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대인의 저택을 벗어나 하늘을 올려다보자 어느새 해가 기울고 있었다.
 시간을 확인할 것이 없기에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태양의 위치를 봐서는 4시쯤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대인에게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지만 그는 만나지 못하고 그의 대리인이라고 하는 남자를 대신 만났다.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어젯밤에 인형을 부수는 현장을 목격한 여자, 아니, 가발을 쓰고 있을 뿐이라고 했던 남자였다.
 덕분에 목격자를 따로 찾아 처리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본래 어젯밤에 놓치지만 않았어도 그 자리에서 처리했을 것인데, 대인에게는 빚도 있으니, 신한이라고 했던가, 운이 좋은 남자다.

 '처리라고는 해도 기억을 바꿀 뿐이지만'

 영화나 소설에서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서슴없이 하지만, 현실에서는 마술사일지라도 사람을 하나 죽이는 것은 쉽지않다.
 아니, 정확히는 죽이고 난 후의 일이 간단하지가 않다.
 상대가 천애고아인데다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이 외로운 사람이라면 쉬운 편이지만, 그런 사람이 오히려 적기에 국가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곤란하다.
 물론 현장을 조작하면 가능하지만 어차피 그럴 바에야 상대의 기억을 조작하는 편이 간단하다.
 그것도 통째로 지워버리는 것보다도 약간의 암시를 거는 편이 코스트가 높다.
 이러한 이유에서 보통 들키게 되면 기억의 암시를 거는 편이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자신의 기억이 조작되는걸 알면 좋은 기분이 드는 자는 없을테니, 이번 남자는 운이 좋은 것이다.
 근데 그보다도 지금 드는 의문은,

 '그 얼굴로 진짜 남자인가'

 라는 쓸데없는 생각이다.
 분명 그 얼굴로 돌아다니면 10명 중 8명은 돌아볼 것이다.
 물론 남자들이 말이다.
 그래도 짧은 머리는 그나마 낫지만 가발을 쓴 어제는 진짜 여자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디서 본 얼굴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착각일까.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않는군'

 비탈길을 내려가며 그 얼굴을 다시 떠올려보지만, 얼마 가지 않아 나온 식당가에 눈이 가 지금까지 했던 생각은 저 멀리에,

 '오늘은 짜장면이나 먹을까'

 배고픈 몸을 이끌고 짜장면을 먹을 생각을 하며 중국집에 들어간 것이었다.


 느긋하게 짜장면을 먹고 나와 임시거처인 호텔에서 쉬다가 6시가 되었을 쯤에 호텔을 빠져나왔다.
 이 도시에 온지 일주일.
 도착한 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밤이 다가오면 인형이 나타난다.
 물론 단순한 인형이 아닌 살인기계다.
 그렇다는 것은 인형사가 이 도시에 있을 확률이 높다.
 그 뿐 아니라 인형이 가진 마력을 조사해봐도 이 토지의 마력 일부가 이용된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는 것이기에 발로 걸어다니면서 마술과 관련되어 있는 곳을 찾는 것인데,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가능할 리가 없다는게 문제로군'

 상대도 바보는 아닐테니 다른 마술사에게 들킬 정도의 마력을 뿜어내고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인을 찾아간 것이었지만, 대인은 이미 죽었다고 하는데다가 그 뒤를 이은 듯한 신한이라고 하는 남자는 마술을 모르는 일반인이라 한다.
 계산이 철저한 대인이 무슨 생각으로 신한을 자신의 대리인으로 세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무슨 생각이 있었겠지.
 그렇지않으면 신한이 대인 자신의 돈을 노리지 않기에, 그저 그 뿐이기에 고용했을지도 모르지만.

 '돈에 집착하는 노인이었으니'

 후자라면 무지하게 곤란한 상황이지만, 어차피 원래는 대인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었으니, 어떻게든 혼자서 해결해야겠지.
 약간이나마 기대가 있었기에, 대인이 죽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저절로 한숨이 나왔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상점가를 걸어나간다.
 이 도시에 와서 약 5일 동안 토지 대부분을 돌아다녔지만 마술사라고 생각되는 녀석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어제부터는 토지의 영맥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돌아보고 있다.
 어제 신한에게 현장을 들킨 것도 영맥에 세워진 건물 내부를 조사하고 나오는 도중에 인형에게 노려져, 근처에 있던 사람이 없을만한 골목에서 처리하다가 벌어진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 여장에 대해 물어본다는걸 깜빡했군'

 문득 어제 만난 신한의 모습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다.
 여장취미가 있는건 아닌 듯 했는데 이상한 의뢰라도 받은 것일까, 생각하며 영맥에 세워진 건물 내부에서 나오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어젯밤에 본 신한의 도망가는 뒷모습과 무척이나 흡사했다.
 그 왼편에 같이 걷는 여자, 아니, 신한과 같이 있는걸 보면 옆에 있는 사람도 여장남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 뒤에 다가가 신한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오른쪽 어깨에 손을 뻗으며 말을 건넨다.

