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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안왔던 거지?”



약속 당일날, 그린비 일행은 끝내 오지 않았다.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내게 틈만나면 내 약점(LV.0)을 비꼬며 딴지를 걸면서, 항시 나보다 래버력이 높다고 엄청 잘난척하고 큰소리 펑펑치더니 결국엔 오지않았다라···. 뭔가 앞뒤가 안맞는 전개인걸. 어쨌든 혜움 말대로라면 안왔으니 내가 이긴거니, 더이상 이 마을에 있을 필요가 만무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날이 다 저물었으니 하루만 묵고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했다. 내가. 여관으로 돌아오면서 곁에있던 리내와 혜움은 그린비 일행을 엄청 비난했고, 제나는 어째선지 나를 보며 히죽히죽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무튼 예상치못한 상황속에서 어느덧 밤은 다 지나갔고


다음날, 아침 햇살이 밝게 땅아래로 빛을 쬐었다. 아무일도 없던것처럼 말이다.



***************************



- “자, 이민! 이제 당장 여행을 떠나볼까! 키야아~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정상적인 모험의 시작이라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다 설랜다야~!” 【LV.15/용사의 수호령】


- 유령씨가 오랜만에 기운이 넘쳐보이네. 엄청 조급했긴 했나본데. 자신을 비출 기회가 극도로 제한되어서 말이지, 후훗. 【LV.43/무녀】


- 그 용사의 유령인가 뭔가가 지금도 계속 뭐라고 말해? 네가 얘기할때마다 대화내용이 좀 궁금하긴해. 【LV.18/마법사】


- 후훗, 궁금하긴 하지? 그런데 말이지. 지금 저 유령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궁금하지 않아? 만약 여자라고 하고, 항상 이민 곁을 따라다닌다 생각해봐. 그렇담 대화내용은— (웃음)


- 뭐?! 변태용사 곁에 붙어있는게 여자 유령이였어?!! (화들짝)


- “야. 아무리 내가 안보이는 상대에게 그런 유언비어는 삼가해줬으면 좋겠거든. 머리 길다고 다 여자냐?!”


- 아니, 말이 많은게 꼭 아줌마 같아서. 어쨌든 농담, 후후훗. 진실은 남자로서 매력이 없는 그런 총각귀신이랄까? (웃음)


- “(저게 진짜···!)”


- ····. 【LV.0/용사】



그리고 다음날이 밝아 마을사람들은 언제나처럼 힘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그에맞춰 우리들도 다음 마을로 여행을 떠나기위해 일찍부터 일어나 마을을 뒤로한채 차차 숲으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마을사람들이 얘기하길 숲쪽으로 가면 다음 마을로 가는 길이 나타난다고 하여 방향을 잡고 걷는 것이었다. 혹여나 그린비 일행이 뒤에서 쫓아와서 우리가 갈 길을 가로막고 방해하는건 아닌지 기대아닌 기대를 해봤지만 역시나 나타나지 않았다. 나참, 싫다면서 그새 정이 들어버린 건가. 하긴 여기와서 열심히 무언가에 몰두한것도 그녀석 때문이었지. 어쨌든간에 이미 끝나버린 것에 더이상 연연하지 않기로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숲속에 도달할수있었다.



“이를 어쩌면 좋아···.”



그런데 가까워질수록 누군가의 걱정 섞인 목소리가 우리 일행을 향해 들려왔다. 또한 숲의 모습이 선명해질수록 몇몇사람들이 숲 근처를 둘러싸고 있는것이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리 사람들이 모여있는거지? 우린 그곳을 지나쳐가야 하기에 걷고있던 발걸음을 유지한채 숲 입구에 도달했다. 그런데····.











주위에 몇몇 나무들이 힘을 잃은채 일제히 쓰러져있는 기괴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제 14화. 포기할까











“(이게 무슨····!)”



순간 놀랐다. 빽빽하게 푸르른 나무들이 있는 와중에 광택을 잃고 쓰러진 거대 나무 몇그루가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뿌리채 뽑힌 그런 상태가 아닌 울창하게 솟은 나무들이 마치 힘이라도 일제히 다 빠진듯, 굽어진 처참하고도 희한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에따라 주변에서 보고있던 사람들중에 유독 장비를 두루 갖추고 꼭 채집이라도 나설 기세를 한 아저씨가 눈에 띄었다. 걱정의 곡조를 뽑고있으신걸 보면 아까 우리에게 들린 그 목소린가 보다, 하고 가까이 다가가 아저씨에게 상황을 여쭤보기로 한다.



