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Visual Novel 원작 Fate Stay Night의 팬픽입니다.
원작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본편에 들어가기에 앞서 작중에 나오는 단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설명해놓은 것 이외에도 모르는 단어가 있어 이해가 되지 않을 경우에 덧글로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성배전쟁 : 성배를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전투. 전세계 곳곳에서 성배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싸움이 벌어지고 있으나, 후유키시에서 벌어지는 성배전쟁은 그 중에서도 스케일이 크다. 시작의 세 가문으로 시작했던 이 싸움은 지금에 와서는 7명의 마술사들은 각각 자신의 서번트를 소환해 성배를 얻기 위해 싸우게 되었다.

 

성배 : 모든 것을 이루어준다는 만능의 원망기. 영체인 서번트만이 얻을 수 있고, 그 서번트는 마술사인 마스터에 의해 존재할 수 있다고 한다.

 

시작의 세 가문 : 토오사카, 아인츠베른, 마키리 (현 마토우). 근원의 소용돌이에 닿기 위해 성배전쟁의 시스템을 처음 시작한 세 마술사 가문으로 토오사카는 토지를, 아인츠베른은 마력을 담을 소성배를, 마키리는 서번트를 소환하기 위한 방법을 준비했고, 성공적으로 성배를 이루어낸다. 그러나 근원에 닿을 수 있는 자는 한명. 그렇기에 성배전쟁은 발발했다.

 

근원의 소용돌이 : 대부분의 마술사들이 원하는 마술의 종착점. 이 세계 모든 것의 근원이다. 닿는 자는 마술을 뛰어넘어 마법사가 되기도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는 자는 적으며 돌아온다고 할 지라도 대부분이 미쳐버린다고 한다.

 

마술, 마법 : 과학기술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을 마력으로 이루어내는 것이 마술이며, 그렇지 못한 것은 마법이다. 예를 들어 비행기로 하늘을 날 수 있는 지금은 자력으로 하늘을 나는 것 또한 마술에 속하고, 시간이나 공간의 이동 같은 과학으로도 불가능한 것은 마법이라 칭한다. 현 시점에서 마법사는 단 5명 존재한다고 한다.

 

서번트 : 성배를 얻기 위해 마술사가 소환하는 사역마. 사역마라고는 하지만 그 실체는 과거에 실제했던 인물이나 실제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전설이나 신화 속의 인물이다. 토지의 마력이 충분하더라도 과거의 영령을 과거의 모습과 능력 그대로 소환하는 것에 무리가 있었기에 각각의 서번트에 클래스를 부여하고 그 틀에 맞춰 서번트를 소환하게 되었다.

 

클래스 :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일곱 클래스이다. 기사 세이버Saber, 창병 랜서Lancer, 궁병 아쳐Archer, 기마병 라이더Rider, 마술사 캐스터Caster, 암살자 어쌔신Assassin, 광전사 버서커Berserker.

 

보구 : 서번트들이 지닌 자신만의 능력이나 무기의 능력. 과거에 이름을 알린 그들 자신만의 심볼이다. 예를 들어 아서왕의 엑스칼리버, 랜슬롯의 아론다이트, 헤라클레스의 열 두번의 시련 등이다. 

 

p.s.1. 본 작품의 랜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창작입니다. 그 밖의 서번트들은 실제로 존재하던 인물이나 신화, 전설 속의 인물을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p.s.2. 읽다보면 일어번역체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어째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하는 생각이 나실지도 모르겠지만 원작이 일본인 만큼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3. 본래 페이트 카페에만 올렸던 소설입니다만 혹시나 해서 올려봅니다. 독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끝까지 올릴 생각입니다만 없으면 업로드 중단할 생각입니다. 만약 끝까지 올리게 되면 약 21만자이기에 약 10편에 걸쳐서 업로드 할 예정입니다.

 

 

=========================================================

 

 

 Prologue


 달이 밝은 밤, 어딘가의 아스팔트 도로 위에 한명의 이질적인 존재가 서있다.
 붉은 머리칼을 세워올린 남자는 길가의 가로등의 빛을 반사해 더욱 빛나는 황금의 갑주를 두르고, 손에는 자신의 키를 넘는 전류가 흐르는 창을 들고있었다.
 그런 그의 전방 5m 앞에서 검은 안개가 점점 실체를 띄어간다.
 검은 안개는 갑옷이 되더니, 칼이 되고, 이윽고 흰색의 머리칼을 내린 한명의 남성으로 변해나간다.
 한쪽 눈이 다치기라도 한 것일까, 안대를 하고 있는 남자가 입을 열었다.
 
