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철은 시레트가 없는것에 크나큰 공허함을 느꼈다. 유일한 말동무 였기 때문이다. 안내창은 필요한 말만 해서 인간미가 없었다. 그건 둘째치고 시철은 안내창에게 다시 물어봤다.

 

"그래서 총알이 몇개 있냐고?"

 

[총알을 아껴야 합니다.]

 

계속 이런 대화의 반복이었다. 제국이 적대적으로 나설경우 총으로 쓸어버리고 튀어야 했기에 한 정당한 질문인데도 안내창은 대답해주지 않았다. 물론 그런 안내창의 태도가 시철의 총알 과소비를 막는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었다.

 

시철은 계속 걸어갔는데, 문명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안내창이 보여준 지도에 따르면 계속 전진하는게 맞았지만, 국가가 있다고 표시된 지역 부근은 지형이 세세하게 그려져 있지 않았기에, 신뢰가 가지 않았다.

 

시철이 투덜거리며 걸어가는데 땅이 흔들리는것이 느껴졌다.

 

"뭐... 뭐야!"

 

[진도 6의 지진입니다. 조심하십시오]

 

땅이 너무 심하게 흔들렸기에 시철은 몸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던 와중에 안내창이 계속 띄워졌다.

 

[진도 7입니다.]

 

[진도 8입니다.]

 

 

본래 지진이 이렇게 순차적으로 강해지던가? 시철은 너무나도 강력한 지진에 쓰러지기를 반복하면서도 의구심을 느꼈다. 이건 지진이 아니라 다른 무엇인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땅속에서 붉은 몸체를 가진 괴물이 튀어나왔다. 전에 진창길을 지나가고 나서 본 그 괴수와 닮았으면서도 다른 부분이 꽤나 많았다.

 

시철은 얼른 뒤로 물러섰고 총을 꺼내들었다. 시철은 선제공격을 가했는데 마치 특수공작원 마냥 눈과 이마에 정확히 쏘았다. 그러나 그 괴수는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얼굴의 다른 부위가 총알에 맞았고 별다른 타격이 없는듯 보였다.

 

"젠장! 무슨 껍질이 이렇게 단단해?"

 

괴수는 몸 전체에 단단한 외피가 있었다. 동작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인지 관절에는 외피가 없었지만, 애초에 관절은 뼈였기에 약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괴수는 두꺼운 팔을 시철에게 휘둘렀고 시철은 총을 수직으로 들어서 막아냈다. 뒤로 빠지는 동작과 함께 이루어진 행동이었기에 총은 부러지지 않았다. 다만 시철이 꽤 멀리 밀쳐졌다.

 

시철은 팔이 아픈듯 팔을 휘저었다. 그런 시철에게 안내창이 떴다.

 

[괴수가 돌진을 준비합니다. 회피는 불가능 합니다.]

 

그 글대로 괴수는 돌진 동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철이 어디로 피하더라도 그쪽으로 돌진하면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철은 괴수에게 총을 조준했다.

 

그시각 대통령 비서실

 

"야. 나 너무 힘들다... 대통령님이 계속 일본의 총리랑 회담만 하고있으니 할일이 너무 많아..."

 

"에이... 힘내~ 다 국민을 위해서 그런거잖아~ 너만 힘들겠어? 대통령님도 마음고생이 많을거야."

 

"그건 그렇긴 한데... 정말 성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 맞아? 도저히 못믿겠어."

 

"어... 그거 실패할걸? 추산하기로는 성공률이 14퍼센트 였다니 말 다했지 뭐."

 

"하아... 그래도 이거라도 안하면 희망이 거의 없으니... 그런데 왜 그... 강시철이었나? 그 민간인을 보낸거야?"

 

"너. 그거 몰라? 알만한 사람은 다 알던데."

 

"뭔데? 비리 같은거야?"

 

"그게 아니라... 강시철은 육군으로 군복무를 했거든."

 

"군인출신이야?"

 

"아니 그냥 국방의 의무... 아무튼 강시철이 사격을 했는데 과녁의 중앙에 정확히 맞았대!"

 

"그거야 특전사들은 다 하는거잖아."

 

"아니... K5로 200m 거리에서 다 맞췄다니까?"

 

"뭐? 근데 일반 장병들은 그총 잡을 일 없잖아. 그냥 소문 아니야?"

 

"그 부대의 장교가 시철이 K2로 백발백중을 하는걸 보고 한번 시켜봤나봐. 그랬더니 그런 결과가 나온거지..."

 

"그거... 사람 맞아?"

 

"아무튼 군대에서 직업군인 할생각 없냐고 했는데 짜증내면서 그냥 전역할거라고 했대. 참... 아쉬운 일이지."

 

"결국 납치당해서 이세계로 갔잖아."

 

"어. 죽을게 뻔한데 부탁한다고 그 일을 할리가 없으니 그렇게 한거래. 한국이랑 일본을 통틀어서 그만한 인재는 없었으니까."

 

 

 

 

그시각 시철은 괴수에게 총을 격발하기 시작했다.

 

총알은 정확하게 괴수의 머리를 맞췄는데, 눈이 아니라 이마의 정중앙이 쏘았다. 그것도 한발만 맞은게 아니라 모든 총알이 그곳에 맞았다.

 

시철에게 달려들 준비를 마쳤었던 괴수는 총알에 맞으면서도 시철에게 돌진했다.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시철은 침착하게 괴수의 이마에 총알을 맞추었다. 20발이 넘는 총알을 급박한 찰나의 시간 속에서 명중시킨 것이다.

 

시철은 결국 괴수에게 부딪혀서 날아갔다. 이번에도 총을 방패로 삼았지만, 시철은 꽤 먼거리를 꼴사납게 굴러갔다. 시철의 복부에 큰 충격을 받았음은 확실했고 손목은 부러졌다.

 

시철은 그 상황에서도 괴수를 보았는데, 괴수의 이마가 깨져있었다. 게다가 피가 흐르고 있었는데, 괴수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마를 깨버린 총알이 괴수의 뇌를 해집었기 때문이었다. 괴수는 죽어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시철은 고통을 느끼면서도 기쁜듯 웃었다. 그런데 땅이 다시금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더 있었던거야?"

 

정말 더 있었다. 3개체의 붉은 괴수가 땅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아아... 망했다."

 

[임무 실패가 예상됩니다.]

 

괴수들은 하나같이 시철을 노려보며 공격할 준비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