- 저, 아저씨. 말씀 하나만 묻겠는데, 혹시 여기에 무슨일이라도 생긴건가요? 


- 으음? 그걸 말이라고 하나. 자넨 이 광경을 보고도 모르겠나. 정말 난감하게 됐군. 하····. 이 마을이 생긴 이래로 처음인데 이래가지고는····. (중얼중얼)


- 저기, 이게 무슨 일인지 저희는;; (대략 난감)


- 아, 그러고보니 혹시 마을상점에 계셨던 그—


- 음? 그렇긴한데 누가 나를···?



옆에 지켜보던 제나가 뜬금없이 아저씨를 보고 대화를 시도하자 혼자 골똘히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던 아저씨는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아저씨는 제나를 보고는 갑자기 아까와는 다르게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시더니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신다. 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인연이 있길래??



- 아니, 이게 누구신가!! 우리 상점을 알차게 이용해 주신 VIP 고객님들 아니신가! 여기는 어인일로···. 혹시 저희 상품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서···?


- 아니에요, 후훗. 상품은 맘에 들었어요. 그게아니라 지금 여행을 떠나려고 이 주변에 찾아온거에요.


- 아, 그러고보니 제나랑 같이 만물상점에서 옷구경 할때 흥정하던 그 주인 아저씨네.


- 아하! 그러시군요!! 근데 이걸 어쩌나ㅜㅜ 지금은 이 숲속에 아무도 들어갈수없습니다. 주변을 보면 상황은 대충 파악되시겠죠?


- (내가 질문할때하고 완전 딴판이야···!)


- 그러면 왜 못들어가죠? 저 쓰러진 나무들하고 관련이 있는건가요?


- 그러고보니 이 마을은 처음이라 하셨죠, 참! 그러면 이 숲의 사태를 모를만도 하군요. 좋습니다. 어떻게 된건지 자세히 설명해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저씨께선 우리에게 마을 숲에 일어난 일들을 차례로 말씀해주셨다. 아저씨께서 일찍부터 상품으로 내놓을 재료들을 찾기위해 몬스터 수렵과 채집을 나가셨고, 그리하여 이 숲속에서 재료를 수집하던 와중, 갑자기 주위에 나무들이 구부러져 채집하는데 어려움을 겪으셨고 결국 곁에 있던 분들을 포함하여 쓰러지는 거목들을 피해 숲 밖으로 급히 빠져나온 상태셨고, 또한 아직도 주위에 나무들이 하나둘씩 쓰러져 가고있어 들어가기에는 위험하다고 당부하셨다.



- 그리고 아마도 제 추측이긴 하나, 이런 현상이 발생한 원인이겠지만 극히 드물긴한데···.


- 네? 왜 이렇게 된건지 짐작가시는데가 있으신건가요?


- 원래 생명체란 서로 공생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게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인것이 당연한겁니다. 근데 나무들이 이렇게 픽픽 쓰러지는걸 보고있자니, 혹여나 생태계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것 같다는 생각이. 특히—


- 특히?


- 제가 숲주변에서 재료를 수집하려 했을때, 재료 품목중 ‘소마의 체액’도 같이 얻으려고, 소마들을 유인하려 암만 애를 써봐도 좀처럼 나오지를 않더군요. 원래 잘 모습을 드러내진 않는 녀석들이지만 평소에 잡던 방식으로 시도를 해봐도 나오질 않으니····.


- ‘소마’라고요? 【소마/슬라임의 일종】


- 예, 어떤 손님이 한꺼번에 대량으로 체액을 구매하시는 바람에 품절되어서 재료를 충당하기위해 사전에 미리 얻으려던 참이였는데 말이죠.


- (저 말을 들은 순간 왜이리 찜찜하지. 심지어 구매할수있었던거라니. 흐음···.)


- 근데요, 아저씨. 소마하고 나무들이 저렇게 쓰러져 있는거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거죠?



리내는 아저씨의 말을 듣고있던 와중, 한가지 질문을 툭 던졌다. 그러자 아저씨는 조금은 생각을 정리하는듯 눈으로 바닥을 쓸고 천천히 입을 여시더니, 숨을 탁 내뱉으시며 단번에 말을 이어나가신다.



- 제가 생각하기로는 소마들이 주위에서 사라져 나무들이 기력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사라진게 큰 의문이군요.


