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 소드 채널
루티온 일행은 그 후로 계속해서 거대한 철문을 마주했다. 그럴 때마다 루티온은 플라즈마 소드로 철문을 베어냈다. 철문을 벨 때마다 괴물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는데, 대부분의 병단원들이 이 괴물들을 베다가 지쳤다.

그렇게 철문 50개를 지나자 드디어 루티온 일행은 넓은 광장을 마주할 수 있었다. 루티온 일행은 쉬지 않고 싸웠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녹초가 되어있었지만 산체 레보가 가지고 있는 치유의 만년필 덕분에 몸은 갓 잡은 생선처럼 팔팔했다.

루티온 일행을 지켜보던 관문지기는 그의 군대를 이끌고 활과 검과 포를 총동원하며 루티온 일행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명의 검사들이 사망했고 식량을 옮기던 보급병도 수십명씩 사망했다. 그러나 키무두한, 수르트카, 카스트로, 비트립 등등 슬레이어의 온갖 위대한 사람들이 선봉을 지키고 있어 루티온 일행과 슬레이어 병사들에게 매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이스밀라와 카일라와 갈릴레우가 마법으로 관문지기의 부대를 공격함과 동시에 방어막을 치며 군단을 도왔고, 산체 레보는 치유의 만년필로 군단의 부상자들을 지속적으로 치유했다. 코스타의 미러쉴드에 맞은 포들은 공격이 반사되어 포병들을 때렸고 루티온의 플라즈마 소드 공격에 검사들과 궁사들은 무참히 베어져나갔다.

반복되는 전투와 끊임없는 사살이 이어지는 광란의 전장 끝에 루티온 일행은 관문지기의 부대 대부분을 격파해 낼 수 있었다. 막시투스타도 아까의 충격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전장을 만난 것에 기뻐하며 그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그 와중에도 비트립에게 멋을 부리는 것은 빼먹지 않았다. 카스트로와 하스코는 이걸 칭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속으로 고민하면서도 그가 막시투스타 소드를 처음 선보였을 때의 그 고통에서 벗어났다는 것에 안도했다.

키무두한을 선두로 그들은관문지기가 있는 곳까지 들어갔다. 관문지기는 근위대를 보내 슬레이어의 군단을 최대한 저지했으나 옆에서 보좌하고 있던 카일라에게 발려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카일라가 후방 전선의 방어를 하러 돌아갔을 때도 근위대는 키무두한과 슬레이어 4대병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수르트카단을 주축으로 슬레이어의 군단들은 근위대를 생각보다 가뿐히 이겨내었다.

관문지기는 충격에 빠졌으나 다시 평정심을 가다듬고 자신을 최대한 보호했다. 관문지기는 마법을 발동해 자신을 순간이동시켰다. 그러나 그 순간 산체 레보가 던진 목걸이에 의해 마법이 풀리면서 관문지기는 조금 날아오르다 떨어졌다.

관문지기를 포착한 슬레이어 군단들은 관문기에게 달려들었다. 근위대와 포병이 그들을 최대한 저지했으나 2명의 중상자만 냈을 뿐 모두 치유의 만년필로 치유되었다.

관문지기는 궁지에 몰려 모두를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자폭마법을 준비했다. 그리고 자폭마법을 외치며 쐈다. 그러나 그 순간 코스타가 미러쉴드를 들고 달려와 마법을 막아냈다. 결국 관문지기는 그가 날린 자폭마법을 능가하는 힘을 맞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그렇게 관문의 문이 열렸다. 루티온 일행은 지친 정신을 가다듬으며 다음 관문으로 넘어갔다.

"근데 영어사전 없어졌는데 괜찮겠지?"
막시투스타가 말했다.
"별 일은 없겠죠, 부단장님."
하스코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들도 마지막으로 관문을 넘어갔다.


*

한편 첩보부장 스칸.D.카레이비스는 15관문에서의 전투 결과를 보고받고 심히 근심에 빠졌다. 저들이 진짜로 자신들과 마왕성의 목을 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걱정을 하고 있던 찰나 한 신하가 그에게 다가와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첩보부장은 그를 보며 말했다.
"이게 뭐냐? 그냥 구겨진 책 같은데?"
신하가 말했다.
"첩보부장님께서 심어놓으신 첩자에게서 받아온 물건입니다. 슬레이어의 병사들이 16관문을 깨고 있을 때 막시투스타라는 자의 소유였던 것을 첩자가 몰래 훔쳐 저에게 전달했습니다."
첩보부장은 그 말을 듣고 구겨진 책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가 아는 언어 외에 이상한 글씨가 많이 적혀있었다. 딱 보면 사전같았다.
"이건 고대어 사전이냐?"
"네, 말씀대로입니다. 막시투스타가 화를 내던 도중 예리우스의 유품이라고 소리치면서 던졌습니다. 이걸로 예언을 해독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호오, 그런가."
첩보부장이 구겨진 책을 다시 보고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책에는 영어사전이라고 써있었다.
"영어사전이 예언을 풀 단서란 말인가..."
그러다가 첩보부장은 한 사람을 떠올려냈다. 지금 한참 예언 해독네 한창인 예언가 레피체드였다.
"지금 당장 예언가 레피체드를 불러와라."
"네, 알겠습니다."
신하는 빠르게 밖으로 나가 그녀를 찾아나섰다


몇시간 뒤, 신하가 레피체드와 함께 첩보부장실의 문을 열었다. 
"부르셨습니까, 첩보부장님?"
"어, 그래. 예언에 대한 완벽한 해독은 잘 되고 있냐?"
"아직입니다. 서기장 레플레에게서 제2관문에 관련된 기록들을 보고 뭔가 단서를 잡은 것 같긴 한데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는 마왕성의 전직 3번 수행기사를 만났는데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레피체드가 보고했다.
"그래, 3번 수행기사를 만난 건 이미 알고 있었어. 그보다도 이거 받아라."
레피체드는 첩보부장이 건네는 구겨진 영어사전을 보고 어리둥절해했다.
"이게 뭡니까?"
"슬레이어 군단들 중 막시투스타라는 자가 떨어뜨린 것이야. 예리우스의 유품이라는 데, 이게 예언 해독에 큰 도움이 될거다."
레피체드가 그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영어사전을 받아들며 직각으로 몸을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건 됐고 빨리 가서 예언이나 풀어라."
레피체드가 서둘러 첩보부장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녀의 거처로 빠르게 달려갔다.


레피체드는 그녀의 거처에 도달해 예언들을 뜯어놓은 목록들을 펼쳤다. 서기장에게서 받아온 제2관문의 기록들도 늘어놓았다. 예리우스 묘지의 비석에 적힌 것들과 3번 수행기사를 만나서 나눴던 말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고대어인 영어사전을 펼쳐보았다.
'일단 혁명과 부흥부터 찾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