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프롤로그)-https://arca.live/b/writingnovel/893280?p=1 (0화부터 봐야 여기 용어들과 내용이 이해 됨)

1화-https://arca.live/b/writingnovel/893547?p=1


아르카지 5호가 쿠라간 우주센터 인근의 활주로에 착륙하자마자, 센터장을 필두로 수많은 연구원들이 바퀴가 달린 차(휠체어)를 탄 선원들에게로 몰려왔다.


"함장, 그 우주선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줘!"


"어떻게 그런 걸 본 거냐?"


"여러분! 이곳의 선원들은 오랜 우주여행으로 지쳐 휴식이 필요합니다! 진정하세요!!"


센터장이 간신히 소동을 말린 후, 선원들은 감압실로 향해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 시각, 그 비행물체는 쿠라간 우주센터가 위치한 이탈로 라는 대륙에서 5000페소 (지구 단위로 500km) 떨어진 바다로 떨어졌고, 예상 낙하지점에서 대기하던 이탈로 소속 연구원들은 그 비행물체를 수거해 그들의 공립 연구소로 운반했다. 같은 시각, 쿠라간 센터 발표장(지구의 기자회견장 비슷한 곳)


"이탈로 대륙의 자랑스러운 주인(국민을 이렇게 부름)여러분, 아르구스의 모든 크루노 여러분. 오늘 태양이 지상에서 수직으로 올라간 시간 즈음,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공간선 선원들은 정체불명의 물체를 발견했으며, 저희 연구원들과 선원들이 관측한 결과 외계 비행체가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발표장은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연구원님! 그러면 외계인은 실존하는 것입니까? 만약 존재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모양입니까?"


"질문은 발표 후 따로 받겠습니다. 어쨋든 그 비행선은 우리 이탈로 대륙 근해에 추락했고, 공립 연구소 연구원들이 인양해서 더 자세히 관찰한 결과 안에서는 생명체의 반응이 없었지만, 겉면에는 외계의 것으로 추정되는 문양, 혹은 문자와 중간에 원 모양의 구멍이 뚫린 황금색 원판을 발견했습니다. 그 원판에도 역시 아까와 비슷한 모양의 문양들이 새겨져 있으며, 앞이 삼각꼴이고 몸체는 기둥 모양의 문양이 원판 둘레를 따라 그려진 걸로 봐서는 아마 원판을 특정한 방법을 사용해 돌리라는 의미로 추측 됩니다. 그 이외에 다른 것은 밝혀진 사항이 없습니다. 질문 있습니까?"


"연구원님! 그 비행체를 외계 생명체가 보낸 목적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그것은 아직..."


쿠라간 우주센터의 선임 연구원이 질문에 답변하느라 진땀을 빼는 동안에도, 공립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그 원판에 담긴 의미를 열심히 해석하고 있었고, 이탈로 대륙과 같이 이 행성의 유이한 대륙인 디갈라에서는 이탈로 대륙의 주인인 아르칸 크루노(지구식으로 아르칸 인)들이 기밀로 부치고 연구중인 그 외계 비행체의 비밀을 어떻게든 캐려는 시도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가지려는 자가 있으면 지키려는 자도 있기 마련.


"이봐 쿠르바누, 밑의 정탐원들로 하여금 이탈로 놈들이 가진 비행체에 관련된 사실을 가능한 많이 가져오도록 하게. 그 안에 혹시라도 외계의 선진적인 군사기술 같은 거라도 있으면 우린 경쟁에서 지는 거야!"


"디갈라 대륙놈들이 우리의 비행체의 정보를 빼가려고 발악을 할 것이다. 단 하나라도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게 지켜!"


이렇게 다른 한 구석에서 그들만의 치열한 첩보전이 전개되는 와중에도, 이탈로 공립 연구소에서는 그 비행물체, 특히 황금 원반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었다.


"여러분. 이 비행체 자체에는 딱히 주목할 만한 것이 없는 걸로 봐서는, 이 비행체의 핵심적인 비밀은 이 금색 원반에 들어있을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어디 봅시다."


공립 연구소의 최말단 심부름꾼(지구 식으로는 사원 정도)이 그 원반을 가져오자, 이탈로 대륙 최고의 수재들만 모였다는 공립 연구소의 연구원들 조차 난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을 나타내는 건가?" 


"다른 건 모르겠습니다만 오른쪽 위의 건 우리 행성의 물에서 치는 파도 아닐까요?"


"그 행성 사람들이 파도를 왜 그려? 난 아래쪽에 있는 광선같은게 우리 행성에서 보이는 항성을 닮은 것 같은데?"


"일리 있긴 한데 아까 당신 말 대로라면 그게 그거 아니야? 차라리 그 행성에서 쓰는 언어를 쓴 거라고 하는게 더 그럴듯 하겠다!"


토론은 아주 오랫동안 진행되고, 결국 그 외계 행성의 언어를 쓴 거라는 의견이 우세한 채로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기로 모두 합의했다. 아까 금색 원반을 가져온 심부름꾼 마데스는 배변이 마려워 배변소를 갔다오러 잠깐 토론실을 나갔다.


"하여간 머저리들. 평소에 나한테 일 시키는건 잘하면서 정작 지들이 일해야 할 때는 왜 저러나 몰라? 그러고 보니 내 자식들을 마지막으로 본게 얼마만이지? 간만에 화상통신판으로 목소리 좀 들어야겠어."


화장실에 갔다온 마데스는 화상통신판에 자신의 집 고유좌표를 입력했고, 잠시후 통신판에 자식들과 아내의 얼굴이 나타났다.


"마데스! 이게 얼마만에 얼굴을 보는거야!"


"아빠!!!!"


"오냐 얘들아. 아빠 없어도 잘 지내는구나!"


"아빠는 무슨 일 하느라 이렇게 안 들어오는거야?"


"아빠는... 우리 모든 크루노들이 아직까지도 모르는 걸 밝히는 일을 하는거야. 말하자면 우리 크루노들을 한층 더 강하게 만드는? 그런 일."


"역시 우리 아빠야!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하는거였어? 그런데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걸 어떻게 알아?"


"유아교육원에서 과학 배우지? 그걸 커서도 계속 열심히 배우면 그 과학을 잘 써서 알아낼 수 있어."


"어떻게 그래? 과학이 그렇게 대단한 거야? 과학만 있으면 모든 걸 할 수 있어?"


"아빠가 나중에 오면 꼭 자세히 설명해주마. 미나, 나는 일 때문에 돌아가야 돼. 아이들을 잘 돌봐줘."


"걱정 마! 힘내서 열심히 하고 빨리 들어와 줘! 사랑해!"


아내의 격려를 뒤로 하고, 토론실로 들어가던 그는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과학... 과학만 있으면 정말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과학이란 걸로 해결 못하는 일도 존재한단 말인가? 그 행성에서도 과학을 써가지고 이 비행체를 여기로 보냈... 잠깐, 과학? 그 행성에서도 어쩌면 기초적인 과학 지식은 우리랑 공유하고 있을 수도! 그들도 그 기초적인 과학지식을 이용해 다른 생명체들과 소통하려고 하는 걸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며 토론실로 가는 그의 걸음은 점점 빨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