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새벽 1시, 방금 전 무사히 소환을 마친 엔은 서양식 저택 단지의 비탈길을 내려와 도중에 있는 한 양관의 앞에 섰다.
 어둠만이 감도는 불 하나 켜져 있지 않은, 빛이라고는 상공에 떠있는 달만이 비추고 있는 저택, 그 문패에는 마토우라고 쓰여있었다.

 "마토우선배! 소환은 끝마쳤겠지?!"

 고요한 저택에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반응했는지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나온다.
 뭐, 당연히 마토우 선배겠지, 하며 쳐다보는 엔의 생각대로 아니나 다를까,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검은 코트를 입은 마토우 소우였다.

 "엔인가. 이 추운 겨울, 그것도 새벽에 무슨일이지? 설마 싸움이라도 하러 온건 아닐테고"

 "어? 어째서 싸우러 온거 맞는데. 성배전쟁이란건 그런거잖아?"

 한밤 중, 아니 이미 새벽인 지금 시각에 찾아온 엔을 보고 소우는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렸다.
 그 때의 엔은 자신의 생각이 최선의 방침이라 진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보는, 좋게 말하면 적극적인, 나쁘게 말하면 생각이 없는 바보 같은 녀석이었다.
 늘 그것을 규제하던 것이 한 학년 선배이자 같은 마술사였던 소우다.
 그렇기에 소우는 지금의 엔을 보고 과거를 떠올려 웃음이 나려했으나, 그것을 무표정으로 일관한 채 어깨를 움츠린다.

 "그런가. 3년이나 안 봤더니 잊고 있었다. 너는 그런 바보였지"

 "와! 바보라니 너무하네! 일단 아는 상대부터 쓰러뜨려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런 의미에서 가랏! 랜서!"

 "자신의 집에서 도망칠 수는 없지. 여기서 떨어져라, 엔"

 엔의 말에 맞춰, 그의 앞에 황금의 빛이 나타나 황금의 갑주를 두른 채로 현계한다.
 눈부시고 현란한 위용의 그는, 불타오르듯 붉은 머리칼에, 손에는 자신이 두른 갑주와 같은 황금의 창을 들고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항하 듯, 소우의 앞에 나타난 새까만 어둠이 칠흑의 갑옷을 입은 채로 그 자리에 실체화한다.
 그의 갑옷은 주인의 잔혹함을 알리려는 듯 군데군데 피가 묻어 굳어있었고, 청렴을 뜻하는 듯한 새하얀 머리칼의 일부분에도 피가 묻어있었다.
 그러나 그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그의 왼쪽 눈을 가린 안대일테지. 
 소우의 앞에 선 칠흑의 서번트를 훑어보는 황금의 서번트 역시 그것이 제일 눈에 들어왔는지-

 "호오, 그 무기. 물으나마나 세이버인가, 좋다! 허나 제일 강하다는 세이버가 눈장애여서야... 실로 아쉽군"

 진심으로 아쉬움을 표했다.
 이를 세이버는 크게 웃어넘기고 자신의 검을 바로잡는다. 

 "하하하! 안심해라, 랜서. 그대가 싸우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테니"

 호탕한 목소리로 말하는 세이버의 말에, 랜서는 기쁜 듯이 웃으며 한손에 들어 세우고 있던 창을 두 손으로 잡아 세이버에게로 향한다.

 "그래? 좋다, 세이버. 할 수 있다면 해보아라. 허나 실패한다면 그 목숨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야!"

 그 말을 끝으로 빛과 어둠이 부딪혔다.

------
클래스        Saber
마스터        마토우 신이치 間桐真一
진명        ??
성별        남성
신장/체중    190cm/89kg
성향        혼돈 악
스테이터스    근력 B 내구 B 민첩 C 마력 C 행운 D 보구 A++

클래스별 능력
기승 A
-환수·신수를 제외한 모든 탈것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다.
대마력 B
-마술발동의 영창이 3소절 이하인 것은 모두 무효화한다. 대마술이나 의례주법 등을 통해서도 상처입히기 힘들다.

------ 
클래스        Lancer
마스터        토오사카 엔 遠坂円
진명        ??
성별        남성
신장/체중    183cm/78kg
성향        혼돈 선
스테이터스    근력 C 내구 C 민첩 B 마력 D 행운 E 보구 A+

클래스별 능력
대마력 C
-마술발동의 영창이 2소절 이하 혹은 2공정 이하인 것은 모두 무효화한다. 대마술이나 의례주법 등의 대규모 마술은 막을 수 없다.

------


 전장으로부터 수백미터 떨어진 신토의 한 호텔, 달이 가까운 곳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자가 있었다.
 방금 전에 소환을 마친 카라코우지 오리에[空小路織衣], 협회에서 파견된 마술사였다.

