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식민지 조선의 작은 도시 나진에 김씨와 최씨가 살았다.

김씨는 식민지 시대 일제의 탄압과 억압을 꿋꿋이 이겨내었다. 인내심이 강하던 김씨는 비록 소작농이었지만, 많은 차별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버텨갔다. 그의 아들인 창식이는 김씨가 마흔에 겨우 낳은 자식으로, 김씨는 태평양전쟁때 그만 징용되었고, 사할린에서 행방불명되었다. 창식이는 6.25 전쟁때 여러 번 죽을 위기를 넘기고, 김일성과 북한 정부에 충성을 바쳐 라선지구 건설에 참여하고 그 공적을 인정받아 로동당 라선시당 위원장이 되었다.

최씨는 김씨의 이웃이자 오랜 친구이다. 최씨는 일제의 억압을 버티지 못하고 어느 날 아내를 데리고 소련 연해주로 건너갔다. 최씨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농사를 지었으나, 어느 날 기차에 탄 뒤 기차에서 죽고 말았다. 그의 아들은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났고, 이름은 블라디미르였다. 블라디미르는 매우 똑똑하여 국영석유기업에서 일하던 중 지역 당서기로부터 대학 진학을 권유받았고, 모스크바 대학을 졸업했다. 그러던 중 1990년 석유기업의 에스토니아 지사장으로 있던 그는 에스토니아의 분리독립과 함께 석유기업의 회장이 되었고, 에스토니아어를 할 줄 알던 그는 다른 고려인들과 달리 에스토니아의 국민이 되었다.

순간의 선택으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 두 남자. 그리고 이 두 남자가 이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