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뒷산이 있다
이름은 없고 모두들 그냥 뒷산이라 부르는 그런 산이다

높지도 않고 아트막한 산이지만 주변이 모두 평지라 유독 튀어나와보이는 모습이다
동네 할머니들은 그 산에서 나물, 주로 쑥을 캐고 
누가 언제 갖다두었는지 모르는 오래된 벌통이 바위 위에 몇개 걸터져 있다

산 아래에는 펜션이 하나 있는데 이름이 특이했으나 동시에 또 길기도 해서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할아버지 한명과 어떤 아저씨 한명, 이렇게 두 명이 운영하는 펜션
3층건물에 방도 깨끗하고 다들 친절하다

당시 그 펜션에는 백구 한마리가 있었는데 만삭인 상태였다
겨울이라 추워서 그런지 개집 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펜션에서 밤마다 옥상에 모여 고기를 구워먹고 이야기도 나누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런 먹자판은 매우 길게 이어졌는데 다들 졸리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플라스틱 의자에 기대앉아 분위기를 즐기곤 했다

하늘을 바라보면 시골이라 그런지 꽤 많은 별들이 보였는데 
구름에 가려있을 때도 많았다

어느 날 밤중에 그 먹자판에서 잠시 나와 마당에 서있는데  백구가 개집 안에서 끙끙거리고 있었다 
새끼가 나오려 그러나 싶어 그 옆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잠시 졸다 꺴는데 백구는 아직도 끙끙거리고 있고 옥상도 조용한 것이 모두 골아떨어진것 같았다

나도 머리가 띵해 일어날때 조금 휘청거리다 보니 오늘 밤 자기는 글럿다 싶어 뒷산에 바람이나 잠깐 쐬러 갔다
산은 매우 낮아, 사실 산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지만 
오랫동안 아무도 오르지 않아 길이 없어 한밤중에 오르는 데에는 꽤 애를 먹었다

그러다 결국 정상에 올라 바위 위에 서있는데 
하늘 아래는 가로등 불빛 빼고는 전부 깜깜한 데 비해 
위를 올려다보니 밤하늘에는 별들이 총명하게 빛나고 있는 것이었다
별들은 신성하게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람도 쌀쌀한 겨울 날씨에 산 위에 올라 넋 놓고 또 한참 있다가
해뜰무렵 내려와보니 사지가 오들오들 떨리며 감각이 없었다

손에 입김을 불며 걷고 있는데 펜션 마당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이었다
왜그러냐 물어보았더니 
백구가 어젯밤에 새끼를 낳았는데 여섯마리 모두 얼어 죽었다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