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 소드 채널

루티온이 거울에 들어가자 수르트카단의 초대 단장이자 7대 최강 중 한 명인 만레이우스 L 키건이 보였다. 루티온이 말했다.

"만레이우스 L 키건 님!"

"그래, 만레이우스다. 근데 너는 누구냐?"

"루티온 레나이스입니다. 플라즈마 소드를 가지고 마왕을 죽이러 왔습니다."

루티온이 자신을 소개했다. 만레이우스가 말했다.

"아아, 아직도 마왕을 무찌르지 못했구나. 내가 마법사 마을에서의 싸움 때문에 죽지 말았어야 했는데..."

만레이우스가 회상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지? 죽어있는 동안 계속 현세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몹시 궁금해지더구나."

 

루티온이 만레이우스에게 그동안의 일들을 짧게 설명했다. 비트립이 병단을 꾸린 것부터 카일라, 이스밀라, 갈릴레우 등을 만난 것, 그리고 미르랑 대판 싸웠다는 것까지...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블랙홀 때문에 저랑 이스밀라랑 갈릴레우랑 수르트카단의 열두어명만 남고 다 빨려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키무두한 님께서..."

"잠깐, 블랙홀에 빨려들어갔다고?"

2분정도 지속된 설명을 끊고 만레이우스가 뭔가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네, 불행히도 그렇습니다."

"아 씨, 이 세르세바 새끼가..."

"세르세바 씨는 왜..."

"여기서 알려주는데, 세실리아를 죽인 건 세르세바다."

"예?"

"그리고 그 블랙홀의 주인도 걔고."

"예? 그게 진짜에요?"

루티온이 놀라며 말했다. 만레이우스가 그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진정해, 진정해. 전부 다 사실이야."

루티온이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만레이우스가 세르세바에 대해 설명했다.

"내가 알고보니 세르세바는 이전부터 마왕성과 결탁했더구나. 그래서 세르세바가 세실리아를 죽인 거고.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리 슬레이어 왕국이 뉴잔가 왕국 같은 잔가세력이 결탁한 거라고 착각해서 대잔가전쟁을 일으켰던 거야."

"그, 그게 사실이에요?"

"그렇고 말고. 내가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로 죽었던 게 내 평생의 한이다."

"그러면 블랙홀에 사람들을 가둔 것도요? 그것도 세르세바에요?"

"응. 그렇지. 덧붙여서 말하자면 네가 들어온 이 거울도 세워지지 말았어야 했어. 이 거울 때문에 인간과 저승 사이의 정상적인 소통이 완전히 막혀버렸거든. 세르세바의 힘도 여기서 나오는 거고."

루티온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소름돋는 정보들을 정리하느라 머리가 어수선해졌다. 루티온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이 거울을 어떻게 부셔야 하죠?'"

만레이우스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야 나도 모르지. 너는 거울에 대해 들은 거 없어?"

루티온이 생각에 빠졌다.

"거울에 대한 거요? 음... 아, 맞다. 저 거울 하나의 마력이 상상을 초월해서 저정도 규모의 거울도 겨겨우 버티는 수준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작은 건물에 가져다두면 그 건물이 폭파한다고..."

만레이우스가 바로 알아차리고 말했다.

"그걸 아는 데도 아직도 눈치를 못 챘니?"

루티온은 어리둥절해했다. 만레이우스가 그걸 보고 귀여워하며 빨리 좀 눈치채라고 힌트를 던졌다.

"반대로 생각하면 되잖아?"

"아, 공간을 작게 만들면 되겠네요!"

"그렇지. 벽을 세운다던가 바위를 마구 늘린다던가 하면 거울은 저절로 폭파할 거다. 그나저나 시간 다 됐을 것 같은데?"

루티온이 만레이우스에게 감탄하다가 정신을 바로잡았다. 그리고 들어온 곳을 향해 검을 쥐었다. 만레이우스가 마지막으로 조언했다.

"세르세바를 죽이는 것보다 거울을 부수는 것을 우선시하거라. 세르세바의 힘은 이 거울에서 나온다."

"네.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그렇게 루티온이 거울 속으로 들어온 지 5분이 지나자 루티온은 거울 밖으로 튕겨져나갔다.

 

 

한편 키무두한과 세르세바는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키무두한과 3개의 중소병단이 계속 세르세바를 타격했지만 세르세바는 지칠 줄을 몰랐다. 키무두한과 3개의 중소병단은 거울 앞을 둘러싸고 세르세바를 힘겹게 포위하고 있었다.

전투 시작 후 4분 정도 되었을 때 키무두한이 틈새를 노리고 돌격하며 검을 세르세바의 심장부에 관통시켰다. 키무두한이 검을 다시 뽑아 회수하면서 흩날리는 선혈들을 보며 흐뭇해했다. 그러나 세르세바의 능력 피가 나오든 말든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키무두한은 이어 그의 다리를 잘랐다. 그러나 다리는 서서히 다시 재생되었다. 키무두한을 포함한 모두가 그 모습에 놀랐다.

루티온이 거울에 있는 시간인 5분이 거의 지날 때 쯤 키무두한은 공격을 일시적으로 방어로 전환시켰다. 세르세바는 그것을 보고 거울 앞에서 포위된 채로 저놈들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발라줄 수 있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그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