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호는 자신의 앞에 있는 김밥 봉지의 은박지를 풀고 김밥 한 조각을 들어 먹기 시작했다.

오늘이 진정한 개막이다. 공연 전에 몸의 허기를 없애 둬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모두가 조용히 먹는다.

긴장된 분위기가 태윤중학교 과학실을 뒤덮는다.

손성호는 자신이 대본의 문장을 모두 제대로 외웠는지 생각해본다. 그는 이 뮤지컬에서 3명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그가 자신의 배역을 제대로 수행해야 뮤지컬이 제대로 될 수 있다.

, 그 자신과 꽤 겹치는 캐릭터이니 상관없을 것 같다.

뭐 기억 안 나면 애드리브로 때우면 되겠지. 내가 또 애드리브에서는 장인이니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김밥의 5번째 조각을 입 속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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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교사는 자신의 앞에서 조용히 김밥을 먹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매주 토요일마다 그 휴식을 빼고 학교에 모여 배역을 정하고, 안무를 외우고, 연습을 하던 아이들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드디어 결과물을 눈앞에 올린다.

솔직히 뮤지컬 자율동아리는 이번 년도가 처음이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제대로 해내주었다.

엄청나지 않은가. 이정도면 성공한 동아리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영진 교사는 뮤지컬 동아리 학생들에게 말을 꺼냈다.

“너희들 대사하고 안무 잘 외웠지?

“네~

합창 한 번은 잘 하는 아이들이다.

“그래, 적어도 열심히 했다는 것은 너희들도 잘 아니까 잘 못해도 실망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

“네~

어째 대답이 같지만 말을 무시하지는 않았을거다.

연극 시작 2시간 전이다.

지금은 1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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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권은 김밥을 입안으로 우겨 넣으면서 뮤지컬 속 자신의 역할을 생각했다.

그는 3명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또한 연극 속 모든 아이아들의 멘토나 다름없다.

그런 캐릭터를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그런 캐릭터를 내가 연기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제 해야 한다.

그래도 뮤지컬 속에서 새 이름을 얻는 것이 아닌 뮤지컬 속에서도 계속 박상권이라 불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름이 달라진다면 헷갈렸을 것이다.

그것만은 참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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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유준은 김밥을 말없이 집어먹었다.

아직 두번째 조각이다. 그는 집에서 아침을 푸짐하게 먹고 온 것이다.

그는 뮤지컬 안에서 꽤나 오만한역할이다.

심지어 1학년생에게 마약을 달라고 빌어야 한다!

그것도 2학년생이!

1학년생이 불법 기획사 사장을 맡았으니 그런 거지만.

솔직히 채유준은 그의 역할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별 수 없다. 연습한 대로 하는 수 밖에.

그는 마음 속으로 모든 대사가 떠오르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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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전과 김기준은 둘이 먹는 김밥이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으나, 차이는 없었다.

그래서 그냥 각자의 것을 먹었다.

만약 두 김밥이 차이가 있었다면 나눠 먹었을 것이다.

둘은 김밥을 먹으며 대사가 기억나는지, 안 떨리는지 등의 여부를 가지고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조용히 김밥을 먹었다.

조용히.

뭐 쌍둥이라고 해도 사이는 안 좋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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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욱은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들고 김밥을 먹으면서 왼손으로 대본을 넘어가면서 읽고 있었다.

그는 이 뮤지컬의 감독 역할을 맡았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배우들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소품을 챙겨주고 대사 연상을 돕는 것도 그가 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본을 완벽히 숙지하는 것은 필수.

그는 왼손으로 계속해서 대본을 넘겨갔다.

이 뮤지컬은 그와 그의 동급생들, 그리고 그의 후배들이 1년동안 연습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멋지게, 완벽하게 끝내야 그 시간들이 보람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공연되어야 할 뮤지컬 장면을 머릿속에 그린다.

그리고, 다시 김밥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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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을 모두 먹은 뮤지컬부원들이 자리를 정리하고 과학실을 한명한명 떠나 강당으로 간다.

마지막 리허설이 있을것이다,

그곳에서 마지막 연습을 할 것이다.

그라그 그것이 마지막이다.

그 이후에 하는 공연은 학생들 앞에서 하는 정식 공연.

그리고 이번 연습이 실수를 알아차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뮤지컬부원들은 강당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