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에 탑승한다는 것은 원래 있던 지역을 떠나 머나먼 타지로 간다는 것을 뜻한다. 나는 자유와 행복을 찾아 이 저주받은 고향을 떠난다.

어디보자... 칫솔, 땅콩버터, 한통을 가득채운 사탕 등등... 잘 챙긴 것 같다.

잠시 기다리자 검은빛의 웅장한 열차가 증기를 내뿜으며 승강장에 도착한다. 그래... 이제 떠나자. 

"아, 아니 이 열차가 아니구나."

실수로 274번 열차를 탈뻔했다. 저건 사막으로 가는 열차다. 죄수들 유배보낼때 쓰는 열차인지라 살아돌아온 사람은 없다고 한다. 

멍청하게 열차 문 앞에 서있는데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경찰과 죄수복을 입은 사람들이 다가온다.

아아 비켜야지. 나는 저들과 격이 다르니까.

비켜야지.

비켜야지.

비킬 수 없다. 저들이 몰려오자 나는 강제로 밀려서 열차 안으로 들어가졌다.

"아... 안돼! 나는 309번 열차를 타야한단 말이야!!"

그러나 열차는 출발하기 시작했다. 아아 맙소사...! 앞에 경찰이 보이니 사정을 설명하자.

"저기... 저는..."

"닥쳐라! 나는 제국의 위대한 경찰. '폰 하루'다!"

젠장... 어깨의 견장을 보니 직급은 경위다. 귀족 특유의 서민혐오를 갖고있을 확률이 높았다.

하루 경위는 각잡힌 여성용 경찰제복을 입고있었고 허리춤에는 리볼버가 들어있었다. 제압하고 나온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체념하며 근처의 죄수에게 말을 걸었다.

"저는 김화기라고 합니다. 심심하진 않으신가요?"

그러자 죄수가 대답했다.

"그리 심심하진 않-"

"닥쳐라!!"

하루 경위가 죄수의 말을 끊고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다.

"어딜 감히 불결한 하층민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이냐!"

저 망할 경위가...

나는 그 전설적인 유배지까지 아무말도 못하고 가야하는 것일까? 크게 상심하여 침울하게 있는데 아까 대화하려다 실패한 죄수가 나에게 쪽지를 건넸다.

나는 조심스럽게 쪽지를 펴보았다.

'먹을거 있으신가요? 배고픕니다.'

쓰잘데기 없는 쪽지였다. 나는 보란듯이 쪽지를 구겨서 던져버렸다. 그러자 상심한 죄수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하루 경위가 그 모습을 지켜보더니 쪽지를 주워서는 읽어보았다. 그리고 크게 진노하여 말했다.

"뭐야! 왜 밥이 안나오는거야? 생각해보니 7시간동안 굶었잖아?! 주방장!!!"

그러자 주방장이 놀라서는 달려와서 말했다.

"무... 무슨일이신가요?"

"밥이 왜 안나오는거야?!"

"그... 그게! 죄송합니다! 낮잠을 좀 잤습니다!!"

"다시 이런일이 생긴다면 가만두지 않을것이다!"

사건은 일단락되어 1시간 정도 지나자 승무원들이 호밀빵을 들고와서는 죄수들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물론 경위가 먼저 받았고, 나는 엉겁결에 빵을 받게 되었다.

경위는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빵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가방에 땅콩버터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저기 경위님..."

"닥쳐라!!"

나는 속으로 욕을 하며 땅콩버터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러자 경위님은 놀란듯 눈을 크게 떴다.

"호오... 서민 주제에 이런걸 들고다니는구나!"

하루 경위는 호밀빵에 땅콩버터를 바르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빵을 먹기 시작했다. 땅콩버터를 바르니 호밀빵이 그나마 먹을만한 수준이 되었나보다.

다시보니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빵을 먹는 경위의 모습이 퍽 귀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