 "신토에 도착하자마자 토오사카와 마토우 저택을 감시한건 정답이었네. 벌써부터 싸우는 자들이 있다니"

 "미스 카라코우지. 그런 조잡한 사역마 따위 사용하지 않아도 어디든 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이 수정 하나로 가능합니다만"

 오리에는 캐스터의 얼굴과 수정을 한번씩 쳐다보고 시선을 되돌린다.
 본래라면 자신이 뽑았어야 할 서번트는 지금 전장에서 황금의 서번트와 싸우고 있는 세이버일 터.
 아까부터 짜증나게 구는 저 캐스터는 아닌 것이다.

 "시끄럽네, 참. 아아, 어째서 저런게 뽑힌걸까"

 "저런거라니 어찌 그리 실례되는 말을! 이래봬도 마술과 예술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해 당신보다 수준이 높습니다"

 캐스터의 말에 살짝 피가 머리에 오른 오리에는 캐스터쪽을 쳐다본다.
 캐스터는 노을과 같은 주황색 머리칼에 어째선지 소환되었을 때부터 현대식 양복을 입고 있었다.
 나이는 40대 전후, 전성기의 모습으로 소환된다는 걸 보면 아무래도 40대가 그의 전성기였겠지.
 그것보다도 옷을 봐선 현대의 마술사인 듯 한데, 그래서야 지금의 마술사와 별 다를 바가 없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일단 캐스터의 말을 반박한다.

 "그야, 캐스터니까 당연한거잖아. 그보다 전쟁에 예술 필요없고-. 당신, 다른 서번트랑 싸울 수는 있는거야?"

 오리에의 말에 캐스터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어 당연하다는 듯--

 "뭐... 그건 불가능하네요. 저는 연금술사입니다. 전투라는 몰상식한..."

 캐스터의 말에 너무나 어이가 없었는지 오리에는 머리에 올랐었던 피 마저도 내려가는 느낌을 받으며 좌절해 책상에 엎어진다.

 "으아아-- 어쩌라는거냐고, 대체. 어쩔 수 없네. 숨어있습시다! 마지막에 남은 한명이 제가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약하길 빌 뿐이네요. 이건"

 "뭐, 어떻게든 되겠죠. 불쌍한 미스 카라코우지! 기운내세요!"

 분명 그로써는 진심을 담은 말이었겠지.
 그러나 진심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오리에는 그저 짜증이 치밀어 올라 드러누웠던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소리친다.

 "윽!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뭐, 이런다고 바뀔 건 없지.
 참자, 참아.
 오리에는 순간적으로 솟아오른 피를 억지로 눌러 앉히고 한숨을 내쉰다.

 "하아, 뭐 어쩔 수 없는 일로 고민해도 끝이 없지. 정보라도 얻어냅시다. 캐스터, 아처 쪽을 부탁해요"

 오리에는 자신의 운 없음에 좌절하며 그들의 전투를 계속해서 지켜보았다.


 ◇


 한편 무사히 소환을 마친 리노 에델펠트는 자신의 서번트와 거리를 나와 어째선지 후유키와 신토를 잇는 교각, 브로드 브릿지 위에 서있었다.

 "하아-음. 아처, 이런데서 본다고 뭔가 보여? 난 하나도 안보이는데"

 리노가 런던 시계탑에서 현지에 도착한지 반나절.
 8시간의 시차를 신체가 받아들여주지 않는지, 아까부터 연신 하품을 해대며 말하는 리노의 말에 아처가 대답한다.

 "괜히 아처가 아니니까요. 저기 숲에 있는 저택 정도는 보입니다"

 쿼터라고 하기엔 꽤나 섞인 리노와는 달리, 그는 전형적인 동양인의 얼굴로 머리칼의 색은 짙은 검은색이었으며, 입고 있는 옷은 세이버나 랜서와는 달리 빨간색과 흰색이 섞인 한복[漢服]과 같은 옷이었다.
 리노는 그가 말한대로 숲쪽을 바라보자 거기에 퍼지는 것은 울창한 수목림, 그 뿐이었다.

 "헤에, 대단하네. 천리안이라는거구나. 그거"

 "네. 참고로 그 저택에서 무언가가 옵니다. 어떻게 할까요?"

 "응? 무언가라니?"

 아처의 말을 듣고 리노는 유심히 숲을 바라보지만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와 반대로 천리안을 지닌 그는 무언가가 보이는 모양인지 리노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마차... 같습니다만"

 그 말에 서번트임을 신체가 먼저 깨달은 것일까,
 졸음이 달아난 모양인지, 오리에는 보이지도 않는 라이더가 있을 방향으로 손가락을 뻗는다.

 "서번트인가, 좋아. 첫 개시다! 격추시켜버려, 아처!" 

 오리에의 공격선언과 동시에, 아처는 붉은 활에 끈이 달린 하얀 화살을 걸고 있었다.
 그의 눈은 마치 먹잇감를 노리는 매의 눈과 같았다.


 ◇


 신토 남쪽 숲의 서양식 저택에서 소환을 마친 로우의 앞에 나타난 서번트는 머리에 비녀를 꽂고 기모노를 입은 미녀였다.
 그러나 머리의 중앙에 조그마하지만 확실한 뿔 하나가 돋아있었다.

 "그대가 나의 마스터인가?"

