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이번 역은 서빙고등학교의 미아사거리 학생회입니다(2)


동아리 회의실의 공석은 순식간에 없어졌다.

30명 넘는 학생이 지정 된 좌석에 앉았고, CA 부장들은 회의실 뒤에 서서 각자 안면이 있는 학생들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신도림이 오면서 침묵으로 바뀌었고, 신도림은 자신의 자리에 앉자마자, “그럼 신학기 맞아 총 동아리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각 동아리 부장님들은 회계 총 관리장에게 작년 회계 기록을 넘겨주십시오.” 라는 말을 남기고, 회의 진행이 쓰여 있는 종이를 체크한다.

그사이에 김유정과 이태원은 각 부서의 회계 기록을 걷어갔고, 신도림에게 제출한다. “그럼 이것은 검토 하도록 하고, 각 부장님들의 발언을 한 분씩 해주십시오.” 각 동아리서 부족한 것, 사야 될 것, 필요한 것들을 부장이 종합해서 순조롭게 회의는 진행되고 있었다.

딱 한 부서만 빼고 말이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라고 신도림이 당황스럽다는 듯한 어투로 되묻자, 방송부 부장은 말을 하였다. “말 그대로입니다. 회장님 저희 부서에 기재가 거의 낡은 상태라, 다시 고쳐주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신도림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제가 알기로는 방송부 기재들은 매 방학 때마다 정기 점검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겨울 방학 중 제가 그 이력을 받았을 때는 아무 이상도 없었고요. 더군다나, 지금은 3월이고, 겨울 방학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입니다. 부장님이 착각하셔서 그런 말을 하시는 것 아닙니까?” 신도림은 부정을 하면서도 자신이 준비 해 온 방송부의 자료들을 죽 훑어보면서 이상이 없는지 다시 한 번 검토하였다.

방송부 부장은 신도림에게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한다.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제가 설마 회장님에게 거짓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되시면, 큰 오산입니다.” 신도림은 방송부의 회계 이력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말을 다시 이어간다. “그렇습니까? 그럼 방송부에 들어간 이 거대한 돈의 액수는 무엇입니까? 아무리 학생 개인이 가져왔다고 한 들, 동아리 활동의 일환을 자세히 기재도 해놓지 않고, 덜렁 ‘방송 기재 관련’ 이라고만 써져 있는데요? 게다가, 방송부 부장님, 그거 아십니까? 동아리 중 방송부에 들어간 돈이 제일 많습니다. 물론 학생들의 매일 아침 방송, 점심 방송, 아침 조회 방송 때문에 수고는 압니다만, 이런 식으로 부비를 명확하게 기재를 하지 않으시면, 방송부의 부비는 감축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선도부 부장님, 이미 인지하고 계시겠지만, 선도부의 일은 학생들이 같은 학생들에 의해 불편함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선도부의 일입니다.” 선도부의 부장 ‘모란’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네 맞습니다. 그런데, 회장님께선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길래 저희를 언급을 하신 이유가 궁금하네요.” 신도림은 눈살을 찌푸리며, 모란에게 말을 한다. “제 마음에 들 필요는 없죠. 하지만, 학생들이 요즘 제일 건의가 많은 들어오는 부가 선도부라는 것은 알고 계십니까?”

모란은 거만한 여왕벌의 여유롭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청취한다. “물론 선도부가 학생들의 반감을 사기는 딱 좋은 부죠. 그만큼 수고도 많은 것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을 너무 압박할 필요가 있을까요?” 모란은 그녀의 말을 듣고서 1초간 간격을 두고 대답을 한다. “압박이라뇨? 그런 적 없습니다. 회장님이 착각하신 게 아니신지…?” 신도림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착각이요? 차라리 저도 착각이었으면 합니다. 오죽하면, 학생회로 보내진 선도부의 건의를요” 모란의 앞에 건의사항이 적혀 있는 종이가 펼쳐진다.

신도림은 모란에게 경고라도 하듯 말을 한다.


“부장님, 선도부를 잘 이끌어주시길 바랍니다.”

***

“회장님, 동성애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회의가 끝난 빈 회의실에 문에 걸쳐 서 있던 모란은 질문을 던지며, 서류를 정리하던 신도림에게 다가갔다. 신도림은 모란의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나 교무실에 들러야 해서 집에 가서 따로 연락해서 얘기하자” 하며, 자신의 짐을 정리하고 나가는 신도림을 모란이 허리를 잡아 억울한 듯 말을 하였다. “내가 큰 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나랑 사귀자고 했는데 왜 자꾸 나 무시해?” 신도림의 품에 있던 종이들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회의실을 채웠다.

