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서야 딱따구리는 생채기 하나없는 부리를 원망스러워한다. 누군가 이미 지어놓은 모의새집에 지내면서, 밤만되면 어김없이 같은 자리에 양질의 먹이가 놓인다.  딱다구리는 부리를 쓸 일이 없었던 것이다. 딱다구리는 그 사실에 대해 개의치 않아했다.

오히려 감사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언제나 항상 배를 채울수 있어서.부드러운 먹이를 여유롭게 쪼아대던 그의 부리는 분명 물렁해졌을것이라.

그랬던 그가 단단한 부리를 갖고 싶게된건 어느날.

옆의 빈 상자에 새로운 새들이 살게됬다. 오목눈이 같이 생긴 그 새들은 아직 성체가 되지 않았다. 매일같이 오목눈이는 무언가의 보살핌을 받고있었다. 그것와 더불어 그날부터 놓여진 먹이의 양이 줄었다. 딱다구리는 머지않아 오목눈이가 줄어든 먹이양과 관련이 있다는걸 알게됬다. 

그로부터 열흘이 흐르고. 딱다구리는 먹이가 부족해졌다. 몸은 야위어져갔고. 허기는 가득해졌다. 

딱다구리에게는 더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매일 밤. 부리로 새집을 두드렸다.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부리는 단단해 지고 그의 본습성은 되살아 났다. 드디어 새집에 구멍을 뚫고 나가는 날. 딱다구리는 오목눈이의 뇌를 파먹어 배를 채우고 저 멀리있을 참나무로 바캉스를 떠났다. 다시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