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어느새 짧았던 낮은 끝나 태양은 지고, 그 빛을 반사한 달이 지상을 밝히는 밤이 찾아온 신토의 항구에 레이야스필이 서있었다.

 "자, 시작합시다. 버서커"

 '아아, 잘 부탁하지. 그럼, 아침에 다시 보자고. 마스터'

 레이야스필의 말에 헤어지는 친구에게 말하듯 인사를 하고 자신을 실체화하였다.
 그가 실체화하자 처음엔 인간의 몸이었던 그것이 서서히 부풀어오른다.
 온 몸은 길어진 머리카락에 뒤덮히고 이빨과 손톱은 더 크고 날카로워졌으며 그 얼굴은 늑대와 같이 변하였다.

 "UUUUhhhhhh---!!!!!!!"

 설원의 거대한 늑대는 신토의 대기를 진동시키며 전장의 개시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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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        Berserker
마스터        레이야스필 폰 아인츠베른 Lëjasviel von Einzbern
진명        라이콧 슬롯츠 Rycott Slots
성별        남성
신장/체중    180cm/70kg
성향        혼돈 광
스테이터스    근력 E 내구 E 민첩 E 마력 B 행운 D 보구 B
클래스별 능력    광화 E-
보유 스킬    마술 A+

보구

달빛 아래의 늑대인간 / Lycanthrope B 대인보구
태양이 사라지면 늑대인간으로 변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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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토 번화가에서 미야마쵸로 돌아가던 도중인 엔과 랜서는 굉음을 듣고 항구로 향했다.
 항구에 도착하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이족보행의 늑대였다.

 "오오- 저건 뭐야? 대단해! 엄청나잖아! 성배전쟁엔 동물도 소환되는거야!?"

 "흠, 영웅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만 상관없겠지. 적이라면 쓰러뜨릴 뿐이지. 숨어있어라, 엔"

 랜서는 버서커에게로 걸어나갔고 엔은 근처 컨테이너 박스 사이에 들어가 얼굴만을 내밀고 있었다.

 "바보놈. 저게 숨는다고 숨은건가. 뭐, 이성 없는 짐승 따위 금방 끝날테니 상관 없나"

 랜서의 옷은 순식간에 황금의 갑주로 변하였다.
 거기에서 방출된 엄청난 양의 전류에 반응하였는지 전장의 야수는 황금의 전사에게로 달려들었다.
 그것은 번개와 같은 섬광이었다.
 야수의 심장을 꿰뚫으려는 번개의 창을 거대한 왼손이 쳐내고 그 순간 야수의 몸이 전류로 휩싸였다.
 고통이 있을리 없는 이성을 잃은 야수의 오른손이 그대로 전사에게로 날아든다.
 그것을 황금빛의 전사는 한발 뒤로 물러서는 것만으로 피하고 그 팔을 베어냈다.
 그러나 상처가 생긴 순간 원래부터 없었다는 듯 사라진다.
 
 "호오- 재생이라도 하는건가, 괴물"

 재미있다는 듯이 말하는 전사.
 그러나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늑대는 무지막지한 팔을 휘둘러대고, 남자는 그것을 한발 뒤로 물러서는 것만으로 피하며 늑대에게 상처를 입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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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        Berserker
마스터        레이야스필 폰 아인츠베른 Lëjasviel von Einzbern
진명        라이칸스로프 Lycanthrope
성별        남성
신장/체중    412cm/657kg
성향        혼돈 광
스테이터스    근력 A 내구 B 민첩 B 마력 E 행운 D 보구 B
      
클래스별 능력
광화 EX
-보구를 제외한 전 패러미터의 1랭크가 상승하고 마스터를 제외한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한다. 완전한 제어가 불가능하여 그저 그 순간 가장 강한 상대에게 달려든다. 령주 하나를 소모하여 강제 영체화가 가능하게 된다.

보유 스킬
초재생 E
-단시간에 신체를 회복하는 능력. 랭크가 낮을수록 재생하는데 많은 마력량을 필요로 한다.