- 소마라면 분명 나무 근처에 서식하는 몬스터가 맞죠?


- 네, 그렇습니다. 소마들은 나무 곁에서 태어나 마치는 여생까지 자신의 보금자리를 좀처럼 떠나지 않는 몬스터죠. 그렇게 나무에다 약간의 해를 가해도 갑자기 튀어나와 공격을 할만큼 녀석들에겐 소중한 곳인 셈이죠. 하물며 나무 곁에 떨어져설 안될 존재인 동시에 나무도 마찬가지로 이들이 살아 숨쉬어야 꿋꿋이 보존된답니다.


그렇게 따지면 이렇게 나무들이 맥없이 쓰러진 모습과 주변에 소마들이 없는걸 유추해보면 그런 생각이 자꾸만 스쳐지나가는군요.


- “소마의 행방과 숲의 이상현상이라.”


- 음···. 다같이 사라졌다하니, 도감을 보니까 소마들은 서로의 결속력이 뛰어나다고 적혀있던게 생각나네요. (웃음)


- 아아, 우리 상점에서 산 그 책 말씀이신군요. 그렇긴합니다. 결속력이 좋아서 그들이 사는 어딘가에는 ‘소마들만의 숲속’이 있다고도 하더군요. 근데 그것도 정확하진 않아서 진위여부는 알기 어렵습니다.


- 흠, 그럼 원인을 알기전까진 여행하긴 힘들단 얘기인거가요, 아저씨?


- 그렇다고 봐야겠네요. 저도 당분간은 숲에 가까이 접근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마을에도 알릴테니 그동안 여기서 좀만 머무르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그럼 전 상점을 오래 비워두면 안될 처지라서, 이만.



그리고 아저씨는 그 말을 끝으로 마을을 향해 걸음을 옮기면서 작별인사를 고했다. 점점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면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다시 마을로 돌아가는 눈치였다. 우리 일행도 이 분위기속에서 어쩔수없이 다시 마을 입구쪽으로 걸어서 돌아가야 했다. 그렇게 걷다보면서 아저씨의 말씀중에서 몇가지 의심쩍은 부분이 석연치않았다. 으음, 그러면 제나가 갖고있는 도감을 살펴보면 뭔가 더 짚고넘어갈 부분이 있지않을까?



- 저기 제나, 네가 갖고있는 그 몬스터 도감말이야. 잠깐이지만 도감을 봐도 괜찮을까?


- 이런, 용사가 그새 내게 호기심이 생겼구나. 그렇지만 굳이 도감을 보지않아도 날 보면 어느정도 알수있을텐데. 깊숙히는 아니래도. (웃음)


- 그///그런 농담하지말고. 아저씨 말대로라면 보통 사태가 아니잖아!


- 후후, 알겠어. 농담이야. 그러니까 아쉽게도 나말고 도감만 주면 된다는거지. 어디보자. (뒤적뒤적)



제나는 자신의 왼쪽 허리춤에 찬 스커트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꺼내려는 제나의 모습을 보고 황급히 딴대로 시선을 옮겼다.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것뿐인데도 왜이리, 어쨌든 제나는 한참을 그렇게 뒤적거리더니 나에게 다시 빠르게 회답을 건넸다.



- 미안해. 책을 잃어버렸나봐. 암만 찾아봐도 없네.


- ㅇ?? 책을 잃어버렸다고? 전까지만 해도 갖고있지 않았어?


- 그렇긴한데 어제 이후로 책을 안꺼내봐서. 흠, 아마 숲에서 잃어버린 것 아닌가싶네. 네가 잡으러 갈때 대개 시간을 거기 인근에서 보냈으니까.


- 그래···. (아쉽네)


- “그러면 책 산데서 똑같은걸 다시 사면 되는거 아니야?”


- 아, 그러면 되겠네. 방금 아저씨가 상점으로 다시 복귀하셨으니까 찾아가면 분명 똑같은걸 살수있겠네. 그럼 상점에 가보자, 이민.


- 어! 그래, 한번 가보자.



나도 모르게 기쁜 소식을 전해들은 어린아이 마냥 화색을 띄운채 곁에있던 리내와 제나가 앞장서서 모두를 이끌고 주인 아저씨가 계시는 만물상점을 향해 간다. 그저 단서가 될만한걸 보기위함인데, 왜 이렇게 그거에 집착을 하냐고 물어봐도 명쾌한 답을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느 한구석에서 왠지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서 인지는 알수없어도 아무튼 읽어봐야 직성이 풀릴지도 모르기에. 그리고 마침내, 상점으로 들어가 아저씨께 남은 몬스터도감이 있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 이걸 어쩌나, 그 책이라면 이미 다 나갔습니다.