신도림이 모란에게 뭐라 말하기도 전에 모란은 신도림에게 입을 맞췄다. 발버둥 치는 신도림을 모란은 더욱 꼭 안아서 자신에게 떨어지지 않게끔 하였다. 그로부터 한 몇 분이 흐르고, 모란은 신도림에게 입을 코웃음 치며, 말을 한다. “같은 동성 끼리 사귀는 게 뭐 어때서 그래? 우리가 학교에 사귄다는 소문이 나면 난 얼마나 좋을까 항상 나는 생각해” 모란은 희열을 느끼는 듯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아니 그냥 좋을 것 같아서 한번 상상해 본거야 조만간 어머님에게 인사드리러 갈게. 반가워하시겠다.” 회의실에는 다시 연필을 사각거리는 소리만이 들린다.
***

신도림은 다급한 듯 교무실 문을 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학생회 일 때문에” 라는 말에 선생은 내심 놀라는 표정이다. “학생회의 끝나고 같이 온 줄 알았는데? 그래 둘이 같이 거기 의자 당겨서 앉아봐.” 선생은 신도림을 먼저 보며, 질문을 한다. “도림이는 친부모님의 소식은 여전히 없니?” 라고 묻는다. 질문을 예상한 듯 무미건조한 “네” 라는 짧은 대답과 함께 다음은 남구로에게 고개를 돌리며, “친 아버지에게는 아직까지 연락이 없니?” 라고 묻는 질문에 남구로도 똑같은 어투로 대답을 한다. 선생은 그래 라는 대답만 하며, 한숨을 쉬고 그들에게 다시 말을 꺼낸다. “장학금은 신청해두었고, 이건 매년 받는 서류겠지만, 그래도 보여드려.” 신도림과 남구로는 무미건조하게 대답을 하였고, 선생은 “다른 할 말 없으면 집에 가라.” 라는 말을 하였다. 신도림은 남구로와 같이 일어나며, “안녕히 계세요.” 라는 말과 함께 교무실을 나왔다. 남구로는 신도림의 손을 이끌며, 말했다. “집에 가자” 라고.

운동장을 지나도 둘은 침묵을 유지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손을 놓지 않았다. “오늘 고백 받았어.” 라는 신도림의 말과 함께 남구로는 움찔 하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 한다. “그래? 그래서 나 먼저 교무실로 보낸 거야? 내일 방과 후도 환영회 리허설 있잖아 열심히 해봐. 이제 뭐 그 사람하고 같이 가게? 오늘도 내가 그 사람하고 같이 가려고 했는데 방해 한 건가? 그렇다면..” 남구로가 계속 말을 하자 신도림은 말을 끊으며, “여자야.” 라는 말을 하였다. 남구로는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는 듯 “뭐라고?” 되물었고, 신도림은 한숨을 쉬며, “여자라고 고백 받은 상대가 그것도 너도 아는 애야.” 남구로는 입을 다물지 못하더니, “대충 누군지는 짐작은 가는데, 뭐라 하면서 고백 한 건데?” 라는 질문에 바로 신도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협박 고백” 이라고 대답을 하였다.

***

강당의 불이 소등 되었다.

그 안에는 학생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의 어수선함은 더욱 심화되어갔다. 하지만 부정적인 어수선함이 아닌 긍정적이고, 무엇이 나올까 기대하는 어수선함이었다. 잠시 후 신도림이 무대 위로 나왔고, 강당은 더더욱 분위기가 술렁거렸다. 신도림이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였다. “안녕하세요. 신입생 여러분 서빙고등학교의 입학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번 신입생 환영회의 진행 위원장을 맡게 된 서빙고등학교의 전교회장 신도림 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신입생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서, 본 교는 학생 여러분들의 학업의 질 향상과, 언제나 쾌적한 학생 여러분들의 학교생활을 바라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이 학교생활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이나, 문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언제든 총학생회 앞 건의함에 건의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신입생 환영회를 부디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서 교장 선생님의 축사가 있겠습니다. 라는 방송이 들려온다.

무대 뒤에서는 신도림을 걱정스레 지켜보는 남구로와 이 상황이 그저 재미있기만 한 김유정과 이태원은 그저 옆에 서서 끅끅대며 웃는다. 그러다가 무대에서 내려 온 신도림은 그들을 발견하고는 이상한 눈빛으로 본다. “야 쟤네 왜 저렇게 웃냐?” 남구로가 휙 돌아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을 뚝 그치고 딴청을 한다. 그러다가 김유정이 말하길, “아 도림아 오늘 괜찮더라? 컨디션 좋은가봐?” 하며, 신도림을 칭찬하니, 옆에서 이태원이 “야 컨디션이 좋은 게 아니라, 엄청 연습을 했겠지. 쟤 성격을 왜 모르냐? 악착같이 하는 거” 신도림이 이태원의 말을 듣고는 “남이사” 라고 한다. 이태원은 가만히 있다가 “어째, 둘이 날 보면 똑같은 대답만 하냐?” 라고 김유정에게 속삭이자, 김유정이 이태원에게 다시 속삭이면서 말하는 내용은 “너 오지랖이 태평양만 하니까 그렇겠지.” 하는 김유정의 말에 약 오르는 듯 이태원은 김유정에게 다시 한 번 말을 해 보라면서 김유정의 볼을 늘어뜨린다. 김유정이 맞는 말을 했다면서 티격태격 싸우며 우기고 있을 때, 신도림은 그런 둘의 볼을 다시 꼬집으면서, “자, 교실로 돌아갑시다.” 라면서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 같은 신도림의 표정에 그 둘은 신도림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뒤에서 조용히 서로의 탓을 하며, 교실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쉰다.

신도림은 남구로에게도 돌아가라고 하려던 찰나, 남구로의 시선이 강당의 스크린에 머물러 있어, 신도림은 남구로의 시선이 있는 곳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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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달아준 건 고마운데 그런 소설 아냐 여러분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