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


"그러게, 너무 예뻐."


그녀의 손가락이 밤하늘을 가리킨 채로 허공을 위에서 아래로 그었다. 간만에 들떠있는 목소리였다. 나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실은 그녀가 무엇을 가리키며 말했는지 제대로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하지만 그녀가 실망하는걸 원치 않았기에 나도 모르게 적당한 말을 둘러대며 대답을 해버렸다.


"나 좀 일으켜 세워줄래?"


휠체어에 앉은 그녀의 팔을 부축하며 그녀를 일으켜 세운다. 너무나도 가벼웠다. 그녀의 몸이 온전히 나에게 기대어져 있지만 전혀 힘이 들지가 않았다. 실없는 소리라도 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두 사람 다 한동안 아무 말을 하지 않은 채 침묵이 흘렀다. 무슨 말이라도 꺼내야겠다는 생각에 옆에 있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나의 존재를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하늘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몰두하고 있었다.


"별똥별은 자신의 몸을 태우면서 떨어지는거래." 


말을 하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에 뭐가 있나 싶어 나도 같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몸이 부스러지고 불 타오를 정도로 필사적이라서 그렇게 아름답게 빛나는걸까... 그래서 그렇게 애절하고 찬란하게 빛나는걸까..."


목소리는 여전히 밝았지만, 살짝 떨리는 듯 했다. 명백하게 불안을 느끼는 그녀의 손을 말없이 꼭 잡아주었다. 그제서야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내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그 미소조차 슬퍼보였다. 


확실히 별똥별은 찰나의 짧은 순간 타오르며 생을 다한다. 생을 다한 별똥별이 다시 밤하늘을 빛낼 일은 없다. 하지만 그녀는 모르는 것이 있다.


나는 그대로 그녀의 허리와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안은 채 입술을 맞추었다.


처음에 당황스러워서 조금 버둥거리는 그녀였으나 이내 받아들여 주었다. 물기없이 마른 그녀의 입술은 나에게 생명력을 얻어가 듯 촉촉해져갔다. 그녀의 떨림이 멈추는게 느껴졌다.


기분탓인지 그녀의 얼굴이 살짝 빨개진 거 같았다. 그녀는 장난스럽게 입술을 내민 채로 내 가슴을 두들겼다. 


"확실히 빛을 내는건 한순간일지 몰라. 하지만 니가 그 광경을 영원히 기억하고 있으면 되는거야. 그것만으로 그 별똥별은 너에게 있어서 영원히 존재하는 거니까. 그리고."


살짝 쑥쓰러워서 말이 한번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끝까지 말을 하지않는다면 그녀는 나를 평생 원망할테지.  


"나도 마찬가지야."


"너어..."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떨었다. 살짝 긴장을 하며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면 아까 보지도 않고 대충 대답한거지?"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는 그녀의 모습에 안도를 느꼈다. 그러니까 얼버무리기로 하자. 그녀는 멋쩍은 듯 웃으면서 계속해서 따지고 들어온다. 그 모습에는 더 이상 슬픔은 비치지 않았다.


"이제 추우니까 슬슬 돌아가자."


아로새긴 그녀의 모습, 그리고 나에게 닿았던 그녀의 촉감 그리고 이 환한 미소. 그 모두가 나의 밤하늘을 영원토록 빛낼 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