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의 숲,
아버지 도시의
주변을 도는 
아들 도시에서 사는 평범한 나
그러나

나의 마음속 고향은 먼 남쪽
그곳에서 태어나진 않았으나
항상 그리운 이들이 있는 곳
수십 고개를 넘어 가야 보이는 곳
호남평야가 드넓게 펼쳐져 있는 곳
경운기 소리가 기분좋게 들리는 곳
빛바랜 시멘트길이 광활히 펼쳐져 있는 곳
아침에 일어나면 지평선이 내 눈속에 가득 담겨지는 곳

또한 매년 내려갈때마다 풍경이 바뀌는 
살아있는 범의 등처럼 유연하게 출렁거리는
그런 곳

서해안 따라 네시간,
반가운 얼굴들이 나를 웃으며 맞아 주시네
집나간 오골계 두마리, 강아지 한마리
연기먹은 참새 둥지
이 모든것이 뛰어노는 동산

아침에 일어나
서쪽을 둘러보니 희미한 난쟁이 산맥이 보이고
집 뒤쪽으로는 창고가 들어섰구나
북쪽에는 조그마한 하천
뭐 잡을게 있다고 낚시꾼들이 낚싯대를 드리운다

조그마한 집들이 들판 속 듬성듬성 자라나 있는데
한쪽에는 다 쓰러져가는 빈 초가집이 외로이 있구나

남쪽에는 잡초만 무성한 폐교가 덩그러니 있는데
수십년 전 학생들의 숨결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가
어르신들만이 외로이 집을 지키네

길에 휘날리는 먼지먹은 전단지
이곳에 미래의 주춧돌을 세운다는구나

백로는 항상 논 가운데 고고하게 서있고
수천 수만의 까마귀 군단은 매년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왜 이곳만은 계속 변화해야 하는가

수백년 전 장사들이 세운 마을 
세월이 흘러도 이 정겹고 외로운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인가

아아 슬프도다
이곳의 추억은 고립된 기억이 될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