 "크하하하, 랜서. 방금전까지 팔이 뜯겨져나갔던 상태에서 미안하다만, 나에게 죽어주지 않겠나"

 "세이버, 그저 이 몸의 팔이 하나 떨어져 나갔을 뿐인데 주제도 모르고 덤벼드는건가. 나도 꽤나 얕보인 모양이야"

 "허세는 관둬라, 랜서"

 당당한 랜서의 태도에 세이버는 조롱하듯 말하고, 랜서는 그러한 세이버를 비아냥거리 듯,

 "그래-, 허세라고 생각하나? 잘 봐라, 세이버. 이제서야 동등해진거다. 너는 눈, 이쪽은 팔 하나와 보구분의 마력절감. 뭐, 균형을 맞추려면 이쪽이 마스터 없이 싸워야 될 수준이지만 말이지"

 이에 어이가 없었는지 세이버는 웃는다.
 그리고는 더 이상의 말은 필요없다는 듯이 자세를 바로잡는 세이버.
 그것으로 충분했는지 랜서 또한 창을 제대로 잡고, 그들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


 둘의 전투는 마치 전쟁과 같았다.
 칼을 한번 휘두르는 것으로 그 풍압에 도로가 패이고, 창을 한번 휘두르는 것으로 초고전압의 전류에 대기가 타들어간다.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속도로 그것이 반복되기를 수십번,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던 전투는 검사가 뒤로 도약하는 것으로 중지되었다.

 "시간을 끌지 않겠다. 랜서, 여기서 사라져라"

 "보구를 쓸 생각인가? 멍청하긴"

 랜서의 말을 끝으로 세이버의 검이 주변의 대기를 뒤흔든다.

 "하! 얼간이. 이 몸을 너무 얕보았구나, 세이버"

 지금까지 주변의 대기를 불태웠던 초고전압의 전류가 창으로 몰려든다.
 그리고 두 기사의 손에 들린 무구는 모여있던 무언가를 풀어발할 준비가 되었는지,
 그들은 자신의 무기를 해방시켰다.

 ""------!!!""

 그 순간, 검에서 쏟아져 나오는 황혼빛과 전류의 창은 황금빛이 되어 충돌한다.
 검에서 나온 빛은 랜서의 코 앞에서 그 빛을 잃었고, 창이 변한 빛은 세이버의 왼팔꿈치부터 그 아래를 집어삼킨다.
 세이버는 피가 질척질척 떨어지는 왼팔을 한번 바라보고는 다시 시선을 랜서에게로 돌렸다.

 "흥, 거리가 멀었나, 어쩔 수 없군. 더 싸우고 싶지만 마스터의 명이다"

 "하! 도망갈 녀석이 변명이 많구나, 세이버! 걱정할거 없다, 이 몸이 온정을 베풀어 쫓지 않도록 하마"

 세이버의 말에 랜서가 대답하자 세이버는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나타날 때와 같이 검은 안개를 남기며 사라진다.
 그와 동시에 황금빛도 거리에서 모습을 감추어, 아무도 없는 거리에는 파괴된 아스팔트와 그 파편만이 전장이 끝났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01


 어둠이 지상을 물들여가는 시각 미야마[深山] 쵸의 한 서양식 저택에서 한 남성이 빛이 바랜 금목걸이를 손에 들어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평균적인 20대 남성의 키에, 빨간색 나그랑티에 빨간색 면바지를 입고 있으며, 20대 중반에 들어선 그의 얼굴은 꽤 귀염성을 내보이지만 검은색의 머리칼은 정돈되지 않아 지저분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응? 아아, 도착한 물건은 잘 받았어. 이야, 대단한데 이런걸 어디서 손에 넣은거야?"

 남성의 말에 맞춰 책상 위의 초록 빛을 띄는 진자가 움직여 종이에 글을 써나가고, 진자가 멈추자 종이가 글씨를 흡수하 듯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종이에 글자가 떠오른다.

 '선조로부터 내려온 유물 같은 것이라네'

 "좋아! 이걸로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네. 고마워, 닭[Gallo]. 보수는 그쪽이 원하는대로 성배를 넘겨주겠어"

 '아아, 무운을 빌도록 하지, 토오사카[遠阪]'

 그것을 끝으로 진자는 빛을 잃고, 토오사카라 불리운 남성은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겠는지 미친듯이 웃다가-
 이내 정신을 차린 듯 손에 든 물건을 보며 중얼거렸다.

