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 소드 채널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된거야?"
루보가 놀라서 말했다. 이스밀라는 어느새 목욕탕의 크기를 넘어서는 거대한 드래곤이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 빛, 드래곤의 힘을 부여해주는 빛인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이렇게 커진거고. 전통설화에도 그렇게 나와."
이스밀라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말했다. 카일라와 루보는 그 몸놀림에 맞을까봐 조마조마해했다.
"그건 그렇고..."
이스밀라가 운을 뗐다. 그녀의 말을 듣는 모든 사람들이 다음 말을 궁금해했다.
"이런 빛이 있다는 거는 보물이 있다는 얘기겠지?"
"그게 무슨 소리야?"
루보가 물었다. 이스밀라가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아, 사실 이런 마법을 부리는 빛을 내는 거는 보물밖에 없어. 그러니까 이 빛은 보물에서 나왔다는 거겠지."
루보가 호기심이 차더니 말했다.
"그럼 찾으러 갈까?"
"음... 그러자. 여기 뭐 위험한 것도 없어보이니까."
이스밀라가 대답했다. 카일라도 이에 동의했다. 비트립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그래도 옷이랑 장비는 챙겨라. 보물이 많으면 다 담을 곳도 없으면서 알몸이나 훤히 내비치게?"
이스밀라와 루보와 카일라가 순간 깨달음을 얻고 목욕탕 밖을 나가 탈의실에 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스밀라는 몸집이 커서 이동하면 사방이 부서질 게 뻔했으므로 뒤따라가던 카일라에게 부탁했다.
"저기, 나 옷 좀 대신 챙겨주라."
"알았어."

그렇게 4명은 갑옷을 입고 검을 장착한 채로 목욕탕의 한구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모두 잠수했다. 불행히도 이스밀라는 다시 작아지는 데 시간이 걸려서 잠수하지 못했다.
비트립이 잠수해서 물밑을 보니 빛이 나는 곳에 큰 구멍이 하나 있었다. 해저동굴같이 생겼는데 끝없이 깊어보였다. 그래서 비트립이 주변을 살피면서 그곳에 들어가보았다.
그러자 작은 구멍이 갑자기 커지더니 벽 전체를 채웠다. 그곳의 바닥은 물에 잠기지 않아 걸어서 갈 수 있었다. 덕분에 이스밀라도 점점 원래 크기로 돌아오는 동안에도 그곳을 지나갈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갈 수록 그 빛은 더욱 더 밝아졌다. 그 빛을 길라잡이삼아 따라가보니 그곳에 숨겨진 엄청난 양의 보화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전에 미러쉴드를 발견했던 곳보다 더 많은 보화들이 숨어있었다.
비트립과 카일라와 루보가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보화들을 쓸어담았다. 그러나 이스밀라의 신경은 다른 곳에 가있었다. 바로 금은보화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랜턴. 빛의 근원지는 바로 그 랜턴이었다.
이스밀라가 랜턴을 살펴보더니 집어들었다. 그리고 랜턴을 살펴보았다. 안에는 마법진이 회전하고 있었고, 전원이 있어 껐다 켤 수 있도록 설계된 물건이었다. 위에는 상표명인지 '드래곤 랜턴'이라고 써있었다.
그러나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이 흔들리더니 소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두 피하세요! 이쪽으로!"
목소리를 보아하니 저승에서 만났던 그 소녀였다. 그래서 4명은 일단 그쪽으로 달려가기로 했다.

