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지의 조타수 마시케는 항해사의 명령에 따라 그 정체불명의 물체 방향으로 공간선을 이동시키며, 옆의 동료들과 그 물체의 정체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야야 저거 그냥 인공위성 파편인데 우주센터에서 쓸대없이 ㅈㄹ한거다에 200쿠로(지구의 한국 화폐로 약 만 원) 건다."

"그럼 나는 저거 외계 우주선이다에 내 와이프 건다."

"? 니 와이프는 줘도 안 가져가 ㅋㅋㅋ"


그냥 위성의 파편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몇몇은 다른 우주의 생명체가 보낸 메시지 비스무리 한 거라 주장하기도 했다. 

"마시케, 너 우리 병 걸려 뒤지라고 일부러 느리게 운전하냐?"

"야 빨리 좀 가봐! 뭔지 ㅈㄴ 궁금하구먼. 원래 이 배(아르카지)가 이렇게 느렸어?"

또, 애꿎은 마시케더러 속도를 내라며 제촉하는 놈들도 상당수 있었다.

"아니 좀 닥쳐! 이 배가 후져서 느린 걸 나더러 어쩌라고! 이미 최고속도야!"

라고 마시케가 한 마디 하고서야 그들은 조용해졌다. 그러는 동안에도, 아르카지 5호는 서서히 그 물체를 향해 나아갔다. 

200... 150... 100... 90...

계기판이 물체까지의 거리가 방금 명령받은 70페소에 가까워짐을 알리자, 마시케는 속도를 서서히 줄였다. 이윽고 잠시 후, 아르카지는 그 물체에서 70페소(이 별에서 10페소=지구에서 대략 1킬로미터) 거리까지 다가갔고, 더 가까이 가면 그 물체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함장은 배를 멈췄다.

"이곳에서 전자 쌍안경으로 해당 물체를 관찰, 화면을 앞의 스크린에 띄우고 그것을 쿠라간 우주센터에 전송한다."

거리가 아까보다 훨씬 가까워졌기 때문에, 작은 점 같이 보이던 그 물체는 이제 승조원들이 형태를 어렴풋이 볼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보였다. 마시케의 눈에는, 그 물체는 기둥 위에 커다란 원 비슷한게 얹혀진 것처럼 보였다. 그때, 그 물체 쪽으로 전자쌍안경 각도를 조정하던 제2 항해사 마르고가 탄성을 질렀다.

"야야 뭔데!"

"도대체 뭘 봤길래 그래?"

"기다려봐 내가 화면에 띄워줄테니까."

화면 앞으로 함장과 항해사를 포함한 모든 선원들이 몰려오고, 몇 초후, 화면에 물체의 자세한 형태가 나타나자 선원들은 아까의 마르고와 같이 일제히 탄성을 내질렀다.


"약간 잘려서 나오긴 했지만, 이게 그 물체를 100배율로 확대한 모습입니다."

마르고가 보고하자, 선원들은 각자의 반응을 보였다.

"끝났구먼 ㅋㅋㅋㅋ 야 아까 파편이다에 200쿠로 건다는 놈 어디갔냐? 이 ㅅㄲ 튀었어?"

"외계인이 진짜 있었어?"

"와 ㅁㅊ 저런 걸 도대체 어디서 보낸거지? 어디 쓰라고 만든건진 몰라도 잘 만들었구먼"

"저게 잘 만들었다고? 니 눈이나 다시 제대로 수술하고 와라"

"모두들 조용히 해!"

결국 함장 래자파가 나서서야 이 소동은 일단락 됬고, 래자파는 마르고에게 저 물체에 대해 상세히 보고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물체는 우리 아르구스 행성의 어떤 인공위성과도 형태가 판이하게 달라, 인공위성 파편 같은것일 가능성은 전혀 없고, 생긴 걸로 보면 유성은 당연히 아닙니다. 결국, 제 판단으로는 외계 비행체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입니다."

다시 한바탕 웅성거림이이 일었다.

"마르고, 저 물체가 외계 비행체라면, 자네의 판단으로는 무엇에 쓰려고 만든 것이며, 우리 아르구스 별에 대해 적대적인 의도가 있어 보이는가?

"일단 적대적인 의도가 있었으면 우리가 다가갈 때  뭔가 움직임을 보이거나 무기 같은 걸 사용했을 것입니다. 그냥 정찰용이나 탐사선 비슷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행성을 침략하려고 와서 탐사선으로 위장 중일 수 있지 않은 가?'

"침략 목적이면 1척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언가가 타고 있을 가능성은?"

"타고 있었으면 이미 우리한테 뭔가 반응을 보였겠지요."

"알겠네. 우주센터에 해당 자료를 전송하도록 하게나."

-------------아르구스 행성, 쿠라간 우주센터--------------

"센터장님, 아르카지 5로부터 사진과 자료들이 도착했습니다."

아까 아르카지의 보고는 여태껏 이곳 아르구스 행성 전세계의 과학자들이 우주와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연구해낸 그 어떤 성과보다도 흥미롭고 고무적이었기에, 쿠라간 우주센터 직원들 중 최고의 수재라는 센터장 까지 와서 주목하고 있었다.

아르카지로부터 도착한 사진과 자료들을 본 센터 연구원들의 반응은, 아까 아르카지의 선원들이 보여준 것 보다 훨씬 격했다. 누군가는 제자리에서 소리를 지르며 날뛰었고, 또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그들은 약간 진정된 상태로 자료들에 대해 열심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여러분 이리로 와보세요!"

"뭔데?"

"아르카지로 부터 온 사진을 확대해 보니까 무슨 외계 문양이나 문자 비슷한게 나왔습니다!"

그 연구원은 확대한 사진을 맨 앞의 큰 화면에 띄웠고, 그 외계 문양(?)의 정체는 이렇게 생겼었다.

VOYAGER II, from United States of America of Ear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