 "두고보라고, 마토우[間桐]선배. 이번에야말로 지금까지의 수모를 갚아줄테니까"


 ◇


 신토의 한 호텔 프론트에서 꽤나 큰 소리로 전화를 하는 여성이 있었다.
 키는 160cm 중반 정도 되어보였으며, 풀면 허리까지 이어질 듯한 검은색의 머리칼을, 앞머리만 남긴채 오른쪽으로 모아 머리끈으로 묶고 있었다.
 검은색의 가죽자켓에 청바지를 입은 그녀는 20살을 막 넘은 듯한 앳되어 보이는 얼굴로 언성을 높였다.

 "하아? 잃어버렸다? 잃어버렸다고? 바보 아닙니까? 당신. 그런 중요한걸 잃어버렸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그녀는 런던의 시계탑에서 파견되어 방금 전 현지에 도착, 지정된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때마침 도착한 택배를 받았다.
 그리고 당연히 그 안에 들어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물건을 꺼내보고는, 무언가 문제라도 생긴 것인지 곧바로 자신을 파견한 자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걸 대신 보냈다는겁니까? 이게 뭔데? 뭐? 현자의 돌? 아니, 지금 나보고 마술사라도 소환하라는거야?"

 본래라면 그녀가 받을 물건은 서번트 중 최강이라는 세이버클래스로 현계해야 할 성유물.
 그런데 어째선지 그녀의 손에 들린, 포장지가 뜯겨진 상자 안에는 마치 당장이라도 흘러내릴듯한 피와 같이 새빨갛게 빛나는 붉은색의 돌이 들어있었다.

 "똑똑히 전하세요! 엘멜로이! 누아다레 소피아리, 그 인간! 지금 내가 꽤나 입지가 높아지니까 성배전쟁을 틈 타 없앨 생각인가본데, 시계탑에서 목 닦고 기다리라고 해! 성배인지 뭔지 손에 들고 찾아가 줄테니까!"

 원래부터 꽤나 다혈질인 그녀는 전화의 상대에게 벅벅 소리를 지른 뒤, 난폭하게 수화기를 집어던졌다.
 그러더니 화가 조금이나마 가라앉았는지,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프론트의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아... 죄송합니다. 잠깐 화가 나서, 그보다 26층이랑 27층을 쓰는 사람은 있나요?"

 "네? 아... 네, 확인해보겠습니다"

 화를 내던 여성이 자신에게 말을 건네자 놀랐는지 잠깐 당황하던 직원이 컴퓨터 모니터를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확인해 본 결과 없습니다만, 몇호실을?"

 "다행이다. 혹시나하고 걱정했는데, 그럼 26층하고 27층 전부 빌리려고 하는데요"


 ◇


 창 밖에는 얼어붙은 눈보라.
 숲의 대지를 얼리는 극한의 밤.
 얼어붙은 땅에 세워진 고성의 밖은 아직은 이른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그 하늘은 칠흑과 같았다.
 칠흑같은 대기에 먹힐 듯한 고성의 내부의 한 방에는 노인과 소녀가 마주보고 있었다.
 몇년이나 방치했는지 지저분한 느낌을 주는 듯한 노인의 은발과는 달리, 마치 금방 세공한 듯한 광택을 자랑하고 있는 소녀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은빛의 머리칼.
 드레스 같은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키는, 앳되어보이는 얼굴에 어울리게 꽤 작은 편으로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정도였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 피부는 너무나도 희었고, 그 눈은 너무나도 붉었다.

 "이번이야말로 제 3법을 손에 넣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마라. 자, 준비 된 성유물이다. 버서커로 소환하도록 하라"

 "저번의 패배를 겪고서도 버서커를 준비했습니까? 유브스탁하이트 폰 아인츠베른"

 외형과는 달리 노인을 향한, 꽤나 성숙한 어투의 말에 노인의 미간이 찌푸러진다.
 분명 과거 성배전쟁에 벌어진 일을 생각하고 있을 것일테지.
 필시 그에게 있어 과거의 성배전쟁은 생각치도 못한 패배였다.
 노인은 생각이 추려졌는지 떨어지지 않던 자신의 입을 열었다.