보구

상처 받은 짐승의 포효 / Κλάμα πολεμοχαρής B 상시발동형보구
상처를 입은 만큼의 마력을 체내에 축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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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저래선 끝이 없잖아"

 "그렇네요. 마스터를 처리할까요, 마스터?"

 수십미터 떨어진 브로드 브릿지의 위에서 리노와 아처가 자리를 잡고 버서커와 랜서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아직은 지켜보자. 분명 다른 참가자들도 보고 있을테니 괜히 이쪽의 위치를 들킬 필요는 없지"

 직접 개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리노는 방관을 자처했다.
 그리고 마스터의 말을 바보같을 정도로 신용하는 아처는 그에 응했다.

 "네, 알겠습니다"

 "뭐, 저쪽은 들켜도 상관없는 모양이지만 말이야"

 바보같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인지 웃으며 말하는 리노의 시선은 전장의 윗편 상공을 향해있었다.


 ◇


 전장의 상공에 하나의 수레가 떠있었다.
 두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는 제자리에 서있었다.
 수레의 위에는 한쌍의 남녀가 있었다.

 "Fuck! 또 강해보이는 녀석들이 나오다니 양쪽 다 이길 수 있을거 같지가 않잖아. 곤란해"

 "흠흠, 나의 보구를 써도 저기의 저 개는 쓰러뜨릴 수 있을거 같지는 않구나. 상처를 순식간에 치료해버리다니 꽤나 골치아픈 상대야"

 라이더는 버서커를 보고는 개라 칭하며 재생능력을 보고는 쓰러뜨리는 것이 무리라 판단했다.
 그에 로우는 아처와 리노 같이 방관을 자처했다.

 "그렇다면 개입할 필요는 없지. 저 빛나는 녀석이 쓰러뜨리길 기다리자고"


 ◇


 한편 마토우 소우는 자신의 저택에서 사역마를 이용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세이버, 분명 둘 중 하나는 심각한 피해를 입을테니 그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어"

 '오케이, 알겠다. 명령을 기다리지'

 소우는 자신의 근처에 영체화해 있던 세이버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에 세이버는 영체화 상태로 저택을 빠져나가 신토로 향했다.


 ◇


 그리고 그들과는 또 다른 탐색자가 한명, 신토 한 건물의 옥상에 하얀 가면이 떠있었다.
 그의 몸은 어둠에 녹아들어 그 모습을 숨기고 있었고 그의 시선은 항구의 근처 컨테이너 박스에 멈추어있었다.
 일반인이라면 당연히 보일 리 없는 거리.
 일반인이라면 자연히 시선이 떼내어질 공간.
 그러한 장소를 당연하 듯 바라보며 손에 들려있는 것은 자신의 키의 4분의 3 길이에 달하는 모신나강 M1981/30의 핀란드식 총기인 M28.
 그것은 보구라 불리기에는 너무나도 널리 알려지고 많이 만들어진 보편화된 무기였다.
 그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상징을 지니는 영령과는 무언가가 다른 서번트였다.

 '랜서의 마스터를 포착했습니다. 마스터 명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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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        Assassin
마스터        ??
진명        ??
성별        남성
신장/체중    161cm/55kg
성향        중립 악
스테이터스    근력 D 내구 E 민첩 A+ 마력 D 행운 B 보구 B

클래스별 능력
기척차단 A+
-완전히 기척을 끊으면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단, 자신이 공격 태세로 옮기면 기척차단의 랭크는 크게 떨어진다.

보유 스킬
천리안 C
-좋은 시력. 멀리 떨어진 표적의 포착, 동체시력의 향상.
마안 C
-선천적으로 지니고 태어난 마력이 깃든 눈. 그 거리에 상관없이 눈에 보이기만 한다면 상대 마력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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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구는 이미 본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화물이 실린 컨테이너엔 수많은 발톱자국이 나있었고 바닥은 온통 새빨간 피투성이였다.