 "형씨, 우연인...걸?"

 말이 도중에 끊킬뻔한건 다름이 아니라,

 "당신, 뭐야? 누구 허락을 받고, 나의 여자한테 손을 대려는거야?"

 신한의 옆에 있던 여자, 신한 때로 미루어보아 얼굴로 성별을 판단하는건 그만뒀지만, 목소리로 판단한 결과, 여자인 듯한 사람이 어느새 신한과 나의 사이를 가로막은 채, 신한의 어깨로 뻗은 내 오른쪽 손목을 잡은 것이다.
 힘은 세지는 않지만 분명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낸 듯 하다.

 "진정해, 하나. 아는 사이니까, 그 남자. 그보다 누가 네 여자냐, 누가"

 신한의 말에 하나라고 불린 여자가 내 팔을 버리듯 손을 놓았다.
 그러나 아직 적을 바라보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는건 변함이 없었다.

 "하하, 아는 녀석의 뒷모습을 봐서 무심코 손을 뻗었는데. 이거 미안한걸"

 변명인 듯한 내 말을 듣기는 한건지 여자는 나를 째려보는 채로 자신의 뒤에 있는 신한에게 말을 건넸다.

 "이런 양아치 같이 금발로 염색하고 다니는 남자랑 언제부터 알게된거야? 내가 아는 한 이런 녀석이랑 알고 지냈던 기억은 없는데. 그보다 나랑 만날 때는 내가 의뢰인이니까 내꺼 맞지않아?"

 "아니아니, 태어날 때부터 금발이었다만"

 "뭐, 일 관계로 말이지. 나도 알고 싶어서 알게 된 것도 아니고. 아니 그보다 의뢰인이지 주인이 아니니까, 그 논리 이상하거든"

 나의 말은 무시된 듯한 느낌으로 신한이 여자의 뒷편에서 오른편으로 이동하면서 말한다.
 참고로 여자의 키가 작은 편이라 굳이 이동하지않아도 말을 나누는데 불편함은 없었지만.

 "그래서 무슨 용무?"

 신한이 여자를 진정시키고 나를 향해 물었다.

 "음? 아니, 별로 용무는 없는데? 그냥 아는 뒷모습이 보였으니까 말이지, 하하하하"

 "용무도 없는데 데이트의 방해라니 죽어도 할 말이 없겠는걸?"

 "그건 그렇고 말야, 이 여자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의뢰를 하려고 여기까지 온건가? 하하하, 꽤나 유명한걸?"

  일주일간 이 마을에 사는 전부를 확인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었기에, 여자의 말을 무시하고 묻자 신한이 대답했다.

 "뭐, 내가 한 유명 하지. 그리고 얘가 여기 온건 어제니까 못 봤겠지"

 "가자, 신한. 언제까지 이런 양아치랑 떠들꺼야"

 5분은 커녕, 1분이 채 걸렸나 싶은 시간도 못 기다리겠는지 여자는 신한의 손을 잡아당겼다.

 "아,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그럼 이만"

 "하하, 바쁜 사람을 잡아둬서 미안한걸. 데이트 재밌게 하라고"

 끌려가는 듯한 신한의 뒷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물론 그가 뒤를 바라보진 않았지만.
 그것보다도 지금 신경 쓰이는건 옆에 있던 여자에 대한 것이다.
 어제 온 외지인이라면 인형사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런 것 치고는 둘이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듯한 걸 대화의 중간중간에 느꼈다.

 "저 남자가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 줬을지도 모르겠군"

 무심코 내뱉은 혼잣말을 들었는지 옆을 지나던 사람이 쳐다보는걸 느끼고 헛기침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자신이었다.


 시간은 흘러, 오늘도 결국 적을 찾지 못하고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오후 9시 경.
 상점가를 걷는 도중,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히 지나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외국인이 신기하여 쳐다보는 시선도 아닌, 상대방에 적의를 담아보내는, 살의를 담아보내는 그러한 부류의 것이었다.