 "저번 패배의 원인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마스터인 인형의 인격이 너무 어렸다는 점. 그리고 두번째는 생각치 못한 황금의 서번트의 존재였지. 그렇기에 분명 두개의 패를 준비한 이번은 성배를 손에 넣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래도 만약 성배를 손에 넣지 못한다면 어쩔 생각입니까? 당주"

 소녀의 말은 노인의 가슴에 깊게 파고들었다.
 그것은 저번 성배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다음에야말로 그 비원을 손에 넣겠다는 그 일념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노인은 가슴에 박힌 말에 떠올린 생각을 곰곰히 곱씹어 대답했다.

 "그렇다면 제 3법으로의 길을 포기하고 우리들 호문클루스의 기동을 정지시킬 뿐이다"


 ◇


 칠흑이 대기를 덮은 밤.
 빛이라고는 하루나 이틀쯤 후에 가득 찰 듯한 커다란 달빛 밖에 비추는 것이 없는 미야마쵸의 서양식 저택단지의 한 저택.
 그 지하에 짧은 흑발의 청년과 남색의 미역머리 소년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2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햇볕을 자주 받지 않는지 피부가 흰 청년은 키가 큰 미남으로 검은 와이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었으며, 그보다 조금 작은 편의 소년이 남색과 흰색이 섞인 티에 청바지를 입고 그의 앞에 서있었다.

 "신이치[真一] 괜찮겠어? 무리할 필요는 없어"

 무표정한 얼굴로 걱정하는 청년의 말에 소년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으응, 괜찮아, 소우[霜]형. 성배전쟁에 대해 들었을 때부터 이러기로 결정했으니까, 걱정할 것 없어"

 청년은 소년에게 검은색의 강철조각을 넘겨주었다.

 "그래, 그럼 부탁해. 시계탑으로 가는걸 빼돌린거니까 무엇이 소환될 지는 모르겠지만 필시 대단한 영령이겠지"

 강철조각을 받아든 소년은 그것을 바닥에 그려진 진의 중심에 두고 진의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는 마력이 짙은 지하실의 공기를 깊게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자, 시작할게"


 ◇


  뒷 목을 덮을 정도의 긴 짙은 남색의 머리카락에, 피부는 햇볕에 탄 듯한 갈색빛을 띄며, 검은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베이지색 카디건을 걸치고 있는 그는 아사가미 로우[浅神露]이다.
 아사가미 로우는 신토의 번화가의 남쪽 숲 안에 있는 서양식 저택에서 한 손에는 책을 펼쳐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바닥에 소환진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마[魔]를 퇴치하기로 유명한 아사가미[浅神]가문의 후계자인 딸을 모친으로 두고 있다.
 그러나 모친이 그의 정안[淨眼]과 마력회로가 뛰어난 것을 숨긴 것, 아버지가 가문 장로들이 정한 대상이 아닌 것, 이 두가지의 이유로 후계는 그의 사촌이 이어받았고 그는 방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우 자신이 마술에 흥미를 지녔기에 시계탑에 입학하였고, 그 도중 성배전쟁에 대해 알아내 그것을 얻기위해 중동과 유럽의 수많은 지역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결국 진짜에 필적하는 것은 찾지 못하고 다시 런던의 시계탑에 돌아가려했던 지금으로부터 1년 전, 모친으로부터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듣고 후유키시에 찾아왔다.
 로우는 어느새 소환진을 다 그리고 그것을 감개무량하게 바라보았다.

 "Rock, 잘 그려졌군. 다음은 영창인가, 어디보자"

 그리고 시작되는 소환의식,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채워라, 채워라, 채워라, 채워라, 채워라. 반복할 때마다 다섯 번. 그저 채워지는 순간을 깨트린다"


 ◇


 마찬가지로 미야마쵸의 서양식 저택단지의 반대에 위치한 일식 주택단지의 끝에 있는 한 일식 주택 안의 광에서도 그 무렵 같은 종류의 의식 준비가 집행되고 있었다.

 "원소는 은과 철, 토대는 돌과 계약의 대공. 시조는 우리의 큰 스승 슈바인오르크. 불어오는 바람에는 벽을 치고, 사방의 문을 닫고 왕관에서 나와 왕국에 이르는 삼차로는 순환한다"

 광의 중심, 소환진의 중심에 있는 것은 단순히 낡아 으스러질 듯한 천조각이 하나.
 낭랑하게 외치는 목소리의 주인은, 여성치고는 큰 키에 20대 초반 쯤 되어보이는 얼굴이 이국적인 여성이었다.
 아무래도 혼혈인 듯한 금빛 포니테일의 그녀는, 하얀 티의 위에 골반까지 오는 붉은색의 코트를 걸치고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


 그날, 각기 다른 땅에서, 각기 다른 대상을 불러내는 주문의 영창이, 완전히 같은 시간에 일어난 것은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잘 들어맞은 일치였다.
 어떤 술사도 그것에 기대하는 비원은 하나.
 단 하나의 기적을 둘러싸고 그것을 획득하기 위해 피로서 피를 씻는 자들.
 그들이 시공의 저편에 있는 영웅들을 향해 발한 탄원의 목소리가 지금 일제히 지상에서 울려 퍼진다.