 "피해를 받을 때마다 피해만큼의 마력을 흡수하는가. 게다가 아무래도 고통이라고는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로군. 필경은 버서커, 이성과 함께 고통도 날려버렸나"

 랜서는 이 이상 더 해도 끝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아니 분명히 그의 성격상 베이고 찔려도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않는 동물에 질렸던 것이겠지.
 그는 수 미터 뒤로 뛰어 거리를 벌렸다.

 "아무리 마력을 흡수할 지라도 한번에 넘치는 양을 퍼부으면 넘칠 터, 그렇다면 이것을 맞아도 버티는지 보도록 하지"

 지금까지 자신의 몸과 그 주변을 뒤덮고 있던 전류가 모두 창으로 모여들더니 엄청난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전류가 모인 창이 발하는 빛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의 빛이었다.
 아군을 치료하고 적군을 벌하는 그것은 틀림없는 신의 번개.
 그것을 알아볼 리 없는 이성을 잃은 늑대는 수 미터 떨어진 랜서를 향해 달려들고--

 "세계의 끝의 여덟개의 번개[Κεραυνός]!!!"

 눈부신 번개의 빛이 괴수와 동시에 세계를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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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        Lancer
마스터        토오사카 엔 遠坂円
진명        사이키 R 페닉스 Saiki Relámpago fénix
성별        남성
신장/체중    183cm/78kg
성향        혼돈 선
스테이터스    근력 C 내구 C 민첩 B 마력 D 행운 E 보구 A+
클래스별 능력    대마력 C
보유 스킬    전투속행 A / 재정비 C / 가학성 A+

보구

뇌신의 창 / Κεραυνός B 상시발동형보구
뇌신 제우스의 창이라 불리우는 보구.
대기 중의 마나를 흡수하며 피데미지를 극소화하고 행운과 보구를 제외한 패러미터를 1랭크, 대마력을 2랭크 상승시킨다.
추가로 전기의 형태로 마력방출을 가능케한다. 

세계의 끝의 여덟개의 번개 / Κεραυνός A+ 대군보구
케라우노스의 진명개방으로 창을 직접 대상에게 던지는 방식과 창에 모인 전기만을 방출하는 두가지의 방식이 존재한다.
투창의 경우가 더욱 큰 데미지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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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창에서 발하는 빛이 그 주인에게서 벗어나는 순간--

 '지금이다. 사살하라, 어쌔신'

 어쌔신의 손에 들린 총의 입이 불을 뿜는다.


 ◇


 전장을 뒤덮었던 빛이 사라지자 그 자리엔 오른팔과 가슴 그리고 배의 일부분이 통째로 사라진 괴물이 서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랜서가 호탕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후하하하하! 한 낱 짐승 따위가 이 몸에게 덤비니까 이렇게 되는것이다. 자, 이걸로 연회는 끝이다. 이만 돌아가도록 하자, 엔"

 말을 마치고 뒤돌아서는 랜서의 뒤에서 대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폭음이 났다.

 "UUUUUUUhhhhhhhhhh----!!!!!!!"

 "뭣이?!"

 폭음은 뒤돌아섰던 랜서를 그대로 덮쳤다.
 폭음의 주인공은 분명 죽었을터인 늑대였으며 그에 의해 랜서는 왼팔과 가슴의 일부분이 뜯겨져나갔다.

 "미쳐버린 괴물 자식이! 그 정도의 마력까지도 흡수한다는 것인가?!"

 랜서가 돌아본 버서커의 몸은 다시 제 상태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몸이 채 치료도 되지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스터에게로 달려가더니--
 그 순간 상공에서 버서커의 몸을 뜯어내듯 화살비가 버서커를 덮쳤다.