 마치 몇백년 전이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말투로 말을 건네는 그녀의 말에 로우가 대답한다.

 "아아, 그런가본데. 너는 서번트냐? 어떻게봐도 일반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잖아. 영웅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데"

 "그런가? 그렇다면 보여주도록 하지. 허나 여기는 좀 좁구나. 밖으로 나가도록 하자"

 소환되자마자 따지는 듯한 로우의 말에 반박으로 되밀어 오지 않고, 말을 마친 그녀는 저택의 밖으로 나선다.
 이에 로우도 그녀를 따라나가, 그녀의 뒤에 선다.
 추운 겨울의 공기는 뜨겁게 달궈졌던 로우의 폐를 식혀나갔다.

 "이런 데 뭔가 있냐?"

 보이는 것이라곤 나무들 밖에 없는 조그마한 숲 안.
 그 안에 무언가 있는 것일까, 하고 묻는 로우의 물음에 라이더가 답한다.

 "잘 보고 있어라, 나의 마스터여. 자- 때가 왔다. 와라! 나의 애마들이여"

 그녀가 숲 속의 나무를 쳐다보며 외치자, 그에 응답하듯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두 마리의 검은 말과 그들이 끄는 수레가 빠져나온다.
 두마리의 말의 다리는 총 여섯이었으며 그들의 발목엔 불이 휘감겨 있고 그들이 땅을 박찰 때마다 대기가 진동한다.
 또한 수레의 바퀴는 한바퀴 돌 때마다 빛이 퍼져나간다.

 'Rock! 멋있는데!'

 물론 로우는 서번트에게는 즐거운 티를 내지 않은 채로 담담하게 말한다.

 "오, 라이더인가. 의외로 나쁘지 않은 패를 뽑았군"

 "나쁘지 않은 패가 아니지, 마스터. 그대는 좋은 패를 뽑은 것이라고. 자, 올라라. 달이 밝으니 하늘을 누비고 싶구나"

 로우의 말에 불만인 것인지, 라이더는 로우의 말을 교정하고 수레에 탈 것을 권한다.
 로우는 일단은 정찰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수레에 올랐다.

 "나쁠거 없지. 그러면 일단 마토우 저택으로 가볼까"

 로우와 라이더가 수레에 오르자 두 마리의 말이 어두운 밤하늘을 향해 나아간다.
 명백하게 지상에서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하늘로 오르고, 수레가 숲을 나서자마자,
 스윽-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 순간--
 어딘가에서 날아온 화살이 수레를 지키는 칼날에 떨어뜨려진다.

 "흐음? 공격인 것 같구나, 마스터"

 그야말로 순간적인 공격을 막아낸 라이더가 아무렇지도 않게 로우에게 말한다.

 "Fuck, 아처인가. 처음부터 삼기사 중 하나라니 재수가 없군"

 그에 로우는 욕을 내뱉고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을 쳐다본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두 도시를 잇는 거대한 교각.
 로우는 아처와 그 마스터가 있는 교각의 정상을 바라본다.

 "가자, 라이더. 공격을 받고 있을 수 만은 없지"

 로우의 말을 수레를 이끄는 말들이 들은 것인지, 그들은 수레를 이끌며 두 도시를 잇는 거대한 교각으로 나아간다.


 ◇


 첫번째의 화살을 막아낸 광륜거는 그대로 다리를 향해 나아간다.
 이를 격추시키기 위해 뒤이어 날아오는 화살의 수는 셋.
 수레의 주인을 찌르기 위해 처음으로 날아오는 화살은 피해, 수레를 끄는 두 말을 노리는 두번째와 세번째로 날아오는 화살은 상공을 나는 두개의 칼날이 각각 하나씩 쳐낸다.
 이후 로우의 시야에 비춰진 것은 아처, 그 자는 9개의 화살을 한꺼번에 활에 걸어 이쪽을 조준하고 있었다.

 "Fuck! 다음에 오는 것은 9발이다. 어쩔거냐? 라이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정안.
 그것에 의해 본래라면 보일리가 없는 거리, 그 거리를 그저 집중하는 것만으로 돌파해 시야에 넣고 그것을 인식한다. 

 "어쩌냐니? 무엇을 말인가? 마스터"

 "아까 보니까 검은 세자루 밖에 없어 보였는데, 9개의 화살을 어찌 막을 생각이냐고 묻는거다. Fuck! 이 녀석들은 좀 더 빠르게 못 달리는거냐?!"

 라이더의 느긋함에 신경질이 났는지 로우가 수레를 끄는 말의 엉덩이를 차며 소리친다.
 그러나 라이더는 여전히 느긋하게 허리춤에 있는 검집에 손을 댄다.

 "그 말을 화나게 하지 않는게 좋을것이야, 마스터. 여차하면 먹어치울지도 모르니까. 그보다 안심해도 좋아! 9발이건 20발이건 몇 백발이 되던 간에 막아낼테니까"

 라이더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로우의 시야에 있는 아처는 활의 현을 집고 있었던 손을 놓아 9개의 화살을 풀어발한다.

 "Fuck! 온다!"