- 예? 다 나갔다고요? (화들짝)


- 예. 그때가 그저께쯤이었나, 어떤 일행이 찾아와서 남은 책 좀 팔아달라 하는걸세. 그래서 딱 2개가 남아서 주고, 아! 그때 분명 체액을 전부 사갔었습니다.


- 혹시 걔네, 아니 그들이 총 3명이고 용사, 마녀, 무술가 아니었나요? 마을에서 떠들썩했던···.


- 글쎄요. 마을 일은 뜸하게 듣는 편이라 사정은 모르겠지만, 3명은 맞습니다. 얼추 자네가 한말하고 비슷한것도. 자기가 뭐 대단하다고 깎아달라고 했던게—



그렇다면 그린비 일행은 이 상점에 찾아와서 소마의 체액을 미리 충당해놓고 있었던거군. (미리 속셈이 있었구나) 그렇다고 해도 이상한데? 왜냐면 내기에 내놓을 체액을 부정행위이긴 할지라도 우리가 모르는 상황에서 그냥 약속장소에서 보여주기만 하면 끝일텐데 왜 굳이 안왔던걸까? 혹시 도중에 찔려서 도주한건가? 그렇다고 이리 갑자기? 이상한 구석이 한군데가 아닌데··· 흐음····. 



그래도 그때 떠나서 다행이긴 하네. 지금은 숲이 접근금지이고, 또 설마이긴하나 미리 이걸 예상하고 떠난건지도 몰라. 그렇겠네. 마을 하루건너 가야 도착한다고 듣기도 했으니. 하아, 이제 됐다. 어찌됐든 다 끝난 일인데 너무 연연하지 말자. 상대가 떠났으니 더는 승부도 못내겠지. 그렇담 나무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올때까지 기다릴수밖에 없는건가. 그런데 언제 복귀될지도 잘은····.



“으아아악! 사람 살려—!!!”



그때였다. 혼자 머릿속으로 앞으로의 일을 정리하고 있을때, 상점 창가 너머로 누군가의 다급한 괴성이 들려왔다. 그때문에 상가 안에 있던 사람들과 우리일행도 또한 주인 아저씨같이 동시에 바깥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당장 바깥으로 뛰어나가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데. 어?



“이게 무슨일이지····!”



놀랍게도 마을 안에서 몬스터가 사람을 겊치고있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저건 분명 숲에 있던 다른 몬스터들이잖아? 아니, 잠깐 그보다 사람들이 위험해!! 어서, 구해줘야···!



“마법구술 『진홍』 제 3장의 격, 『화영(火英)의 새』—!”



그때 옆으로 누군가가 뛰어가더니 무언가를 크게 외치자 사방으로 불꽃이 퍼지더니 몬스터들을 향해 깊게 박히더니 몬스터들은 하나둘 기운을 잃고 쓰러져 모습을 감추더니 이내 사라진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단번에····. 잠깐만. 쟤는···!



- “오, 리내가 먼저 마법으로 일개 몬스터를 죄다 처치했네. 멋진 타이밍이였어.”


- (리내가 마법을··· 아, 그래. 마법사였지, 참. 까맣게 잊고있었다;) 


- 변태용사, 제나 뭐해! 얼른 사람들 구하지않고! 다친 사람들도 있는 것 같으니까 빨리 움직여!


- 알겠어. 저 이민, 리내가 저러니까 왠지 어딘가 달라보이지않아? 


- 어, 그것보단 당장은 리내 말대로 어서 사람들을 구조하는게 최우선이야. 가자, 제나! 


- 이런이런, 역시 둘이 닮았다니까 여러모로, 후훗.



탁탁



우리는 주변에 몬스터들에게 습격당한 사람들을 긴급히 근처 피신처로 옮겼다. 아직은 다친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중요한건 피해를 받은 사람이 있다는것에서 심각성이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들은 계속해서 마을에 출몰했다. 몬스터 습격으로 인한 갑자기 부상자가 늘어갈수록 상황은 더욱더 가속해간다.  난 제대로된 엄호도 못한채 전투는 리내와 제나에게 맡겨두고 몇몇 여행자분들이 대처하고있는 상태. 이 마을에 무슨일이 벌어지려는 거야, 대체!



