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게 준 축복

 

신은 나에게 큰 축복을 주었다. 그리고 이제 곧 그 축복이 나타날 시간이 다가온다.

 

‘카톡’

‘어디쯤이야? 나는 도착 10분전!’

문자를 보자마자 웃음이 나온다. 바로 전화를 하자 다이얼이 두 번도 울리기 전에 여자친구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응. 도착 10분전이면 동대문??”

“아니... 신설동역....”

“아. 그래. 그래. 종각역에서 내리지 말고 종로 3가에서 내려!”

“어? 왜?”

“종각에서 하루 종일 있을 거야? 종로 3가에서 내려서 뭐라도 먹고 커피 한잔 사 들고 가서 기다리자. 밖에 3,4시간 서있기 너무 추워.”

“느긋하게 가다가 제야의 종소리 못듣는거 아냐?”

“그니깐 적당히 조절하면서 가야겠지?”

“응! 알았어! 넌 어디야?”

“종로 3가 방금 도착해서 역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추우니깐 빨리와!”

“알았어. 지하철에서 내려서 날아서 갈께! 일단 지하철 안이니깐 전화 끊을께!”

“응. 너무 급하게 오지말구!”

“알았어 조금 있다 봐~”

15분뒤,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나의 여자친구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온다. 날아서 온다고 했으면서, 거짓말했다라고 삐진 척을 하면 여자친구는 내려서 지하 통로를 따라서 날아 왔다고 맞받아친다. 이런 식으로 오늘의 데이트가 시작이 되어, 예약을 해 둔 한식집을 가서 밥을 먹고, 카페에 사람이 너무 많아 자리가 있는 카페를 가기 위하여 여러 군데를 다니기도 하고, 그러면서 길 거리에 있는 가게에서 귀걸이도 하나 선물하고......, 즐거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제 청계천을 따라 종각을 간다.

“오늘 너무 춥다. 그치?”

여자친구의 말에 나는 가방에서 챙겨둔 핫팩을 꺼낸다.

“종소리 들으려면 이정돈 준비해야지”

“오 역시 센스. 근데 사실 나 옷 안에 몇 개 붙이고 오긴했는데 그래도 추워... 넌 괜찮아?”

“난 몇십개 붙였거든! 크크”

“뭐, 멋있진 않지만 내 남자 따뜻하게 다니니깐 좋다!”

“사람이 실용성이 있어야 되지 않겠어?”

“그러네.”

“저기야! 저기 사람 많은 곳!”

“......, 종이 안보이도록 많은데?”

“저기 맨 안으로 가려면 우리 오늘 출근 안하고 아침부터 죽치고 있어야 돼.”

“그럼 저 사람들은?”

“저게 직업인 사람들이거나 아님 오늘 휴가를 쓰거나 등등이겠지?”

“에잉. 아쉬운데.”

“그래도 연말에 이렇게 같이 있는게 좋은거 아냐?”

“그렇긴 한데, 그걸 말로 꺼내면 좀... 오글거리지 않아?”

“사실인데 뭐.”

“그 말이 제일 오글거리고”

“나 원래 이러잖아 크하하”

호쾌하게 웃는다. 그 웃음 소리에 여자친구도 따라 웃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의 웃음은 점점 사그러져 간다.

“갑자기 왜 그만 웃어?”

“아냐. 나 잠시 화장실좀 다녀올게”

“지금? 사람들 계속 오는데?”

“커피마셨더니 너무 마려워.... 미안!”

“에휴. 알았어. 여기서 자리 잡고 있을께!”

“조금 밖으로 나와있어, 찾기 쉽게.”

“알겠어!”

냅따 뛰어 역에 있는 화장실에 간다. 그리고 자꾸만 나오는 눈물을 감축기 위해 필사적으로 세수를 한다.

‘울면 안돼, 울만 안돼.’

스스로 되내인다. 울면 안되는데, 이건 슬픈 것이 아니라 정말 기쁜 것인데, 자꾸 눈물이 나오려 한다. 그렇게 조금 지나자 약간 마음이 가라 앉아 다시 여자친구에게로 달려간다.

“늦었는데, 배라도 아픈거야?”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나오지만 꾹 참아낸다.

“연아, 그런건 눈치 채도 좀 모른척좀 해주라!”

“뭘 잘못먹었을까? 걱정되네. 지금은 괜찮아? 매실이라도 사다줄까?”

“아냐 괜찮아졌어. 그리고 10분밖에 안남았잖아 이제.”

“그러네. 잘못하면 편의점 찾으려다가 종소리 들을지도 몰라.”

“그니까 말이야.”

잠시 대화가 멈추고 제야의 종소리 행사를 하는 장면을 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5분쯤 지났을까? 여자친구가 앞을 보며 사뭇 진지한 말투로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올 초에 만났을 때는 이렇게 될지 몰랐었는데.”

“그래?”

“응. 처음 보자마자 너가 날 좋아한다는게 너무 많이 느껴져서 엄청 부담스러워서 싫었거든.”

“자뻑이라고 뭐라하고 싶은데 맞는 말이라 뭐라 할 수가 없네.”

“그런데 진짜 네가 너무 나한테 잘해주고, 챙겨주고 하다 보니깐 그게 부담보다는 좋다는 느낌으로 점점 변하더라고, 그래서 생각해 보면 네가 나한테 너무 잘해주고, 챙겨줘서 내가 너한테 너무 못해준건가 싶기도 하고.”

“아냐.....”

“그래서 내년에는 너한테 더 잘해주려고, 내가 받은거보다 더 잘해줄께! 진짜로 잘 해 줄 거야. 올해는 너무 못해줘서 미안했고. 그러니 내년엔 꼭 기ㄷ.... 너 왜울어?”

기대하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돌아본 그녀가 당황해 하면 내게 묻는다. 나는 방금 그 말에 행복해서 라고 대답을 하면서 넘기려 한다. 그렇지만, 그러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 줄 사람은 아니다.

“무슨일 인거야? 왜 그래? 걱정되잖아. 응? 나한테 얘기 해 줄 수 없을까?”

말을 하고 있는 동안 제야의 종 카운트가 시작된다.

60.... 59.....

“아니야 괜찮아. 정말 괜찮아. 슬퍼서 우는건 아냐. 절대로.”

47.... 46......

그녀는 말 없이 나를 꼭 감싸 안아준다. 따뜻하다. 그 따뜻함에 나의 눈이 녹아내리듯 눈물이 더욱 쏟아져 내린다.

32.... 31.....

“연아..... 정말, 정말로 사랑해.”

“나도 알아. 우리 그냥 이대로 있자.”

19.... 18....

“우리 마지막 10초는 같이 카운트 할까?”

“응”

10....9.....8......

“진짜 진짜 사랑해!”

“나도!”

3....2.....1.......

카운트가 마침과 동시에 종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나를 감싸 안던 그 따스함도 사라진다.

 

 

신은 나에게 큰 축복을 주었다. 그리고 방금 곧 그 축복이 나타났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고통받지 않고 행복한 나라로 갈수 있는, 나는 신에게 큰 축복을 받았다.

 

 

 

집에서 뜬금없이 소재가 떠올라 단편소설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