 "자, 너의 차례다. 켄묘렌[顕明連]!"

 라이더의 부름에 응하듯 허리춤에 있던 검은 스스로 검집에서 빠져 광륜거를 앞서나가 그 수를 아홉으로 늘린다.

 "분열하는 검? 저건 보구냐?"

 "물론. 그보다 방금 전의 두 칼날도 보구였는데"

 9개로 나뉜 켄묘렌은 날아오는 화살을 모두 떨구고 하나로 합쳐져 라이더에게로 돌아온다.

 "어떤가? 역시 나는 좋은 패였지?"

 "네네, 그렇네요, Fucking 라이더씨. 그래서 언제까지 막고만 있을 생각이냐?"


 ◇


 아처는 자신이 발한 9개의 화살이 모두 처리되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못한다.
 진명개방을 하지 않은 상태라고는 해도 그 하나하나가 A랭크에 필적하는 화살.
 물론 그것을 쳐낸 상대는 생전에는 전무했다.

 "대단하군요. 생전에 신 마저도 떨어뜨린 저의 화살을 막아내다니"

 "헤에, 그래? 그럼 어디 누군지 볼까?"

 리노는 아처의 말을 듣고는 상대가 궁금해졌는지 아처에게 공격을 멈추게 한다.
 그리고는 라이더가 다가오는 것을 기다린다.

 라이더와 그녀의 마스터가 타고 있는 광륜거는 교각의 근처에 다다르자 라이더가 말들에게 멈추라 지시한다.
 그리고는 아처를 바라보더니 기분 좋은 듯 말한다.

 "그대가 아처인가? 호오- 미남이지 않은가. 그 얼굴로 이 정도의 능력을 지녔다니 필시 이름있는 영웅이겠군"

 라이더의 말에 아처는 웃어보이더니 예를 표한다.

 "그러는 라이더, 당신도 대단합니다. 진명개방은 아니라고는 하나, 저의 화살을 막아내다니"

 아처의 말에는 거짓 하나 없었다.
 그의 화살은 본래 신 마저도 떨어뜨린 화살.
 본래의 힘을 다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그것을 손 까딱하지 않고 서 있는 것만으로 막아낸 것이다.
 그러나 아처의 말에 라이더의 마스터는 비위가 거슬렸는지 수레의 난간에 한 발을 올리고 몸을 앞세워 소리쳤다.

 "어이, Fucking 활잡이. 실력이 뭔지 모르냐? 이 녀석은 단순히 보구가 좋을 뿐이지"

 "저기, 마스터여? 어째 나를 깎아내리는 느낌이 든다만 기분 탓이겠지?"

 그녀의 마스터가 말한대로 아처의 화살을 막은 것은 분명 보구의 덕이다.
 허나, 켄묘렌을 지닌 것이 그녀이기에 화살을 막아낸 것은 부정할 수 없겠지.

 "뭐? 단순히 사실을 말했을 뿐이잖아"

 라이더에게 말을 하며 로우는 아처의 옆에선 여성을 바라본다.
 그녀는 라이더의 수레가 옆에 선 순간부터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것이 로우의 눈에 어떻게 비췄는지는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옆에 있는 여자, 너는 아처의 마스터인가?"

 "응? 맞아. 내가 아처의 마스터, 리노 에델펠트"

 리노는 적을 눈 앞에 두고도 전혀 긴장감이 없다.
 어디 그 뿐인가, 너무나도 졸린 나머지 그들이 한 이야기 같은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기 자신도 모르게 이름을 말해버렸지만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는 일.
 리노는 속으로 아차 싶었지만 다행이겠지, 그것이 표정에 드러나진 않았다.

 "아? 적한테 이름을 말해도 괜찮은거냐? 너 저주 같은거에 걸릴지도 모른다"

 "어머, 걱정해주는거야? 라이더의 마스터씨는 친절하네. 상으로 령주라도 줄까?"

 친절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로우의 말에 리노는 순간 자신의 모친을 떠올려 웃는다.
 그리고 그것은 그를 놀리는게 꽤 재밌겠다, 라는 결론에 이어졌다.

 "Fuck, 농담은 집어치워라, 여자. 시간을 허비했군. 가자, 라이더"

 "알겠다, 마스터. 가자, 광륜거"

 더 이상 있어봤자 할 이야기는 없다고 생각한 로우는 그 장소를 떠나기로 하고, 라이더의 말에 응답하듯 두 말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두 말이 대기를 박찰 때마다 대기는 진동하고 빛이 퍼져나간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로우의 얼굴엔 어둠이 깔려있었다.
 
 "Fuck! 라이더! 네 녀석은 Airhead냐?! 적의 앞에서 진명을 말하다니! Fuck! 최악이다!"

 "그치만 마스터여. 이름은 부르기 위해 있는거라고?"

 영웅의 심볼인 보구, 그것의 이름이 밝혀지는 것으로 영웅의 진명과 그의 전생에 대해 밝혀질 수 밖에 없다.
 서번트란 전생의 죽음에 대해 취약해지는 법.
 그렇기에 진명을 숨기는 자들이 많은 성배전쟁.
 그 전장에서 이 라이더는 자신의 보구를 밝힌 것이다!

