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우리가 지역예선을 통과하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네."

"그러게 말이다. 나도 네가 통과할 줄은 몰랐다."

"흐흐, 전라북도 1위한테 전수받은 건데 이 정도는 해야지?"

박태오의 말을 들은 추강찬이 얼굴을 붉혔다. 강찬이 화제를 돌리기 위해 책상 위에 있던 노트북을 켟다.

"그건 됐고, 204강전은 어디에서 하려나?"

"아, 그렇네. 그것도 알아봐야되는 데 까먹었네. 같이보자."

태오가 강찬의 노트북 화면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노트북이 조용히 부팅이 완료되었음을 알렸다. 강찬과 태오의 얼굴이 비장해지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국학생제육력대회의 진행방식은 이러하다. 17개 지자체에서 각각 지역예선을 한 다음 거기서 12명의 본선 진출자를 뽑는다. 그렇게 뽑힌 204명이 토너먼트전을 통해 32강까지 진출한다. 32강에 도달하는 데에는 2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51강전에서 통과해 무탈락자 17인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경쟁률이 훨씬 치열한 패자부활전을 통해 부활자 15인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32강에 진출한 학생들은 4강전까지 그대로 토너먼트전을 펼치게 되고, 4강에 도달하면 최후의 4인이 서로 리그전을 벌여 승리 횟수가 많은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다. 승리 횟수가 동률이면 그 학생들끼게 재대결을 펼치게 된다.

 

주제는 치유, 체력, 사랑, 행동속도, 마력, 용기 등등 제육력을 통해 발휘할 수 있는 모든 마법들 중에서 랜덤으로 뽑아 결정된다. 그래서 제육력을 이용한 포션 만들기를 모두 숙달해야만 우승을 할 수 있다.

 

대화장소도 랜덤으로 결정된다. 전국팔도에서 건물을 빌리거나 매매해서 그곳을 대회장소로 사용한다. 그 위치는 부산, 서울, 대전, 인천, 춘천 등등 다양해서 참가자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강찬과 태오가 204강전의 정보가 뜨는 홈페이지를 열면서 긴장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었다. 화면의 커서가 조용히 투박한 홈페이지의 한쪽에 있는 대회정보 버튼을 클릭했다. 연이어 204강전의 정보가 담긴 파일을 열었다. 아래아 한글의 하늘색이 아닌 워드의 파란색이 뜨며 운명의 리스트가 열렸다.

 

강찬이 자신의 이름을 찾으며 밑으로 더 밑으로 커서를 내렸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다.

 

 

대전 경기장, 치유 ※주소는 아래 별도의 글 참조

제61경기, 추강찬(전북 남원) vs 주연재(서울 종로)

제62경기, 김초은(인천 중구) vs 최정훈(강원 인제)

제63경기, 박태오(전북 남원) vs 임경빈(경기 양주)

제64경기, 윤채형(충남 서산) vs 전청아(인천 중구) 

 

 

"오오! 우리 같은 경기장이다!"

태오가 놀라며 말했다.

"그러게, 엄청 행운이다!."

"근데 내 상대는 누구려나? 전력 꽤 되려나?"

"그건 모르지. 랜덤이니까."

"너는 참 좋겠다. 누가 나와도 잘 싸울 수 있으니까."

"그 말 좀 적당히 하랬지. 쑥쓰러우니까."

"오, 그럼 더해야겠는 걸?"

태오가 장난스럽게 소리치는 시늉을 했다. 강찬은 그걸 보고 어쩔 줄 몰라했다. 그걸 보고 태오가 키득키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같은 경기장 됐으니까 다른 애들 전력도 봐보자."

"그래. 그러던가."

 

그렇게 태오가 같은 경기장에 나가는 모든 학생들의 전력을 팠다. 강찬의 상대인 주연재는 서울특별시 지역예선 3위였고, 태오의 상대인 임경빈은 경기도 지역예선 8위였다. 태오가 자신의 성적과 같은 걸 보자 흥미로운 듯이 입가에 웃음기가 돈다. 그리고 나머지는 김초은이 인천광역시 지역예선에서 1위를 차지했고, 나머지의 실력은 거의 3~5위로 비등비등했다.