 "아처인가? 흥! 죽다만 개를 처리하는 것은 맡기도록 하지. 우선은 상처가 우선인가"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을 바라보더니 이내 몸의 파괴와 재생에 움직이지 못하는 버서커를 앞에 두고 랜서는 영체화하였고 그의 마스터인 엔은 퇴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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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        Berserker
마스터        레이야스필 폰 아인츠베른 Lëjasviel von Einzbern
진명        라이칸스로프 Lycanthrope
성별        남성
신장/체중    270cm/412kg
성향        혼돈 광
스테이터스    근력 A 내구 B 민첩 B 마력 E 행운 D 보구 B      
클래스별 능력    광화 EX
보유 스킬    초재생 E

보구

상처 받은 짐승의 포효 / Κλάμα πολεμοχαρής B 상시발동형보구
상처를 입은 만큼의 마력을 체내에 축적한다.
    
달밤에 울려퍼지는 늑대의 포효 / βρυχηθμός του λύκου B 대군보구
축적된 마력을 단번에 방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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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서가 팔이 잘려나가 영체화한 것을 지켜본 세이버에게 소우의 지시가 내려온다.

 '세이버, 랜서의 마스터를 쫓아라'

 '아아, 안그래도 이미 쫓는 중이다'

 세이버는 소우의 지시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랜서를 포착했다.
 아무래도 세이버가 올 것을 알고 자신의 마스터만 먼저 도망가게 한 듯 했다.
 세이버는 랜서의 앞에 실체화했다.

 "크하하하, 랜서. 방금전까지 팔이 뜯겨져나갔던 상태에서 미안하다만, 나에게 죽어주지 않겠나"

 랜서는 아까의 상처가 하나도 없이 멀쩡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것은 겉모양만 그러할 뿐 그 속은 텅텅 비어있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세이버, 그저 이 몸의 팔이 하나 떨어져 나갔을 뿐인데 주제도 모르고 덤벼드는건가. 나도 꽤나 얕보인 모양이야"

 "허세는 관둬라, 랜서"

 그럼에도 당당한 랜서의 태도에 세이버는 조롱했으나 랜서는 그러한 세이버를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그래-, 허세라고 생각하나? 잘 봐라, 세이버. 이제서야 동등해진거다. 너는 눈, 이쪽은 팔 하나와 보구분의 마력절감. 뭐, 균형을 맞추려면 이쪽이 마스터 없이 싸워야 될 수준이지만 말이지"

 랜서의 말에 어이가 없었는지 세이버는 웃었다.
 그리고는 더 이상의 말은 필요없다는 듯이 자세를 바로잡는다.
 그것으로 충분했는지 랜서 또한 창을 제대로 잡고, 질풍과 돌풍이 부딪혔다.


 ◇


 상공에 있던 라이더와 로우는 퇴각하는 랜서의 마스터를 뒤쫓다가 세이버와 랜서가 대치하는 것을 목격했다.

 "저건 또 뭐지, 캐스터일 리는 없고 세이버인가. Fuck, 역시인가. 세이버녀석, 패러미터가 장난이 아니잖아"

 로우는 세이버의 패러미터를 파악하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어쩌지, 마스터여. 보구라도 사용할까?"

 "아니, 일단은 지켜보는 수 밖에 없지. 둘 중 하나가 쓰러지면 공격에 들어간다"

 라이더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로우는 이윽고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


 팔에 마력이 텅텅 빈 랜서는 세이버에게 조금씩 밀렸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창에 의해 회복이 되는지 점점 힘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것을 느낀 세이버는 생각했다.

 '마력이 비어있는 것은 분명하다. 허나, 저 창은 점점 마력을 흡수할 터. 그렇다면 시간을 끌 필요는 없겠지'

 세이버는 생각을 마치고 소우에게 보구의 개방을 알렸다.
 그러나 세이버에게 돌아오는 소우의 말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니, 금지한다. 세이버, 그만 퇴각하라'

 '뭐? 바보같은 소리를. 지금이 아니면 언제 쓸 생각인가? 소우"

 '퇴각해, 세이버'

 세이버는 소우의 지시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반박했다.
 그럼에도 물리지않는 퇴각 명령에 세이버는 소우의 말을 무시하고--

 '하!? 미쳤구나, 소우! 거절하겠다. 말리고 싶거든 령주라도 사용해보아라'

 랜서의 창을 밀쳐내고 뒤로 떨어져 거리를 벌렸다.