 "이런 멍청이가! 일단 저택으로 돌아가겠어! Fuck!"

 "어째서?"

 "Shut Up! 일단 그 머저리 같은 뇌에 성배전쟁에 대한 지식부터 박아주겠어!"

 화가 오를 때까지 오른 소우는 라이더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는다.
 그럼에도 웃어넘기는 라이더.
 생전의 영웅에게 당당한 마스터와 한낱 인간을 모멸하지 않는 서번트.
 어찌보면 둘의 관계는 의외로 나쁘지 않은게 아닐까?


 ◇


 "방금, 광륜거라고 했지?"

 "네, 틀림없이"

 이번에야말로 졸음이 달아날 정도의 것을 듣고 리노는 어이없어했다.
 본래라면 진명개방 시를 제외하곤 진명을 말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하, 뭐야 저거. 이렇게 쉽게 진명을 알게될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스즈카고젠인가"

 "세자루의 검을 가지고 있는것도 그렇고 틀림없겠죠"

 스즈카고젠[鈴鹿御前].
 일본 동북 지방의 전승에 따르면 이 스즈카고젠은 아름다운 미녀이며 천축(인도)의 제사천마왕이라는 마왕의 딸로 일본을 마국[魔國]으로 만들기 위해 인도에서부터 일본으로 건너온 귀녀라 한다.
 다이츠렌[大通連]을 비롯한 세 자루의 명검과 광륜거[光連車]라는 하늘을 나는 탈것 등 호화로운 무기와 도구들을 소지하고 있으며 다이고쿠마루[大獄丸]라는 오니를 필두에 세운 요괴 군대로 일본의 전복을 꾀하려 하였지만, 결국 스즈카 고젠은 시카노 우에노 타무라마루라는 장수에게 패하고 타무라마루에게 반해 그의 부인이 되었다.
 그 뒤 스즈카 고젠은 남편과 함께 다이고쿠마루를 비롯한 오니들을 퇴치했다고 한다.

 운 좋게 라이더의 진명을 알아낸 리노는 뒤늦게 그녀의 마스터 쪽을 생각해낸다.

 "아! 그러고보면 마스터 쪽의 이름은 듣지 못했는데 그 사람 입은 더러워도 꽤나 성격 좋을거 같던데. 필시 고생하겠는걸"

 "저게 성격이 좋은겁니까? 누가봐도 성격도 더러워보입니다만"

 아처의 부정에 리노가 웃으며 대답한다.

 "후후, 마치 우리 엄마랑 비슷한 느낌. 그보다 이제 돌아갈까? 솔직히 말해 아까부터 꽤나 추우니까. 게다가 런던에서 온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잠도 제대로 못 잤으니까 말야"

 "네, 그러도록 하죠"

 아처와 그의 마스터는 다리에서 내려와 미야마쵸로 발걸음을 향한다.
 그 걸음은 졸음으로 인해 꽤나 무거웠지만, 라이더의 진명을 알아낸 마음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
클래스        Rider
마스터        아사가미 로우 浅神露
진명        스즈카고젠 鈴鹿御前
성별        여성
신장/체중    154cm/38kg
성향        혼돈 중용
스테이터스    근력 D 내구 E 민첩 C 마력 B 행운 B 보구 A+

클래스별 능력
기승 A+
-짐승이라면 환수·성수도 탈 수 있지만, 용종은 기승 불가. '환상종을 타본 전설'과 인연이 있으면 이 랭크를 얻는다.

보유 스킬
신성 B
-신령의 적성을 나타내는 스킬. 선녀라는 설화가 있는 그녀는 랭크 B의 신성을 지닌다.

보구

다이츠렌大通連 B /쇼츠렌小通連 B
-하늘을 나는 검으로 도신刀身만 존재하며 소유자의 생각에 따라 움직인다.

켄묘렌顕明連 A
-분열이 가능한 검으로 분열한 수에 비례하여 그 힘은 떨어지며 소유자의 생각에 따라 움직인다.

코렌샤光連車 A
-6개의 다리를 지닌 두 마리의 영마霊馬가 끄는 하늘을 달리는 수레로 영마의 발이 대기를 박찰 때마다 대기가 진동한다.

------
클래스        Archer
마스터        리노 에델펠트 Rino Edelfelt
진명        ??
성별        남성
신장/체중    187cm/72kg
속성        질서 중용
스테이터스    근력 C 내구 C 민첩 C 마력 B 행운 C 보구 EX

클래스별 능력
단독행동 A
-마력 공급이 끊겨도 한정된 기간 동안 현계할 수 있는 능력. 마스터가 죽거나 마스터와의 계약을 해제해도 행동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머리나 심장 등의 영핵(靈核)에 손상을 입어도 버틸 수 있게 해준다. 보구의 사용을 제외하면, 마스터의 백업이 필요없다.
대마력 A
-A랭크 이하의 마술은 모두 무효화한다. 사실상 현대의 마술사는 피해입히는 것이 불가능.