“큰일이야! 숲에서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나오고있어!”



그리고 시간이 지나 몬스터의 진압이 얼추 마무리될 무렵, 숲 인근에서 긴급요청이 쏟아지듯 빗발쳤다. 그래서 숲으로 향해가는 여행자 지원군들, 물론 우리일행도 포함해서 숲쪽으로 향해 갔다. 그런데 숲에 도착해보니 예상치못한 사태가 벌어져있었다. 몇몇 나무들만 쓰러져있던 전과 비교하여 거의 모든 나무들이 일제히 힘을 잃고 색깔은 짙은 갈색을 띈채 땅아래로 고꾸라진 상태였다. 푸르른 빛을 잃고 쓰러진 거목들과 저 멀리 듬성듬성 나있는 몇몇 나무들만 제외하고 전부 전멸직전 상태, 아마도 몬스터들은 쓰러져가던 나무들을 피해서 마을까지 의도치 않게 내려온 것 같았다. 이거 예상보다 사태가 훨씬 심각하잖아! 이렇게되면 다음 여정보다 이걸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런데 왜 계속 이런일이일어난 원인을 알아야···!



“제가 생각하기로는 소마들이 주위에서 사라져 나무들이 기력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맞아. 그때 주인아저씨가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 그러고보면 여태까지 막아낸 몬스터들 중에 유일하게 없었던 몬스터도 ‘소마’뿐이였지. 나무들과 밀접한 몬스터도 소마와 관련이 되 있고 말이야. 소마들이 사라지고난후, 그와동시에 그린비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린비가 맨처음 제안한 이 내기에 무언가 연관성이 있어. 소마와 그린비와 가짜용사와 나무와 그리고 그리고···!



“그런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사라진게 큰 의문이군요.”


“우리는 너네같은 초짜들에게 실력차이를 확실히 해두기위해—”


“소마들은 나무 곁에서 태어나 마치는 여생까지 자신의 보금자리를 좀처럼 떠나지 않는 몬스터죠.”


“그냥 내일 잡으러 다녀도 상관없겠는걸? 아예 승부조차 되질 않은 네녀석을 보니말이다.”


“나무에다 약간의 해를 가해도 갑자기 튀어나와 공격을 할만큼 녀석들에겐 소중한 곳—“


“다음 마을에 여행하기전에 말이지. 에헴! 영광스럽게 여기라고!”



















“그 마왕을 멋뜨러지게 물리친 용사가 바로 저입니다! 하하하!”



“!”



혹시나 그런거였다면···! 아니야. 아직은 확실치 않아. 자신을 마왕을 물리친 용사라고 말하는 이유도, 굳이 나와의 내기에서도 돌아오지 않은 이유도, 그후로 숲에서 이상이 생긴 이유도, 혹시 ‘그 이유’에서 생긴거라면! 그렇다면 내가 먼저 해야할 일은, 우선 그 상점에 다시 찾아가보면 확실한 해답이 나올수 있을거야!


나는 모두에게 보고있는 진실만을 맡긴채 혼자만의 길을 뛰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난 마왕을 없앴다는 용사에게 하고싶은 말이 생겨났다. 그러니



“꼭 거기있기를 바래! 그린비!”



***********************************



탁탁



드디어 도착했다. 내가 생각했던게 맞았던건가. 길지도 짧지도 않은 끈적거리는 비밀통로로 한걸음 한걸음씩 저너머에 있을 그에게 다가가는 발걸음은 모르게 비장하기만하다. 단검은 허리춤에 달랑거리고, 머리카락은 비라도 맞은듯 하염없이 젖어있었다. 점점 뚜렷해져가는 도착점에 발걸음에서 나오는 투박하게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힘차게 뛰게되고, 마침내 통로 끝 턱에선 결전의 빛이 온몸을 비춰 도착의 천천히 축복을 안겨준다. 아님, 후에 그을릴 그림자가 숨어있기라도 하듯.





그때, 입구의 커다란 턱을 넘어서 도착지에 발을 들이려고 하는 차, 발 앞부분에서 무언가 물체를 건드린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건드린 물체를 천천히 들어 묻은 이물질을 털어내고 앞글자를 하나하나 찬찬히 마음속으로 읽어댔다. 근데 마음속에 소리가 컸던지 입을 움직였다는 자각을 깨닫고, 이에 응하듯 마침내 그가 있을 곳에 발걸음을 내딛는다. 

















[몬스터 도감, 소마 그리고 끊임없는 결속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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