 "시간을 끌지 않겠다. 랜서, 여기서 사라져라"

 "보구를 쓸 생각인가? 멍청하긴"

 세이버의 검에 마력이 모여들어가 도신의 내부에 에테르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 얼간이. 이 몸을 너무 얕보았구나, 세이버"

 랜서의 창에 전의 싸움 때와 같이 전류가 모여들어 굉음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양측의 보구는 그 마력을 풀어 발할 준비가 되었는지 진명이 개방되었다.

 "차올라라! 환상대검 천마실추 [Balmung]!!!"

 "세계의 끝의 여덟개의 번개 [Κεραυνός]!!!"

 그 순간 마검의 황혼빛과 황금빛의 신창이 충돌했다.


 ◇


 "저건 드래곤슬레이어인가? Fuck! 바보같이 강한 주제에 보구마저도 좋다니 Fuck!"

 조금 떨어져 두 명의 싸움을 지켜보던 로우는 세이버의 보구의 진명을 듣고 심기가 불편해졌다.

 드래곤슬레이어 발뭉[Balmung].
 북유럽의 영웅, 지크프리트[Siegfried]가 지닌 성검으로 용을 무려 17마리나 베어 죽인 검이다.
 게다가 신대의 용을 17마리나 쓰러뜨린 검의 주인이 강하지 않을 리가 없다.

 "아무래도 마스터를 먼저 쓰러뜨리는 편이 빠르겠구나, 마스터여. 아니지, 지금이라면 마력이 떨어져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니한가?"

 "방금 전 팔을 떨어뜨려진 랜서가 저 정도의 파괴력을 낸다는건, 분명 마력의 소모가 적다는거겠지"

 라이더의 말에 대한 로우의 판단은 정확했다.
 랜서의 보구는 자체적으로 주변의 마력을 흡수하기에 최대치의 마력으로 개방을 하더라도 그 횟수는 하루에 7번이란 숫자에 달한다.
 게다가 세이버의 보구 발뭉 또한 마력만 충분하다면 연사가 가능한 보구이다.
 분명 로우가 판단이 어긋나 둘 중 한명이라도 쫓았다면 그들은 그 자리에서 탈락했을 것이다.
 그들은 추격을 포기하고 자신들의 본거지로 돌아갔다.


 ◇


 '실패했습니다, 마스터. 현재 이동 중입니다'

 건물 옥상에서 엔을 노려 저격했던 어쌔신의 말에 그의 마스터가 물었다.

 '어째서지, 어쌔신. 그걸 피했을 리는 없을 터'

 '네, 아처의 화살이 탄환을 막아내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어쌔신은 방금 전 상황을 생각해냈다.
 랜서가 보구를 개방한 즉시 쏘아낸 탄환은 그의 마스터의 머리를 날려보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도중에 날아온 하나의 화살에 의해 막혔다.
 사람의 손가락 한마디만한 탄환을 맞추는 정도의 실력.
 그러한 묘기가 가능한 것은 분명 활의 명수인 아처.
 그 생각은 정확했다.
 화살이 날아온 장소를 쳐다본 어쌔신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활을 자신에게로 겨냥하는 아처.
 그것을 깨달은 순간 화살은 쏘아졌고 그것을 자신의 탄환으로 맞추어 떨구고 순식간에 아처의 시야에서 벗어나 몸을 숨겼다.

 '방금 전의 위치는 파악되었기에 일단 몸을 숨겼습니다. 아처를 공격할까요?'

 어쌔신의 물음에 그럴 필요없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어쌔신은 이해를 표시하고 근처의 건물 중 하나에 잠입했다.
 잠입한 건물의 창문을 내다본 어쌔신의 시야엔 버서커와 그의 마스터가 들어왔다.
 그는 다시 주어진 임무의 수행에 들어갔다.


 ◇


 엔을 향해 쏘아진 탄환을 막아낸 후 몸의 절반을 잃은 버서커가 회복을 시작하자 리노는 아처에게 지시했다.