보유 스킬
신성 A
-신령의 적성을 나타내는 스킬.
심안(偽) B
-날 때부터 타고난 6감. 직감·제6감에 의한 위험회피.
천리안 B
-좋은 시력. 멀리 떨어진 표적의 포착, 동체시력의 향상. 심안(偽)과의 조화에 의해 한정적인 미래시도 가능해진다.

------


 급소의 직전까지 들어오는 황금의 창을 쳐내기가 수십번.
 검과 창을 울리며 연주하는 그들은 어느새 사거리까지 내려와 있었다.
 전장이 되어버린 아스팔트는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반면, 정작 그들 자신은 상처 하나 없었다.

 "미친듯이 달려드는구나, 랜서. 그보다도 이상하군. 몇번이나 공격을 받은거 치고는 잘도 일어서 있지않나? 그 전류 때문인가?"

 전투에 빠져 이성을 잃고 미친듯이 달려들던 황금빛의 전사는 기사의 말에 잠시 멈춰섰다.
 멈춰선 전사의 전신을 황금의 창에서 흘러나온 전류가 휘감고 있었다.

 "뭐? 뭔가 말했나? 세이버"

 "아아, 상처를 수복하는 보구라도 지니고 있나 해서 말이다"

 세이버가 품은 의문은 그의 뒤에 있던 소우도 생각하던 것이었다.
 랜서가 마토우 저택에서부터 여기까지 싸워오면서 얻은 상처는 소우의 눈에 포착된 것만으로도 수십번.
 그의 마스터인 엔이 마술을 쓴 흔적은 느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상처는 사라져있었다.

 "아하하하! 싸우는 도중에 겨우 그런게 궁금했어? 속이 좁잖아, 세이버! 역시 마토우선배의 서번트인가"

 세이버의 말을 듣고 반응한 것은 랜서가 아닌 그 뒤에 서있던 엔이었다.
 엔은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꽤나 흥분한 상태였다.

 "좋아! 궁금하다면 알려주지. 괜찮겠지? 랜서"

 "음? 아아, 좋을대로 해라. 엔"

 랜서의 대답에 엔은 즐거운듯이 말을 늘어놨다.

 "잘들으라고! 랜서의 창은 말야, 주인의 신체에 전류를 흘려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처 같은건 금방 낫게 해준단 말이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뭔지 알아? 듣고 놀라지 말라고, 이건 주변의 마력을 흡수해서 마스터인 나의 백업은 진명개방 시 외엔 필요가 없단 말씀! 대단하지?! 이런 보구를 지닌 서번트를 이길 상대가 있을리가 없지! 이 전쟁 나의 승리라고 선배!"

 나불거리는 엔의 말에 듣고 있던 세이버는 꽤나 지루했는지 헛기침을 한번하더니 엔을 바라보았다.

 "요점이 뭔가 랜서의 마스터여. 간단히 보구명만 말하면 될것을. 뭐 그리 장황히"

 "바보 아냐? 여기까지 듣고도 내 랜서의 진명을 모른다니! 뭐 마토우선배의 서번트니까 어쩔 수 없나? 사이키 R 페닉스 이게 랜서의 진명이다! 어때 놀랐지? 하하하하!"

 세이버를 우롱하듯 엔은 바보같이 웃어대며 자신의 서번트의 진명을 늘어놓았다.
 그에 지금까지 한번도 말하지 않았던 소우가 진명을 확인하 듯 물었다.

 "스페인의 페닉스 용병단의 3대째 단장인가"

 "아아! 알고 있구나, 선배. 그래, 맞아. 이명 불사조의 번개가 바로 내 랜서란 말야!"

 소우의 말에 꽤나 기뻤는지 엔은 크게 소리치고 박수를 쳐댔다.
 그러나 이에 호응해 웃은 것은 엔의 서번트인 랜서가 아닌 세이버였다.
 세이버는 진심으로 웃기다는 듯이 어느새 칼을 바닥에 꽂아 한손으로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배를 부여잡고 웃어댔다.

 "크하하하하! 이건 꽤나 걸작이다! 강하다고 생각했더니 결국은 보구의 덕분인가! 너의 마지막도 분명 그 창을 놓쳤기에 일어난 죽음이었지? 안그런가 랜서?"

 "아아, 그랬었지. 이 몸은 창을 지니고 있을 때는 최강이니까 말이지. 그래서, 나에게서 창을 떼어놓을 방법이라도 있나, 세이버? 없다면 결국 쓰러지는건 그쪽이 될 것이야"

 세이버의 웃음에 기분이 나빠진 것인지 랜서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그러나 그것을 말린 것은 상대의 마스터였다.
 소우는 사용하고 있던 상대의 인식을 흐트러뜨리는 마술을 해제하고 엔을 바라보았다.

