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해가 지고 달이 떠 있는 시각.
 학교의 교정에는 푸른 창병과 붉은 기사가 싸우고 있었다.
 기사가 든 두 자루의 검은 푸른 창병의 창을 가까스로 막아낸다.
 검이 그리는 궤도가 직선인 반면, 창이 그리는 궤도는 점.
 제 아무리 눈이 좋더라도 빛의 속도에 필적하는 창이 보일리는 만무.
 일부러 자신의 방어에 틈을 주어 그곳을 노리는 공격을 막아내는 기사.
 단 한번의 방어에 실패로 목숨이 위태로운 줄다리기.
 그것이 도합 50번, 푸른 창병은 뒤로 뛰어 거리를 벌린다.

 

 "네 녀석, 뭐냐"

 자신의 공격을 막을 기사가 분명 이 세계의 수많은 영웅 중에 없을 리가 없다.

 

 "너가 말한대로 단순한 궁병이다만, 문제가 있나? 빛의 왕자, 쿠훌린"

 

 여전히 손에 두개의 검을 든 채로 말하는 붉은 기사.

 그렇기에 그가 의아해하는 것은 그런것이 아니라---
 그의 손에 들린 두개의 검에 의한 것이었다.
 빛의 속도로 내찔러진 창을 막은 검은 튕겨나가 그 모습을 잃었다.
 그럼에도 튕겨나간 순간 손에 들려있는 똑같은 검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칫"

 

 푸른 창병은 의문을 접은채로 창을 다시 쥐고,

 

 "여기서 떨어져라, 아처"

 

 그 순간, 주변의 마력이 일렁인다.
 창으로 모여드는 죽음의 기운.
 그걸 눈치챘는지 붉은 기사는 자세를 다잡고---

 

 "누구냐?!!"

 

 멀어지는 발소리에 푸른 창병이 기사로부터 멀어진다.
 이에 공기는 다시 원래의 분위기를 되찾는다.


 ◇


 창으로 몰려드는 죽음의 기운.
 저 붉은 기사는 분명 여기서 죽는다, 라고 몸이 느낀다.
 그에 어째서인지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고,
 바스락.

 

 "누구냐?!!"

 

 "읏"

 

 자그마한 낙엽소리에 반응한 창병이 이쪽을 바라보는 순간,
 --달려나간다.
 몸이 제멋대로 죽음을 피하기 위해 달리고 달려서 어느새 학교의 복도.

 

 "후, 따돌렸나"

 

 깊게 내쉬는 한숨과 동시에,

 

 "미안하군, 애송이"

 

 챙!

 

 "뭐..?"

 

 양손에는 준비한 두개의 검.
 양의 기운을 지닌 백색의 검, 간장.
 음의 기운을 지닌 흑색의 검, 막야.
 중국의 춘추시대 오나라의 명장이 만들었다는 부부검, 간장과 막야.
 서로를 끌어당기는 두자루이자 하나의 검.

 

 "너가 말한대로 단순한 애송이다만, 문제가 있나? 푸른 창병"

 

 "하아! 깝치지마라, 애송아"

 

 푹!

 

 "커억"

 

 아무래도 흉내내보았지만 역시 그 정도의 기량이 없는 나로써는 불가능했나.
 심장으로부터 피가 빠져나가는걸 느끼며 그대로 정신을 잃기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듯 했다.


 ◇


 "윽..."

 

 정신이 돌아온다.

 

 "어떻게..."

 

 분명 심장을 찔렸을터인데 심장의 상처는 사라진채로 옷에만 구멍이 뚫린 채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청소도구함에 가서 마루걸레를 가져와 내가 흘린 피를 닦는다.
 이 상황에서 청소라니, 내가 생각해도 무언가가 잘못된 것 같지만,

 

 "응? 이건 뭐지?"

 

 떨어져있던 붉은 보석의 펜던트를 줍는다.

 

 "이런게 떨어져 있었던가?"

 

 기억나진 않지만 일단 가져가볼까.
 그보다도 문제는,

 

 "창문은 어떡하지. 어쩔 수 없나, 내일 일찍와서 잇세한테 말해둘까"

 

 깨진 유리창조각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학교를 뒤로 한다.


 ◇


 짤그랑, 짤그랑.

 

 "읏, 바보같이! 뭘 멍하니 있었던거지"

 

 마술로 만든 결계가 침입자를 알림과 동시에 거실의 불이 꺼진다.
 한번 죽였던 자가 살아있다는걸 알면 다시 죽이러 오는 건 당연한 것인데, 난 뭘 이리 멍하니 있었던 것인가!
 챙!

 

 "윽"

 

 위에서 나타난 창병의 기습에 몸을 날려 유리창을 깨고 마당으로 벗어난다.

 

 "흥, 멍청하긴. 도망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냐?"

 

 도망?
 내가 도망을 간다고?
 그럴리가 없지.
 손에 드는 것은 두자루의 검.

 

 "심기, 무결하며 반석-"

 

 두개의 검을 잠깐의 시간을 두고 던진다.

 

 "애송이가!"

 

 푸른 창병이 간단하게 두자루의 칼날을 튕겨내고 달려든다.
 그것을,

 

 "힘, 산을 뽑고"

 

 어느새 준비해놓은 간장으로 가까스로 창을 막아낸다.

 

 "끝이다!"

 

 창을 막은 간장이 깨지는 순간,
 음양의 검이 빛을 발한다!

 

 "뭣?!"

 

 손에 들고 있던 간장에 반응해 처음에 튕겨냈던 막야가 랜서의 등을 덮친다.
 그러나 그것을 느낀 것인지, 순간적으로 막야를 부숴뜨리고--

 

 "검, 물을 가른다"

 

 이번엔 준비해놨던 막야를 손에 들고 뒤를 막아냈던 창병을 노려 내려치고,

 

 "읏"

 

 쨍그랑!
 아까와는 달리 여유가 없어진 창병.
 그럼에도 막야 역시 깨지지만, 이번에도 되돌아오는 처음에 튕겨진 간장.
 이를 막으려고 돌아선 창병.
 그리고!

 

 "생명, 이궁에 도달하니--"

 

 마지막으로 준비해둔 두자루의 검.
 본래의 간장 막야를 어레인지한 자신만의 오리지널, 간장 막야 오버엣지.
 뒤에서 날아오는 간장과 앞에서 내려쳐지는 두개의 검, 도합 세개의 검을 동시에 막을 리가 없고--

 

 "우리들, 같은 하늘을 품지 않는다!!!"

 

 돌아오는 간장을 막기위해 뒤돌았던 창병의 양어깻죽지부터 가슴까지를 두개의 검으로 베어낸다.

 

 "컥"

 

 랜서가 죽었다(ランサーが死んだ)!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