 "어쌔신은 도망간 모양이네. 아처, 버서커의 마스터를 쓰러뜨려"

 "랜서는 어쩌죠?"

 아처의 말에 미리 생각해두었는지 즉시 리노의 대답이 나왔다.

 "랜서는 상처를 입었으니 분명 쫓는 녀석이 따로 있겠지. 저기 있는 라이더라던가. 우리는 버서커를 맡자"

 리노의 말이 떨어지자 아처는 버서커의 마스터에게로 화살을 쏘았다.
 그러나 그것을 날아오는 탄환이 쳐냈다.
 그에 아처는 탄환이 날아온 장소를 찾았으나 건물에 가로막혀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쌔신- 버서커와 손을 잡았나. 뭐, 좋아. 수로 밀어붙여, 아처"

 리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아처는 어제의 라이더와 싸울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무수히 많은 화살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새 버서커가 자신의 마스터의 앞을 가로막아 모든 화살을 맞기 시작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면서도 체내에 마력이 축적되고 그 마력으로 인한 재생.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안되겠네. 멈춰, 아처. 괜히 마력만 채워줄 뿐이야"

 "보구를 사용할까요?"

 리노의 말에 아처는 보구의 허가유무를 물었다.
 그러나 리노는 무리하게 버서커를 쓰러뜨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으음- 아니, 지켜보자. 아직 이틀째이고 탈락한 서번트도 없는 상황에서 보구를 쓰기엔 불확정요소가 많으니까"

 리노의 말에 아처는 고개를 끄덕였다.


 ◇


 "바보네, 모두. 저런 괴물은 놔두면 자멸할텐데"

 오리에는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에 비추는 장소는 항구.
 그 곳에서 두 서번트가 싸우는 것을 지켜보았고, 현재는 아처의 화살이 몸에 꽂히고 있는 버서커를 바라보고 있었다.

 "응? 어째서죠, 미스 카라코우지"

 "어째서냐니? 그야, 당연하잖아요. 저런 덩치를 실체화하는데 얼마만큼에 마력이 들어갈지, 게다가 광화상태니까. 그런데 저걸 때리면 반대로 마력을 쌓아가니까 버서커의 마스터의 부담을 덜어줘 도와줄 뿐이죠"

 캐스터의 물음에 오리에는 바보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대답을 해주었다.
 이에 캐스터는 진짜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오호! 그렇군요! 대단하네요, 미스 카라코우지. 그럼 저건 놔둘건가요?"

 "뭐, 쓰러뜨릴 방법은 있지만 일부러 쓰러뜨릴 이유는 없으니까. 그보다도 이 쪽의 세이버가 요주의네. 저 마검 발뭉의 주인공이라면 지크프리트임에 틀림없을테니, 전설대로라면 용의 피를 뒤집어써서 등 이외엔 공격이 안 통할텐데"  

 버서커를 방치할것이냐는 대답에 긍정한 오리에는 버서커보다는 세이버 쪽이 중요하다는 듯이 세이버의 진명으로 예상되는 이름을 말했다.
 그러자 캐스터가 그 부분을 지적했다.

 "음? 틀려요, 미스 카라코우지. 지크프리트를 죽인 하겐도 그가 죽고나선 그의 검을 사용하니까요"

 "흠, 그렇네. 근데 하겐의 상징이라기엔 빼앗은 검이라는게 걸리지만"

 오리에는 캐스터의 말을 긍정하며 정보를 적어내려가다가 텅 빈 종이를 쳐다보았다.
 종이엔 상단부분에 어쌔신이라 적혀있는 것과 스탯을 제외하면 적혀있는 것이 없었다.