 "그만두자, 엔. 피해가 크다. 지금까진 마술로 인식을 흐트러뜨리고 있었지만 언제 일반인이 간섭할 지 몰라"

 "으음? 음- 뭐, 좋아! 확실히 여기선 보구도 쓰기 힘들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마치 숙제를 끝냈다는 듯 기지개를 펴는 엔에게, 서로 죽고 죽이는 성배전쟁이라는 인식이 있기는 한건지 불안할 정도였다.
 그러나 뜻밖인지, 아니면 당연한건지 그의 서번트 랜서가 반대를 표명했다.

 "웃기지마라, 엔.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일반인에게 들킬게 걱정된다면 다른 곳이라도 가서 싸우면 된다"

 "그 경우, 내가 직접 엔을 죽이기위해 움직일 것이다. 엔이 나와 일대일로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랜서?"

 랜서의 반대 표명에 소우가 반박하고 나섰다.
 이에 랜서가 반박하지 못한 것은, 분명 엔과 소우 사이에 마술사로서의 차이가 너무나도 심한 것이 보는 것만으로도 판별되기 때문이겠지.

 "어째서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나 의문은 가졌다만, 확실히 내가 세이버와 싸우는 동안 엔을 죽이려 들면, 내가 꽤나 고전하게 되겠군. 좋다, 허나 다음에 만나면 끝을 볼 것이다, 세이버"

 랜서는 자신의 말을 마치고 할말을 다 했는지 전투의 흔적이 남은 길을 걸어 올라갔다.

 "우와! 너무하잖아, 랜서! 그러면 내가 지는게 당연한 것 같잖아?! 아, 잠깐 같이 가!"


 ◇


 "계속 싸웠으면 이겼을텐데 어째서 말렸나? 소우"

 세이버의 물음에 소우는 진실을 숨기고 표면을 내세운다.

 "말한대로다. 이대로 싸웠다가는 일반인에게 발견될 위험이 있기에 말렸을 뿐이다"

 "하! 한두명의 인간 정도 죽이는 것 정도 쉬운 일이거늘, 무르군. 소우"

 소우의 대답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세이버는 한심하다는 듯 말하고는 영체화하여 사라졌다.
 그 자리에 혼자 남은 소우는 무언가를 말하려다 입을 닫고 전투로 상처입은 비탈길을 올랐다.

------
클래스        Lancer
마스터        토오사카 엔 遠坂円
진명        사이키 R 페닉스 Saiki Relámpago fénix
성별        남성
신장/체중    183cm/78kg
성향        혼돈 선
스테이터스    근력 C 내구 C 민첩 B 마력 D 행운 E 보구 A+
클래스별 능력    대마력 C

보유 스킬
전투속행 A
-중상을 입어도 전투를 가능하게 하는 능력. 웬만한 부상으로는 죽지 않는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끈기를 발휘한다. 심장을 뚫려도 단기간 살아있다.
재정비 C
-전투에서 이탈하는 능력.
가학성 A+
-전투에 심취하여 같은 상대와 오랜 시간 싸울 경우 점점 이성을 잃어 주변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보구

뇌신의 창 / Κεραυνός B 상시발동형보구  
뇌신 제우스의 창이라 불리우는 보구.
대기 중의 마나를 흡수하며 피데미지를 극소화하고 행운과 보구를 제외한 패러미터를 1랭크, 대마력을 2랭크 상승시킨다.
추가로 전기의 형태로 마력방출을 가능케한다.

------


 길다고 하면 길었던 짧다고 하면 짧았던 첫번째의 싸움이 끝나고 마토우 저택의 한 방에 마토우 신이치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방금까지 소우의 곁에 있던 세이버가 서있었다.
 세이버에게 싸움의 결말을 들은 신이치는 웃으며 얘기했다.

 "그래서 싸움을 그만두었다는건가? 역시 소우형은 너무 착해서 탈이야. 마음만 먹으면 랜서의 마스터를 죽일 수 있었을텐데"

 "아아, 동의하겠어, 마스터. 마스터의 명령이니까 일단 마스터와 동일하게 접하고 있다만 나와의 성격이 안맞는단 말이지. 소우를 보고 있으면 왕의 매부였던 자가 떠올라 기분이 나쁠 정도다"

 세이버의 불평에 신이치가 미소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 미소는 지하에서 소우에게 보였던 것과는 이질의 것이었다.

 "그래도 그렇기에 지금 나 대신 전장에 나가 있는거니까 참도록 해, 세이버. 너무 고집부려서 소우형을 곤란하게 하지마. 령주 자체를 넘기라고 할지도 모른다고?"

 "아아, 그건 곤란하지. 령주에 묶여 정의의 사자 놀이를 하긴 나이가 너무 많으니까 말야"

 세이버가 말한 정의의 사자라는 소리가 너무나도 소우에게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일까, 신이치는 그것을 듣고 폭소했다.

------
클래스        Saber
마스터        마토우 신이치 間桐真一
진명        ??
성별        남성
신장/체중    190cm/89kg
성향        혼돈 악
스테이터스    근력 B 내구 B 민첩 C 마력 C 행운 D 보구 A++
클래스별 능력    기승 A / 대마력 B

보유 스킬
직감 C
-타고난 제6감. 전투시 자신에게 최적한 전개를 느끼게 해준다. 전투 관련 행위에만 사용 가능. 세이버 치고는 낮은 랭크다. '왠지 모르게 이쪽으로 공격하면 맞을 것 같다' 라고 생각이 떠오르는 정도.
마력방출 B
-무기 혹은 자신의 육체에 마력을 두른 후, 순간적으로 방출하여 운동능력을 향상시킨다.

