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께서는 항상 내게 말씀하시고는 했다. 

내 아버지는 코끼리 무덤을 찾으러 가셨다고.

세상에는 상아라는 것을 남기는 코끼리가 있는데,

코끼리들은 죽을 때가 되면

홀로 코끼리 무덤에서 생을 마감한다고.


코끼리 무덤에는 상아가 산처럼 쌓여 있는데, 

상아는 아주아주 비싸

하나만 찾아도 한 달은 걱정없이 먹고 살 수 있다고.


"진짜요? 그러면 지구에 모든 사람들이 다 코끼리 무덤만 찾으러 가면 되잖아요!"

"허허... 대신에 코끼리 무덤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단다."

"뭔데요?"

"먼저 찾는 사람이 상아를 다 갖는 거지."

"에에에..."


어린 시절 나는 그걸 진짜로 믿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믿어야 했다.

그게 아니고서는 내가 곰팡이랑 한 집에 사는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내게 엄마, 아빠가 없는 것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나는 코끼리 무덤이 있다는 걸 그대로 믿었고, 코끼리 무덤을 찾으러 간 부모님을 기다리는 데에 아무 문제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문제는 내가 아니라 내 주변에 있었다. 


초등학교 2~3학년 때였을 것이다.

"여러분~ 내일은 우리를 길러주시는 부모님이 학교에 오시는 날이에요."

"네"

"혹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내일 부모님께서 학교에 오지 못하는 어린이?"


"..."

정적이 흘렀다.

"저...저요."

"응? 아.. 그래 하준이 말고?"

"없어요-"

"그래요. 내일도 우리 활기찬 얼굴로 다시 만나요, 반장 인사"


"야. 야, 서하준"

"왜?"

"너희 부모님은 왜 학교 안 오셔?"


내 인생 최악의 발언이었다.


"응, 우리 엄마아빠는 코끼리 무덤을 찾으러 가셨어!"

"코끼리 무덤?"

"거기가 어딘데?"

"너희들 코끼리 무덤 모르냐? 코끼리들이 죽을 때가 되면 가는 곳이야."

"응?"

"그런 데가 있어?"

"처음 듣는데"

"야, 검색해봐."


"없잖아?"

"당연히 없지, 그걸 찾으면 네X버에 올리겠냐?"

"구라치지마, 그런 게 어딨어."

"아냐, 코끼리 무덤은 진짜 있어!"

"너 혹시..."


"엄마 없냐?"


"아니야아아아아!!!!!"


그 다음날부터 지옥이 시작되었다.

'엄마 없는놈'

'너도 코끼리 따라가서 죽어라'

'코끼리가 아니라 니 엄마 무덤이겠지 ㅄ아ㅋㅋ"


아니야.

엄마, 아빠는 분명히 코끼리 무덤을 찾으러 가셨을 거야.


매일 등교할 때마다 내 책상에는 빨간 글씨로 그런 말들이 써 있었다.

내가 할 일은, 매일마다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그 글자들을 다 지우는 것이었다.

내가 당하는 일이 나쁜 일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내게는 학교에 와서 소리를 질러 줄 엄마도 없고,

"아니, 순수한 우리 애가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요? 사실확인은 분명히 하셔야죠! 지금 하준이 말만 듣고 선생님이 판단하신 거잖아요! "

힘센 아빠도 없다.

"당신네들 교장 누구야?나오라고 그래! 나 XX검찰청 차장 XXX검사야! 사실 왜곡으로 전부 학교 일에는 손도 못 대게 해 주겠어!"

거기에 맞서 줄 내 편인 선생님도 없고, 

연신 죄송하다며, "고소장" 세 글자도 못 읽어 무릎을 꿇은 내 할머니만이 있을 뿐이었다.








-시간 남으면 계속 연재할거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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