 "고한다..."


 지금이야말로 마술사로서의 자신이 평가 받는 때. 실수하게 된다면 목숨조차 잃는다.
 그것을 절절히 실감하면서도 엔은 결코 두려워 하지 않았다.
 힘을 갈망하는 정열.
 목표를 향해 곧장 달려나가는 부단한 의지.
 그런 특징만 가지고 말한다면 토오사카 엔은 틀림없이 우수한 마술사였다.

 "...고한다. 너의 몸은 나의 밑으로, 나의 운명은 너의 검으로. 성배의 의지함에 따라 이 의지, 이 이치에 따른다면 답하라..."

 전신을 휩싸고 도는 마력의 감촉.
 마술사인 이상 벗어날 수 없는 체내를 마술회로가 연동하는 오한과 고통.
 그것에 이를 꽉 물고 버티며 엔은 다음 영창을 자아낸다.


 "맹세를 여기에. 나는 영원히 모든 선을 이루는 자. 나는 영원히 모든 악을 베푸는 자"

 신이치의 시야가 어두워진다.
 등 뒤에 새겨진 마토우가 전래의 마술각인이 신이치의 술을 보조하기 위해 그 자체가 독자적인 영창을 자아낸다.
 신이치의 심장이 개인의 의지를 벗어난 차원에서 구동되어 경종을 울리기 시작한다.
 대기에서 거두어들인 마나에 유린당한 그의 육체는 지금 사람이기 위한 기능을 잊고서 하나의 신비를 이루기 위한 부품, 유체[幽體]와 물질을 연결하기 위한 회로로 전락했다.
 그 알력에 시달려 비명을 지르는 통각을 신이치는 무시한 채 주문에 집중한다.
 옆에서 마른 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마토우 소우의 존재도 이미 그의 의식 안에 없다.


 소환 주문에 난입한 금단의 이물, 불러낸 영령에게서 이성을 빼앗아 광기의 클래스로 끌어내리는 2소절을 레이야스필 폰 아인츠베른은 끼워넣는다.
 
 "...허나 너는 그 눈을 혼돈에 흐리어 받들어라. 너는 광란의 우리에 붙들린 자. 나는 그 사슬을 끌어당기는 자..."

 옆에서 지켜보는 노인의 머릿속에서는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이번에야말로 제 3법을 이루리라 열망하는 그 생각은 이미 저주와도 같았다.
 그것을 깨닫고 있음에도 어찌할 수 없는 저주는 수십년에 걸쳐 떨어질 수 없는, 그야말로 노인 그 자체가 되었다.
 다음번의 몸으로 이동하지 않은 채로, 이미 한계에 달해 움직일 리가 없을터인 노쇠한 몸은 저주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이 저주가 풀리기를 노인은 기원하는 것이었다.


 "그대 삼대 언령을 두른 일곱 하늘. 억지의 윤회로부터 오라, 천칭의 수호자여."

 그렇게 주도[呪禱]의 매듭을 지음과 동시에 몸으로 흘러 들어오는 마력의 격류를 한계까지 가속한다.
 용솟음치는 바람과 번개.
 눈을 뜨고 있을 수 없는 풍압 속에서 소환의 문양이 찬연히 빛을 발해 어두운 지하실을 밝힌다.
 드디어 마법진 속의 경로는 이 세상이 아닌 장소와 연결되어 그곳에 하나의 신체가 나타났다.

 "묻겠다. 그대가 나의 마스터인가?"

 이 세상에 존재할 리 없는 그 자는 흰 해골모양의 가면을 쓰고있었다.


 어딘가의 지하실에서 해골모양의 가면을 쓴 남자를 소환한 누군가와는 달리,

 "우와! 대단해! 뭐야, 이거! 사실 조금은 의심했는데 닭녀석 엄청난걸 보냈잖아! 좋아, 이번 전쟁 나의 승리다!"

 신나서 어쩔 줄 몰라하는 토오사카 엔의 앞에는 밤의 어둠마저도 뿌리치는 황금의 서번트가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