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철은 벌레와 풀뿌리로 배를 채우고는 걸어갔다. 영양소를 얻기는 했지만, 안내창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은 더 강해졌다. 시철이 앞으로 계속 걸어가는데 안내창이 떴다.

 

[지도와 지형이 많이 다릅니다. 계획을 수정합니다]

 

[수정중]

 

[언덕을 오르십시오. 전망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 안내창을 본 시철은 투덜거리며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지 않으면 강제로 조종할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철이 언덕을 오르고 지쳐서 주저앉았을때 안내창이 떴다.

 

[수인 개체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구조한다면 지도를 개선할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것입니다.]

 

그 안내창을 본 시철이 둘러보니 정말 저 멀리에 수인 소녀가 트롤에게 쫓기고 있는것이 보였다. 그리고 안내창의 내용을 곱씹더니 너무 실익을 따지는 글이라는 생각을 했다.

 

시철은 그 소녀를 구조하고자 했으나 거리가 꽤 있었기에 구해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어떡하지... 너무 멀어..."

 

[총기 사용을 허가합니다.]

 

그 안내창이 뜨고 시철의 옆구리에서 총이 나왔다. 이런 그로테스크한 광경에 시철은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해 지고는 트롤의 머리에 총을 조준했다.

 

상황은 꽤나 급박했다. 쫓기던 소녀는 넘어졌고 트롤은 몽둥이를 치켜들고 있었다. 시철은 신중히 숨을 고르고는 총을 격발시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트롤은 머리에 구멍이 뚫려서 사망했고 소녀는 어리둥절 하고 있었다.

 

시철은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가고는 소녀의 얼굴을 보았다. 개 수인으로 보였는데 꽤나 외모가 훌륭했다. 시철이 말하려는 찰나 소녀가 먼저 말했다.

 

"... 식량?"

 

수인 소녀는 시철을 식량으로 본것이었다. 수인은 대체적으로 인간을 식량으로 삼은 듯 했다.

 

"아니야. 내가 너를 구해준 사람이야."

 

"우음... 사람은 식량인데 나를 구했네?"

 

그 말에 시철은 당황했다. 본인이 왜 식량이란 말인가. 그러나 이내 침착해 지고는 말했다.

 

"내가 길을 잃었는데 길안내좀 해줄 수 있어?"

 

"어디로 가는데?"

 

그러자 시철이 팔을 뻗어 그 미지의 국가가 있는곳을 가리켰다. 그리고 말했다.

 

"저곳에 있는 국가로 갈거야."

 

"아아... 그렇구나? 식량은 위험한 곳으로 가네?"

 

"거기가 위험해?"

 

"거기서 많은 수인이 죽었어. 지금도 우리랑 전쟁중인걸로 아는데..."

 

 그 국가가 수인들이랑 전쟁중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그보다 이 수인이 길안내에 협력해줄지 의문스러웠다.

 

[저항할경우 고문해야 합니다.]

 

안내창은 정신나간 비윤리적인 글을 띄우고 있었다.

 

"어... 길안내를 해줄 수 있어?"

 

"원래는 안되지만, 심심하니까 도와줄게!"

 

잘된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수인과 함께 정상적이고 효율적인 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내 이름은 강시철이야. 너는?"

 

"나는 쉰 시레트야. 식량은 왜 그곳에 가려는거야?"

 

그 말을 들은 시철은 깨달았다. 내가 왜 이 고생을 해가며 뭔가 위험할것 같은 국가에 가야허지? 안내창이 퀘스트라며 가라고 하긴 했지만, 딱히 갈 이유는 없었다. 안내창이 영사 시스템의 일환이 아닌것 같기도 하고... 

 

그런 시철의 생각을 알아챘는지, 안내창이 떠올랐다.

 

[그 국가와 협력하여 마왕을 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안내창의 내용이 꽤나 그럴듯 했기에 시철은 믿기로 했다.

 

"어... 그 국가랑 협력해서 마왕을 잡으려는 거야."

 

"우와아아! 식량들이 모이면 마왕도 잡을 수 있구나? 식량은 꽤나 대단했네?"

 

"그렇지 뭐..."

 

시철은 말을 얼버무리고는 계속 걸어갔다. 한참을 걸어가자 소녀가 말했다.

 

"나 배고파."

 

"그럼 어떡하지?"

 

"식량을 구해와. 안그러면 식량을 먹을거야."

 

시철은 당황했다. 저 말은 고유명사랑 명사가 겹치기는 했지만, 분명 먹을걸 주지 않으면 시철을 죽이겠단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