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마지막으로 사형 제도는 영원히 폐지될 것입니다. 이후 당신의 모든 것은 말소될 것입니다. 왜냐 하면, 당신 정보를 기록해두기엔 너무 더럽거든요. 그리고 당신을 위해 할단해야하는 저장 공간이 아까워."
아마도 나의 인생을 책임지는 사람이 가볍게(?) 말했다.
"솔직히 말 섞기도 싫은데... 분당 1억씩 준다니까 뭐 해야지. 하, 꿀알바라고 생각했는데 이딴 새끼일 줄은... 몇십억 땡길라고 했는데 내 빚 3억 갚는거나 겨우 하겠고, 그 이상은 못하겠네. 설마 내가 이 새끼랑 만났다는게 기록에 남지는 않겠지?"
그리고 이런 말을 내가 들리게 대놓고 하고 있다.

나는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나는 무엇을 잘못했을까?
...모르겠다. 나는 무고한 피해자인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이게 내가 원하는 미래가 아니었던가?
항상 이러한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던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는데 뭐가 불만인가?
...사실 원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 모두가 나를 괴롭힌다. 1 -

나는 찐따다.
모두가 나를 피한다.
부모님도 나를 싫어하고 피한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나를 왜 피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하루는 너무나도 궁금해서 그나마 나한테 잘 대해주던 사람에게 물었다.
나를 왜 피하냐? 하면서.
그랬더니 엄청 불쾌한 표정으로 "너는 사람들이 왜 너를 싫어하는지조차 모르니까 싫어하는거야 병신아" 라고 퉁명스럽게 응대했다.
결국 스스로 찾으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내가 상대방에게 해를 끼쳤던가?
내가 대화 주제에 안 맞는 대화를 했던가?
아니면 내가 상대방을 불쾌하게 했던가?

나는 그런 적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를 찐따라고 낙인 찍었다면 다르다.
해를 끼쳤던가? → 존재 자체만으로도 해
주제에 안 맞는 대화를 했는가? → 존재 자체가 주제에 안맞음 (즉 자살해라)
상대방을 불쾌하게 했던가? → 존재 자체로 불쾌

일단 한번 낙인이 찍히고 나면 그 사람이 뭘 하든 역겹게 보일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나를 작정하고 조지려는 사람이 있다면 더더욱.
사람들이 "얘 왜 욕먹지?" 라고 의구심을 품는 순간 나를 작정하고 조지려는 사람은 나의 이미지를 바닥까지 깎아버릴 상황을 항상 만든다.

작정하고 조지려는 사람의 요구를 들어주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나를 작정하고 조지려는 사람이 원하는건 나의 죽음이다.
말빨로 이겨보려고 해도 소용 없다.
나는 그 사람보다 말빨이 약하다.
왜냐 하면 그 사람은 자꾸 말꼬리를 잡으며 대화 주제를 흐리고 그걸 이용해 나를 조지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거기에 말려들기 마련이었다.

무시하면 되지 않겠냐?
하지만 그 사람은 내가 무시하면 허위 사실을 뿌렸다.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말을 걸면 또 말꼬리 잡기가 이어졌다.
다른 사람들에게 해명하려고 해도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녀서 너무 어려웠다.

결국 그에게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내 말빨은 너무나도 딸렸기 때문에
결국 나는 그 사람에게 놀아났다.

내심 그 사람을 비난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빽이 너무 많았고 아는 것도 많았다.
내가 욕을 하는 순간 바로 고소를 하든 뭘 하든 해서 나를 조져버릴 놈이다.
걔는 내 인생을 추락시키지만 나는 걔를 털끝 하나 건들 수 없는 현실.
암울한 현실이다.

어느 날 문득 돌이켜 보니 내 자신이 밉다.
나는 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가.
나는 왜 별 이유도 없이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는데도 아무한테도 도움을 청할수 없는가.
이렇고 무능한 내가 정말 밉다.

그러다가 결국,
'나' 를 미워하는 '나' 가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