 "이걸로 아직 마스터도 모르는건 이쪽 어쌔신 뿐인데. 흠, 무기를 봐서는 현대의 영웅으로 보입니다만"

 "오오- 현대입니까? 제가 만났던 사람일지도 모르겠군요"

 "설마- 그보다 현자의 돌은 어떻게 되어가나요? 캐스터"

 현대라는 말에 반응했는지 캐스터가 들떠 기뻐했다.
 그러나 오리에는 그걸 무시하고 상황의 진척을 물어보자 캐스터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아직이에요, 미스 카라코우지. 너무 성질이 급한거 아닙니까? 착수한지 이틀 째라고 하는데"

 "뭐,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그건 만들어지면 알려주세요. 캐스터"

 "네네 알겠습니다" 

 다시 입을 다물고 화면을 쳐다본 리노의 시야에는 상처를 전부 회복한 버서커를 영체화하여 떠나는 레이야스필이 있었다.


 ◇


 그렇게 또 한번의 전투가 끝난 뒤 마토우 저택에서 세이버와 소우가 마주보고 있었다.
 세이버를 바라보는 소우의 표정은 지금까지 무표정했던 것과는 달리 냉랭하였다.

 "어째서 보구를 개방했지? 세이버"

 "거기선 내가 아닌 누구라도 개방했을터"

 소우가 추궁하자 세이버는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러나 소우는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기지도 못하고 상처만 달고 오다니 역시 거기선 쓸 이유가 없었는데"

 "흥! 이어서 다인슬라이프[Dáinsleif]라도 썼으면 랜서 같은건 쓰러뜨릴 수 있었다. 동의하지 않은건 너 쪽이지 않나, 소우"

 이에 세이버는 소우의 말에 오히려 소우를 매도하였다.
 그러나 소우는 그 말을 변명으로 여겼다.

 "변명은 됐다, 세이버. 이미 지난 일 말해도 의미는 없겠지"

 소우의 말에 세이버는 영체화하여 모습을 감추었다.
 세이버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소우의 마음을 짓누르는 어두운 공기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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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        Saber
마스터        마토우 신이치 間桐真一
진명        ??
성별        남성
신장/체중    190cm/89kg
성향        질서 악
스테이터스    근근력 B 내구 B 민첩 C 마력 C 행운 D 보구 A++
클래스별 능력    기승 A / 대마력 B
보유 스킬    직감 C / 마력방출 B

보구

환상대검 천마실추 / Balmung A+ 대군보구
원전인 마검 '그람'으로서의 속성도 겸비하고 있어서 손에 든 자에 따라 성검, 마검의 속성이 변화하고 용종의 피를 이어받은 자에게 추가 피해를 입힌다.
칼자루의 푸른 보옥에는 신대의 마력(진 에테르)이 저장 보관되어 있으며 이를 해방하면 황혼빛의 검기를 방출한다.
진명개방 시 도신에 에테르가 차올라 이를 방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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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 랜서"

 토오사카 저택에 돌아와 엔이 걱정하듯 물었다.
 이에 랜서는 큰 소리치며 허풍을 늘어놓았다.

 "하! 이 정도의 상처로 어찌 될거라면 영웅이라 불리지도 않았다. 걱정할 이유는 없다"

 "오우! 역시 랜서. 아하하하! 걱정해서 손해봤네. 뭐, 팔 하나 날려먹은 상태에서도 세이버의 보구를 이길 정도니까"

 "아아, 마음 놓고 있어라, 엔. 성배같은건 단숨에 손에 넣어주마"

 큰소리치는 랜서의 말에 안심하는 엔이었다.
 그러나 창에 의해 피해가 줄어들었음에도 팔이 뜯겨져나가고 진명개방을 연속해서 두번 사용한 랜서의 마력은 꽤나 소진된 상태.
 자신의 창에 의해 공기 중의 마력을 모으고 있다고는 해도 자신의 마스터의 마력보충이 적어 불리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같은 랭크의 세이버의 보구를 상쇄하고 상처를 입힌 이유는 발뭉이 반원형의 확산형인 반면 케라우노스가 직선형의 지향성 보구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금만 거리가 가까웠더라면 자신이 더 많은 데미지를 입었을 상황이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는 랜서는 지금 상태로 세이버와 또 다시 대치한다면 이길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아무것도 모르는 엔은 그저 신이 나서 소우의 서번트인 세이버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좋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