------


 호텔에서 세이버와 랜서의 전말을 지켜본 오리에가 캐스터에게 말을 건넸다.

 "어때? 뭐 알아낸거라도 있어?"

 "에에- 제가 이길 수 있을리가 없다는건 확실히 알겠네요"

 오리에의 물음에 캐스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오리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제는 꽤나 캐스터에게 익숙해졌는지, 그렇지않으면 포기한 것인지 화를 내지는 않았다.

 "무슨 당연한 소리하는거야. 그런거 말고 진명이라든가, 보구라든가, 그런거 말이야."

 "아아! 그거라면 라이더의 진명은 확실히 스즈카고젠이 아닌가 생각됩니다만"

 "헤에- 어째서?"

 캐스터에게 아무런 기대가 없었던 오리에는 꽤나 의외라 생각하며 물어보았다.
 그에 캐스터는 말을 이었다.

 "일단 보기에 보검이 세자루. 그리고 요괴의 말이 끄는 수레 이것만 봐도 거의 특정할 수 있다고 봐야겠죠. 그러는 미스 카라코우지는 알아낸게 있습니까?"

 어째선지 캐스터는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역습을 해왔다.
 이에 오리에는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받아치기로 해 당당히 대답했다.

 "물론, 랜서는 사이키R페닉스로 틀림없어요. 그 번개를 흩뿌리는 창을 보면 확실해. 세이버는 잘모르겠지만"

 그녀의 성격상 머리속에만 있는 것을 싫어해 종이에 옮겨 적고 있었다.
 그러자 캐스터가 이상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데요? 미스 카라코우지. 세이버의 성유물을 받기로 했다면 세이버의 진명은 알고 있는게 아닙니까?"

 핵심을 찌르는 캐스터의 말에 오리에는 잠시 멈칫했으나 다시 손을 움직여나갔다.

 "그게 다 바보들 때문이죠. 성유물로 누가 소환될지도 모르는 채 '방황의 바다'로부터 인수한 모양이에요. 뭐, 일단 그들이 손에 넣은걸로 봐선 북유럽의 영웅이라고 생각되지만"

 오리에가 계속해서 적어나가는 종이 중에는 토오사카 엔과 마토우 소우 그리고 아인츠베른의 마스터의 얼굴이 부착된 것들이 있었다.
 그 중 엔과 소우의 것에 각각 세이버와 랜서라고 적어나갔다.
 그 중에서도 랜서의 진명란에는 확신하듯이 사이키R페닉스라 적어나간다.

 사이키R페닉스[Saiki Relámpago fénix].
 페닉스 용병단 제 3대 단장.
 그의 이명은 번개의 불사조[fénix of Relámpago]였다.
 그는 스페인에 나타났다고 전해진다.
 태어난 날은 불명이며 태어난 출신지도 불명.
 알 수 있는 것은 페닉스 용병단의 3번째 단장이라는 사실과 그의 무기인 창이 번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 소문 뿐.
 실제로 존재할지 아닐지도 모르는 소문의 실체로 사람들의 입에 올라 그는 전설이 되었다.

 오리에는 아처와 라이더의 칸에도 패러미터와 스킬 등을 적어넣었다.

 "호오, 벌써 5명의 마스터가 파악된거나 다름없군요. 이대로 이길 수 있는거 아닙니까, 미스 카라코우지?"

 오리에를 제외한 4명의 마스터가 파악된 것이 기쁜 것일까 캐스터는 꽤나 흥분한 상태였다.
 그러나 당연히 그 상태에 맞춰줄 오리에가 아니었다.

 "뭐가 그리 신났는지 모르겠는데 정보를 알았다고 해도 이쪽은 싸울 수단이 없으니까, 최대한 현자의 돌을 많이 모아둬요, 캐스터"

 "예에,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마스터"

------
클래스        Caster
마스터        카라코우지 오리에 空小路織衣
진명        ??
성별        남성
신장/체중    180cm/72kg
성향        중립 중용
스테이터스    근력 E 내구 E 민첩 D 마력 A+ 행운 A 보구 A++

클래스별 능력
진지작성 A
-마술사로서 자신에게 유리한 진지를 만들어내는 스킬.
도구작성 A++
-마력을 띤 도구를 만들어내는 스킬. 재료만 있으면 신대의 것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정도.

보유 스킬
황금률 A
-인생에서 금전이 얼마나 따라다니는가 하는 숙명. 평생 돈이 궁하지 않고 대부호로 살 수 있다.
예술심미 A
-예술에 대한 지식으로 예술과 관련된 보구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보구

현자의 돌 / The philosopher's stone A+
마법을 재현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방대한 마력이 응축된 돌.
사용할수록 돌 내부의 마력이 줄어드나 재료만 있으면 다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