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t's just us, it seems like an awful waste of space.(우주에 우리만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일 것이다)

-칼 세이건


"쿠라간 우주기지, 여기는 아르카지 5. 대략 10분 뒤 아르구스 대기권에 진입할 예정이다."


"여기는 쿠라간, 고향에 돌아온 걸 환영한다."


광활한 우주 가운데 한 줌만한 은하. 그 안의 한 나선팔에 걸쳐진 자그마한 울트루 항성계, 그 안에서 유일하게 생물이 거주 가능한 환경인 아르구스 행성으로 아르카지 5라는 이름을 가진 공간선(이곳 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다)이 진입을 준비하고 있었다. 방금 전 우주기지와 통신을 주고 받던 이곳의 함장 래자파는, 이 별의 최고인 크루노 중에서도 으뜸으로 쳐주는 명석한 두뇌와 부지런한 성품을 가진 훌륭한 자였다. 크루노들은 머리 윗부분에 거대한 혹이 나고, 몸은 타원형으로 생긴대다 팔이 좌,우,앞에 3개, 다리는 좌,우,중간에 3개가 달린 이 별을 지배하는 종족이다.


그를 포함한 모두가 임무를 마치고 오랜만에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와 들뜬 기분으로 착륙을 준비하고 있었고, 래자파 역시 자신의 가족들과 그가 평소에 즐겨 피우던 풀연기를 간만에 피울 생각에 매우 들떠 있었다.


"함장님. 착륙 장치 모두 이상 없이 가동 가능합니다."


"진입 궤도 계산 완료되었습니다."


그의 부하들이 착륙을 준비하기 위해 연달아 그에게 보고했다.


"착륙 장치 가동하도록 하게."


가동 버튼을 누르려던 항해사 로이그의 눈에, 우측 창문으로 들여다보이는 우주공간에 인공위성 비스무리한게 떠있는 것이 보였다. 인공위성이야 오랜기간 공간 비행사로 있었던 그가 아르구스에 돌아올 때 흔히 보던 물체였지만, 그가 알기로는 이 시간에 주변을 지나가는 인공위성은 없었다. 그 인공위성 같은 물체를 유심히 살펴본 결과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더 발견했는데, 보통이면 정해진 고도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할 인공위성이 조금씩 그의 고향별, 아르구스로 떨어지는 것이다.


"함장님, 긴급한 보고입니다."


"무엇이지? 로이그."


"우측 우주공간에 인공위성 같이 생긴게 떠있는데, 이 시간에 근처를 지나가는 인공위성도 없을 뿐더러, 그 물체는 지금 서서히 아르구스로 낙하하고 있습니다."


함장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착륙 절차를 중지시킨 다음, 우주센터에 해당 물체에 대해 문의했다. 우주센터의 답은, "지금 불러준 좌표에는 인공위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물체에 근접해서 관측한 후 복귀하라는 추가 지시는 덤이고. 평소라면 뜬금없이 추가지시가 내려진 것에 대해 선원들이 항의해야 정상이지만, 정작 그 선원들 역시 창문에 불어 우측의 물체를 보는데 정신 팔린 상태였다.


"우측의 물체에 70페소(지구에서 약 7킬로미터) 거리까지 접근한다."


지시를 내린 래자파 함장 역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오른쪽의 물체는 무엇일까? 아마 오래전에 파괴된 인공위성의 파편? 우리 별로 떨어지는 유성일수도? 아니면 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