, 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역시 생각한대로 시간이겠지.
 6시 12분 신호의 다음번 신호였으니까, 약 14분쯤이겠지.
 그 때 건너면 덤프트럭이 달려오는 것이다.
 그래 분명 이거야.

 "그러니까 동아리는 빼먹고 집에 가자고, 리군"

 그러면 6시가 되기 전이니까 덤프트럭이 올 리도 없고, 만사해결이다.

 "응? 뭐가 그러니까야?"

 "어쨌든 가자고, 출발!"

 "... 너 왠지 모르게 캐러 바뀌지 않았냐?"

 너도 겪어봐라, 바뀌나 안 바뀌나.


 ◇


 "그 얘기 들었냐? 여기서 얼마 전에 사고가 났다던데"

 "응, 이미 알고 있어. 바이바이"

 "아, 그래? 근데... 진짜 캐러 바뀌지 않았냐?"

 뭐가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노을이 져 붉게 물든 횡단보도를 건너는 리군에게 손을 흔든다.
 그리고 몇번이고 죽음을 가져온 횡단보도의 앞, 리벤지다.

 빨간불.
 방금 막 꺼진 횡단보도에 서있자, 한 두명씩 사람들이 늘어난다.
 3분도 채 안되는 시간이지만 멍하니 기다리기엔 꽤나 지루한 시간.
 주머니에 든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본다.
 원래라면, 동아리 방에 있어야 할 시각.
 오후 5시 46분이 되는 것과 동시에 신호등의 불이 바뀐다.
 초록불.
 건너라는 신호.
 오후 6시 14분에 있을 위험.
 하지만 지금은 5시 46분이다.
 당연히 덤프트럭 같은게 나타날 리도 없다.
 그렇지만 혹시 모르지 주위를 살피고 조심조심 횡단보도를 건넌다.

 그럼에도 녀석은 나타났다.

 끼이이이익------

 "------"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 언젠가 F1 경기장에서 들어본,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오른편.
 달려오던 덤프트럭이 그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지 빨간불로 바뀐 지금에서도 나를 향해 달려든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기사와는 달리, 차체는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렇다고 핸들을 돌리기에는 횡단보도에 서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건너는 사람은 단 한명.
 자신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 생각나는건 엉뚱하게도,

 '아니, 대체 언제 지나가라는거야, 이 씨-'

 그저 길이 막혀서 불평하는 운전자와 같은 수준의 불평 정도였다.

 끼이이이익------

 "------"


 ◇


 벌떡, 몸을 일으켰다.
 방금까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는데, 여긴...

 "으아아, 시끄러워! 뭐하는거야!"

 "하하하하, 뭐긴 보면 몰라? 장난이지"

 칠판 앞에 서있는 학생과 그에 소리치는 학생.
 학생이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수군대고 있었다.
 아직 머리가 제대로 일을 하지않는지 멍한 정신으로 두리번거리자 방금 전에 소리치던 내 앞에 선다.

 "오, 일어났냐? 어제 잠 안 잤어? 1교시랑 2교시 그냥 날로 주무시던데?"

 1교시, 2교시?
 아, 맞아.
 횡단보도를 걷기 전까진 분명 교실이었는데 어째선지 횡단보도를 걷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상황.
 그것이 말해주는건 당연히,

 "하아, 질린다, 질려"

 이젠 뭐, 질린다.
 어차피 이렇게 된거 수업 빼먹고 가볼까!
 이상한 표정을 하는 리군을 뒤로 하고 교실을 나가려고 하자,

 "응? 뭐야? 에신, 어디 가"

 리군이 불러세운다.
 별로 대답해 줄 필요는 없지만 어차피 기억도 못할텐데 멋있는 대사나 하나 날려주자.

 "훗, 죽음에 대항하러-"

 멋있는 대사와 함께 교실을 나오자 들리는 여럿 목소리.

 "뭐야... 중2병?" "쟤, 약 먹었냐?" "아침에 뭘 잘못 먹었나보지"

 ...다음번엔 관두자.

 "잠깐 기다려 봐, 에신"

 "응?"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리군이 따라나온다.
 무언가 할 이야기가 있는 건가?

 "그 얘기 들었어? 얼마 전에 근처 사거리에서 사고가 난 모양이던데?"

 "무슨 얘긴가 했더니, 알고 있어"

 이미 들었던 이야기였다.
 나의 반응에 리군이 담백하게, 그래? 라고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종이 울린다.

 딩동댕동-, 딩동댕동-.

 "그럼 잘 갔다와라"

 종소리를 듣고 리군이 인사를 남기고 교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학교를 빠져나왔다.


 ◇


 노을은 커녕, 아직 해가 쨍쨍한 오전 11시 26분.
 나는 죽음과 싸우기 위해 횡단보도의 앞에 섰다.

 "이번에야말로"

 꼭 벗어나겠다는 다짐을 하며, 다짐한다고 될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다짐을 하며 신호등을 바라본다.
 빨간불.
 방금 막 꺼진 횡단보도에 서있자, 한 두명씩 사람들이 늘어난다.

 평소에는 학교에 있어서 몰랐지만, 낮에도 사람들이 많구나.
 자신의 생활범위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어째 이상한 기분이다.
 그건 둘째치고 3분도 채 안되는 시간이지만 멍하니 기다리기엔 꽤나 지루한 시간.
 주머니에 든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본다.
 원래라면, 교실에 있어야 할 시각.
 오전 11시 28분이 되는 것과 동시에 신호등의 불이 바뀐다.
 초록불.
 건너라는 신호.
 오후 6시 14분에 있을 위험.
 하지만 지금은 노을이 지는 오후도 아닌 해가 쨍쨍한 오전.
 당연히 덤프트럭 같은게 나타날 리도 없다, 라는 생각은 솔직히 이미 접었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횡단보도를 건넌다.

 그리고 역시 녀석은 나타났다.

 끼이이이익------

 "------"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 언젠가 F1 경기장에서 들어본,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오른편.
 달려오던 덤프트럭이 그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지 빨간불로 바뀐 지금에서도 나를 향해 달려든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기사와는 달리, 차체는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렇다고 핸들을 돌리기에는 횡단보도에 서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건너는 사람은 단 한명.
 자신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 생각나는건 엉뚱하게도,

 '다음번엔 뭘 해야 되나'

 이미 다음번의 계획을 생각 중이었다.

 끼이이이익------

 "------"


 To be continued...
 But, The time isn't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