그 소녀의 말을 들은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금은보화들은 치지직거리면서 흔들리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주머니들은 갑자기 텅 비었고 보자기는 헐렁해져서 땅을 끄시고 있었다. 랜턴이 있던 곳의 천장은 갑자기 우르릉하는 큼지막한 소리를 내면서 그곳 전체를 깔아뭉개 통로를 완벽하게 막아버렸다.
이스밀라가 그것을 보고 말했다.
"뭐야 이거..."
"당연히 함정입니다. 왜 여기 들어와서는 이 모양인지 모르겠군요."
저승의 그 수수께끼의 소녀가 말했다.
"그런데 너는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야?"
비트립이 물었다.
"거울을 부셔주신 것에 대해 사례를 하러 왔는데, 다행히 사례는 제대로 된 것 같습니다. 뭐,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요."
수수께끼의 소녀가 답했다.
"알겠어, 고맙다. 그런데 지금 무슨 상황이지?"
"랜턴을 집으셔서 이 관문 보스를 깨워버리신 모양입니다. 통로가 따로 있는데 알아서 깨우시다니 참으로 안타깝군요."
소녀가 혀를 끌끌 차면서 말했다.
"여기에 갇히셨으니 4명이서만 싸우셔야 할 것입니다. 저도 이왕이면 참전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여기 보스는 저랑 상성이 최악이거든요. 저한테 불리한 쪽으로. 그러니까 뭐 하나 알려드리려고 사라지겠습니다."
"뭔데?"
비트립이 말했다.
"그 랜턴은 드래곤족에게 쏘면 커지는 랜턴입니다. 아까 써보셔서 아시겠죠. 그런데 그게 여기 있는 이유가 바로..."
그 때 어디선가 날아온 석궁이 소녀를 강타했다. 소녀가 매우 고통스러워했지만 다행히 치명상은 아니었다.
"큭, 맞춤 무기를 쓰다니. 이제 더 이상 버티는 건..."
그러더니 소녀는 동굴 밖으로 순식간에 텔레포트했다. 비트립은 소녀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며 뒷이야기를 생각해보려 했다. 그러나 뒤이어 날아드는 석궁에 비트립이 쓰러졌다. 이번에도 치명상은 아니었다.
카일라가 완전무장을 하고 방어술식을 펼치며 보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보스가 등장했다. 보스는 성인 남자였고 죽었다가 깨어난 듯이 스산한 기운을 내뿜었다. 머리는 부스스했고 옷은 전부 검정색이었으며 눈은 흐리멍덩하고 탁했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슬레이어에서 보낸 놈들 아닌가. 그런데 고작 5명에 2명은 리타이어라니, 이거 참 개이득이네. 이 맞춤석궁이라는 무기도 꽤나 좋구만."
루보가 살짝 한 발짝 물러났다. 그리고 맞춤석궁이라는 무기를 보며 경계하며 치유의 만년필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보스는 그것을 뒤로 내팽개치면서 말했다.
"뭘 그렇게 놀라냐. 이제 이 석궁은 안 써. 전체 병력의 40%만 혼수상태로 만드는 무기라서 말이지. 그러니까 무기를 바꿔야겠지."
보스가 그곳에서 검을 꺼내들었다. 그걸 보고 카일라가 마법을 부렸다. 그러나 보스는 검으로 마법을 튕겨내었다. 이스밀라의 마법도 간단하게 반사하였다. 망연자실하게 쳐다보는 이스밀라와 카일라를 향해 그가 말했다.
"이런이런, 이건 마법을 튕겨내는 재질이라고. 뭐, 그 흔하디 흔한 무효화의 목걸이도 이걸로 만든 거라 너희들도 알겠지만."
루보가 그걸 듣고 움찔했다. 그리고 비트립을 살려내고자 만년필을 최대한 빨리 움직였다.
그러나 보스의 행동이 더 빨랐다. 보스는 비트립에게 검을 살짝 대었다. 루보가 만년필로 쓴 글자가 날아가자 보스는 그것을 보고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글자는 비트립에게 맞더니 그대로 소멸되었다.
루보가 경악하는 모습을 보며 보스가 말했다.
"이게 바로 무효화를 이끌어 내는 광석 '인발리다이트'의 성능이지. 이제 너희는 마법을 쓰지 못할거다. 그럼 이제 '칼리나이드 포워드'의 실력을 발휘해볼까?"

칼리나이드의 몸놀림은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무효화의 목걸이와 치유의 만년필과 운석마법도 이때만큼은 소용이 없었다. 루보와 카일라와 이스밀라는 그의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몸 곳곳이 검에 베이고 팔다리가 절단되는 등 큰 피해가 잇따랐지만 다행인지 치명상은 입지 않았다.
칼리나이드의 검술이 이어지는 동안 이스밀라는 소녀가 말해준 말을 생각했다. 랜턴이 이곳에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것이 상황 타파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때 이스밀라가 생각했다.
'만약 랜턴이 보스를 봉인하는 장치였다면?'
이스밀라가 랜턴을 놓은 곳을 떠올리며 그곳으로 빠르게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을 눈치챈 칼리나이드는 그녀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어딜 가시려고?"
칼리나이드가 이스밀라의 다리를 베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빗나가 완전절단은 피할 수 있었다.

그때 이스밀라는 깨달았다. 칼리나이드는 눈이 좋지 않다는 것을. 계속 치명상을 입히지 못하는 것은 그의 시력이 그의 실력을 깎아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소라면 마법을 쓸 수도 있었겠지만 무효화의 검을 쓰고 있으니 눈은 나쁘다는 것이 확실했다.
이스밀라가 고통 속에 신음하는 카일라에게 말했다.
"분신마법 써!"
"어, 알았어."
카일라가 이해는 안 됐지만 일단 분신마법을 썼다. 한 놈만 진짜고 나머지는 진짜가 아니라 환상이었으므로 칼리나이드가 계속 타격하더라도 피해를 최대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스밀라가 피가 떨어지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드래곤 램프를 집어 전원버튼을 켰다. 그러자 빛이 아주 강하게 나오더니 금방 온 사방을 은은하게 메꾸었다.
칼리나이드는 그것을 보고 눈이 타들어갔다. 아니, 눈 뿐만 아니라 몸도 타들어갔다. 칼리나이드는 고통 속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땅 속으로 들어갔다. 무효화의 검과 맞춤 석궁도 다시 땅속으로 들어갔다.

루보가 정신이 들자 상황파악을 한 뒤에 치유의 만년필로 모든 사람들을 치유시켰다. 카일라와 이스밀라의 상처가 봉합되고 비트립이 어리둥절해하며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그렇게 이스밀라는 모든 일을 비트립에게 설명해주었다. 비트립은 그 말을 듣고 이스밀라를 칭찬해주었다.

그렇게 18관문으로 향하는 관문이 열렸다. 그들은 다시 목욕탕으로 돌아가 모두를 여탕으로 데려왔다. 코스타와 시온 등 모든 남자들이 얼굴이 달아오르고 화끈거렸지만 관문을 통과하려면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그곳을 통해 동굴로 들어갔다.
"이야, 부끄러운 거 겨우 참았네. 그래도 아무 수도 없이 다음관문으로 갈 수 있었으니 꽤 괜찮은 건가."
코스타가 말했다.
"그러게. 그런데 그보다도 그 저승의 소녀는 어떻게 됐을까?"
"내가 어떻게 아니."
루티온의 질문에 루보가 맞받아쳤다.

그렇게 그들은 18관문으로 넘어갔다. 이스밀라가 드래곤 램프를 들어보이면서 자신도 아이템이 생겼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