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로 나아가다,
무언가를 보았다.
낙엽을 치우고 남은 앙상한 나무,
추위에 떨며 지나가는 행인,
나와의 역방향으로 달리는 차량,
몇 초 전만 해도 댕댕거리던 경보,
요새엔 기적소리가 없는 기차,
하품하며 막 가게를 열 채비하는 점주,
높은 담에 앉아 제 얼굴을 정리하는 고양이,
귀편을 지나쳐 정류장에 다다라 느려지는 버스,
우루루 몰려 타고 내리는 시민,
껌벅이다 붉은빛을 표시한 신호등,
시멘트를 부어 도로와 색이 다른 건널목,
올곧은 강 위로 난 삐걱대는 소리의 다리,
경적 소리가 이따금 울려오는 교차로,
전광판에 불을 넣은 지 한참 된 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