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 소드 채널
루티온의 플라즈마 소드가 마왕성의 전사들을 쓸어넘기는 소리가 전장을 울렸다. 주변에서도 슬레이어의 수많은 병사들이 적들을 물리치고 있었다. 전장은 치유의 만년필 덕분에 지치지도 않아 몹시 수월했고 카일라 등의 마법사도 실력이 월등해서 감히 이길 자가 없어보였다.

그러기를 반복한 것이 2달. 제18관문은 아예 뚫지 말라는 듯이 엄청나게 드넓은 사막이었다. 군대는 제10관문처럼 모두 사막에서 자연히 생성되어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었다. 플라즈마 소드, 무효화의 목걸이, 치유의 만년필이 없으면 모두 금방 죽었을 정도였다.

2달 쯤 지나니 사막이 끝나있었다. 지금까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끝없는 사투가 반복되어 대원들은 모두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있었다. 그래서 사막이 끝난 걸 본 대원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소리를 내지 않은 다른 대원들도 속마음은 똑같았다.
"야호!"
비트립을 필두로 전장에 유능하고 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그 지형을 조사했다. 그곳의 길은 흙이었고 나무가 많아 열매들도 많았다.
비트립이 열심히 정찰하더니 안전한 곳으로 판단하고 짐을 내려놓고 심신을 안정시킬 시간을 주었다. 모두 기뻐하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모두 풀어놓았다.

그러나 전장 한복판이라 안심할 수 없었다. 비트립은 아까 정찰 나갔던 사람들에게 말했다.
"아직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 그러니 새로 정찰조를 짜겠다. 이 중에서 나랑 같이 가고 싶은 자는 나를 따라라."
그렇게 그들 중 10명 가량이 자원하여 나섰다. 거기에는 이스밀라도 있었다. 비트립은 그들과 함께 흙길을 계속 따라갔다.
흙길을 가다보니 강가가 보였고 동물의 배설물도 보였다. 그리고 비트립은 이런 느낌을 어디서 봤다고 생각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느낌은 현실이 되었다. 갈수록 흙냄새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고 저 너머를 보니 주택가가 보였다. 그리고 바닥은 어느샌가 벽돌길로 바뀌어있었다. 이곳은 제2관문이었다.
비트립은 제14관문도 제2관문과 같은 곳이었던 것처럼 제18관문도 여기랑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트립은 제14관문의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다.

비트립 일행은 계속 둘러보기 위해 그 주변을 돌아다녔다.
제3관문으로 넘어가는 곳이 있던 세뇌마법 마법사의 집은 아직도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대문 가까이에 핏자국이 흐릿했다.
제15관문으로 넘어가는 곳이 있던 에질라이 라템의 호텔은 시간을 정통으로 맞아 폐건물의 티가 나있었다. 문은 낡아보였고 출입구 가까이에는 먼지가 엄청 쌓여있었다.
비트립 일행은 대체 이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긴장되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평온하게만 보였던 제2관문의 민간인 거주 구역 곳곳에 적이 있었다는 사실은 그들을 놀랍게 했다.
하긴 제14관문을 이곳에 설치한 이유가 그곳을 통한 지름길을 만들기 위함이었으니 제18관문도 이곳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비트립과 이스밀라, 그리고 그 일행들은 주변을 탐험하고 다녔다. 용도를 모를 드래곤 램프를 들면서.
비트립과 이스밀라가 성문을 빙 돌고 다시 세뇌마법을 썼던 마법사가 살던 주택가를 통과하고 있을 때였다. 비트립 일행은 엄청난 양의 마법을 느꼈다. 그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지만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어마어마한 면적이었다.
비트립은 바로 경계태세를 갖추었다. 이스밀라와 다른 일행들도 같았다. 역시 적진 한가운데라 위험천만했었다.
그 순간 주택가 곳곳에서 창문이 열렸다. 창문을 연 사람들은 주택에 거주하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저마다 궁과 석궁을 꺼내 비트립 일행을 향해 날렸다.
마법사인 이스밀라가 반사적으로 마법을 발동해 날아오는 모든 화살들을 반사시켰다. 화살은 벽에 단단히 박혔다.
그러자 마을사람들은 다른 궁과 석궁을 준비했다. 그리고 아까와 똑같이 날렸다. 그들은 마치 고도로 훈련된 사수와도 같았지만 출신성분이 평민이라 살짝 어긋나있었다.
이스밀라는 아까와 똑같이 마법을 사용해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은빛을 내는 화살은 마법을 뚫고 지나오더니 비트립 일행의 몸에 적중했다. 비트립을 따라 나선 대원 10명 중 이스밀라를 제외한 7명이 그 자리에서 심장이나 뇌가 관통당해 그대로 즉사했다. 비트립과 이스밀라는 다행히 심장과 머리는 피해갔지만 나머지 부위들에 고슴도치처럼 다닥다닥 박혀 엄청나게 고통스러웠다. 피가 사방으로 튀고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비트립은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고 남은 사람은 이스밀라 한 명이었다.
이스밀라는 고통에 숨을 헐떡이면서 모든 대원들을 순간이동시켰다. 그러자 비트립 일행이 모두 순간이동하였다. 그러나 화살들은 이동되지 않고 바닥에 힘없이 떨어졌다.