"우와, 1위가 한 경기장에 2명이나 있네..."

"거 봐. 다른 곳에도 1위가 많다고. 그러니까 나 좀 그만 놀려라."

"싫은데?"

태오가 다시 장난스럽게 말한다. 강찬이 살짝 피식 웃더니 말을 잇는다.

"그나저나 성적 때문에 참가한 건데 생각보다 훨씬 잘 나왔단 말이지."

"그러게다. 마법 8개 중 5개를 3등급 이상 맞아야 통과인데 너는 3개밖에 3등급을 안 넘었으니까."

"그거 아니었으면 나 대회 출전 안 했을 거야. 귀찮으니까. 근데 졸업하려면 마법에서도 합격점을 따야하잖아. 그놈의 마법은 왜 만들어져가지고..."

강찬이 의자에 앉아 신세를 한탄했다. 실제로 4강에 오르면 다른 과목이 뒤떨어져도 합격처리를 해준다.

 

"그나저나 빨리 연습해야겠네. 그러니까 제육력 좀 알려주십시오, 전라북도 지역예선 1위님."

"아니,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강찬이 손사래를 치며 말린다. 그러나 태오의 장난기가 멈추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냥 넘어갔다.

 

"자, 그럼 이제 공부를 시작해볼까. 경기 주제가 치유랬던가..."

강찬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기지개를 피면서 개운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간단한 마법을 외웠다.

"가므오 타케아 카지 모드가"

그러자 제일력으로 봉인해놓았던 공간에 있던 모든 것들이 꺼내져나온다. 이 마법은 기본 마법이라 사람들이 주로 수납공간으로 사용한다. 제일력으로 갇혀있던 공간에서 제육력의 기본 6재료라고 불리는 돼지고기, 양파, 대파, 마늘, 간장, 고춧가루와 함께 칼, 도마 등 여러 요리도구들이 나왔다.

"이제 강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응. 나도 통과하고 싶으니까."

 

그렇게 강찬이 양파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양파에 대해 강의하기 시작했다.

"일단 양파가 사용되는 데가 활성산소 제거, 신경을 안정시켜 불면증 해소, 정력 증가, 고혈압 예방, 탈모 치료 등등이 있는데......"

"응, 응."

"일단 여기서 불면증 해소 중에서도 간단한 것부터 시연해볼게."

그리고 양파를 바닥에 내려놓고 칼로 이등분했다. 그리고 양파를 향해 주문을 외웠다.

"케르도 아치브 오위벨 알리신 이소마니"

강찬이 양파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게 끝이야."

"에? 벌써?"

"간단한 버전이니까. 이것 말고도 다른 방법들도 많아."

강찬이 다른 방법의 시범을 보였다. 양파 껍질을 끓는 물에 넣고 아까랑 같은 주문을 외우는 방법이었다. 이것도 꽤나 간단해서 싱거웠다.

"근데 대회에서 이렇게 빨리 해도 되는거야?"

"물론 대회에서는 이렇게 하면 안 되지. 풀버전으로 해야 효과가 훨씬 크니까."

 

그리고 강찬이 풀버전을 시연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부위인 앞다리살과 마늘, 대파, 간장, 고춧가루를 집어들었다. 제육볶음을 만드는 방법과 거의 동일했지만 재료에 하나하나 마법을 활성화시키는 마법을 걸어야 했다. 그리고 양파에는 아까랑 같은 마법을 걸어주었다.

 

그리고 제육볶음이 완성되었다. 부가적으로 넣을 수 있는 설탕같은 재료들을 모두 뺀 상태이고 마법을 활성화시킨 것이어서 색감은 평소의 제육볶음이랑은 달랐다. 강찬이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걸 먹으면 수면제보다 더 강한 불면증 해소가 가능한 거야."

"오오!"

"참고로 마법에 집중할 수록 효과가 더 커. 그래서 제영력, 제구력, 제삼력이 중요한데... 내가 제삼력이 딸린단 말이지."

제삼력은 변수를 말하는 것으로, 제삼력을 컨트롤하지 않으면 의도치 않은 이상한 마법이 나갈 수 있다. 제삼력은 강찬이 4등급을 맞아 떨어진 과목이자 태오에게는 강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양파에 대한 강의는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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