비트립 일행이 소환된 곳은 루보가 있는 곳이었다. 루보는 거기서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대원들을 보고 깜짝 놀라며 치유의 만년필을 꺼내 원을 그려 모든 대원들을 치유시켰다. 비트립과 이스밀라, 그리고 나머지 2명의 대원들은 고통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고 살았다며 안도했다.
루보는 비트립에게 상황을 물었다. 비트립이 마음의 안정을 취하더니 말했다.
"우리가 정찰을 나갔는데 거기가 제2관문의 그 민간인 거주구역이었어. 주택가를 시찰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화살을 맞았어. 내 생각에 그건 인발리다이트로 만든 것 같다."
루보는 제17관문에서 칼리나이드 포워드가 인발리다이트에 대해 말한 것을 떠올렸다. 인발리다이트는 무효화의 기능이 있는 암석으로, 무효화의 목걸이의 주재료였다.
이스밀라는 그 대목에서 자신의 마법이 어째서 들지 않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인발리다이트로 만든 화살이었기 때문에 마법을 통과해 그대로 적중한 것이었다.

루보는 그 사실을 비교적 가까이에서 쉬고 있던 키무두한에게 말했다. 키무두한은 그 자리에서 모두에게 출격명령을 내렸다. 병단원들이 다시 전투태세를 갖추며 일어났다.

그들은 인발이다이트 화살의 존재에 방패를 중심으로 한 방어대형을 만들었다. 카일라와 이스밀라 등의 마법도 지금은 소용이 없었기 때문에 물리적인 방어막이 필요했다.
그들은 바로 보급병들에게서 갑옷을 부탁했다. 신발부터 투구까지 갖추고 나니 무거웠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  후 수 없었다.
만반의 준비 끝에 그들은 모두 민간인 거주구역으로 출격했다. 흙길을 지나 벽돌길이 있는 곳에 다다르니 이미 사람들은 그곳에서 궁이나 석궁을 들고 있었다. 그 중 절반은 검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아무런 방어구도 없이 홀홀단신이었다.
"출격!"
카스트로와 레인저스 등등 각 병단의 단장들이 출격을 명령했다. 그러나 그 때 흙길과 벽돌길의 경계에서 쇠창살이 쑤욱 올라왔다. 병단원들은 그곳에 막혀 어쩔 줄 몰라하고 방패로 둘러싸기 시작했다.
이와중에 적들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매우 조용했다. 무언가 수상했다.

그 때 누군가가 하늘을 날아 그들의 위에 안착했다. 그녀는 흰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만나서 반갑다, 내 남동생을 죽인 개새끼들아."
비트립 일행은 거기서 무슨 일인지를 떠올리려 했다. 그러나 흰 옷의 그녀가 먼저 말했다.
"제2관문의 보스였던 내 동생 제나인 세이어를 죽인 너희들을 오늘 단죄하러 왔다. 나 제나이 세이어다!"
키무두한은 뭔가 자기 대사를 빼앗긴 듯한 느낌을 받았다.
"너희들은 늑대를 부려 내 동생을 죽였지. 그래서 일단 그 늑대를 반역죄로 체포해 모조리 사형에 처했다."
제나이의 말에 엄청난 증오심이 담겨있었다. 그 때 카일라가 감히 말대꾸를 했다.
"응 아가리 닥쳐. 어차피 다 죽여버릴 놈들인데."
"네놈이 감히!"
제나이가 분노하여 그녀에게 전격마법을 쐈다. 카일라는 간단히 막아내었다. 카일라가 비웃었다.
"이 정도 실력으로서 이 병사들을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하냐?"
제나이는 그 말에 빡돌았지만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비열한 웃음과 함께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리로 말했다.
"그보다도, 너희들은 얘네들을 죽이지는 못하겠지. 그 이유를 알려줄까? 얘네들이 누구게?"
"알아서 뭐하게."
카일라가 또다시 토를 달았다. 그러나 제나이의 다음 말은 그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얘네들은 무려 세뇌마법을 받은 '민간인'이라고? 어디 해칠 수 있으면 해쳐보시지. 과연 민간인을 너희가 학살할 수 있으려나?"

그 말에 모든 슬레이어의 병단원들은 뒤통수를 맞은 듯이 당황했다. 저 사람들은 가담자도 아니었고 일개 민간인이었다. 저들이 어떤 공격을 해도 죽이는 순간 그것은 민간인 학살이었다. 이는 맨정신으로는 할 게 못 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민간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행동이 저지되기에는 충분했다.

"자, 어디 한 번 해보시지?"
제나이의 음흉한 목소리와 함께 세뇌당한 민간인들이 일제히 화살을 쏘았다. 다행히 그 중 대다수는 슬레이어의 병단원들의 갑옷에 튕겼다.
그러자 그들이 다음에 꺼낸 것은 산성용액이 내재된 인발리다이트 화살이었다. 화살이 갑옷에 박히자 작게 폭발하저니 산성 용액이 갑옷에 닿았다. 철제였던 갑옷은 산화되어 부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