 "오늘도, 인가"

 요 일주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된 습격 아닌 습격에 대해 생각하며 미리 생각해두었던 장소를 떠올리며 달렸다.
 그 때의 제일의 모습을 본 한 시민은 훗날, 마치 5년만에 만나는 애인이라도 만나러 가는 줄 알았는데요, 라고 말했다고 한다.


 개발지구와 원래의 상점가 사이에 위치한 조그마한 공원, 이름 붙여진 공원이라기엔 애들 놀이터에 가까운 장소에 도착해 발걸음을 멈춘다.
 공원을 비추는 것은 중앙에 위치한 등불 하나 뿐.
 낮에는 그나마 한가한 사람들이 한 두명 앉아있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시간도 시간이기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눈을 피하기에는 최적의 공간.
 물론 요즘 같은 세상에 CCTV가 없는 곳은 없지만, 조작할 기기가 하나 밖에 없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미리 준비한 장소이기에 사람을 물리는 마술은 이미 발동했지만,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이 있으니'

 어제밤 신한과 같이 목격자가 생겨서야 곤란하지, 라는 생각과 함께 손가락을 튕긴다.
 그에 의해 중앙에 위치한 등불이 서서히 빛을 잃어간다.
 달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게다가 약간의 마술로 그야말로 어둠에 쌓인 장소에, 발걸음 소리가 울린다.
 원하던 상대가 왔나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상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여기 왜 이렇게 깜깜해. 가운데에 등 하나 있던걸로 아는데. 고장났나?"

 "하하하하, 잠시 꺼놨거든. 그보다 여기는 무슨 일이야? 놀러라도 왔어, 형씨?"

 마술로 강화한 시력으로 어둠 속에서도 그의 모습을 파악한 상태로 대답한다.
 반면, 신한은 어둠 속에서 나의 모습을 보지 못할 터이지만 목소리로 위치를 파악했는지 정확하다시피 내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점가에서 뒷모습을 찾아내서. 바쁜 듯 향하길래, 혹시 인형이라도 나타났나 해서 도와주려고"

 "그건 고마운 일인걸. 근데 괜찮겠어? 물론 나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지만. 마술을 못 쓰는 형씨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떡이 목에 막혀서 내가 먼저 죽을지도 모르지만 말야, 하하하하"

 나의 개그가 먹혔는지 얼빵한 표정으로 짓는 신한.

 "개그? 전혀 안 웃긴데. 그보다도 너무 어두워서 적이 와도 안보이는거 아니야?"

 "마술사를 뭘로 보는거야, 형씨. 형씨가 입고 있는 게 낮이랑 다르게 바지란 것도 보이거든. 여장 취미는 그만 뒀나 봐?"

 "취미겠냐?!"

 "하하하하, 어쨌든 알겠지? 지금 내 눈은 지나가던 올빼미도 형님이라고 부를 수준이라고"

 "그래? 근데 그럼 오히려-"

 신한이 무언가를 말하는 도중, 새로운 자의 등장을 깨달았는지 입을 닫는다.
 발걸음 소리도 거의 내지 않고, 땅에서 솟기라도 한 듯이, 인형은 거기에 있었다.
 신한이 있는 공원 서쪽 입구의 반대편에 있는 동쪽에 위치한 입구.
 작은 공원이다보니 거리는 약 10미터에 불과하다.
 버스 하나 들어갈 정도의 길이.
 마술로 강화된 다리로 도약하면 단숨에 도달할, 인간이 아닌 인형의 다리로 도약하면 1초도 되지않는 순간에 도달할, 너무나도 짧은 거리.
 더 이상의 준비할 것은 없고, 할 것은 정해져있다.
 오른손에 든 칼날을 적에게 향한 채, 그대로 도약하여---

 "읏!"

 그 순간, 시야가 하얗게 타올랐다.

 "뭐야?! 섬광탄?! 이봐, 괜찮아?!"

 뒤쪽에서 신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빛에 의해 순간적으로 시야를 제한할 생각이었나본데, 시력 강화에 의해 시신경이 타버린 듯, 심각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마력으로 시신경을 회복시키지만 치료에는 문외한이기에 시간이 꽤나 걸릴 터.
 이 상태에서 적이 공격해온다면 막기 힘든 정도가 아니라, 막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건 인형도 알고 있는지, 땅을 박차는 소리가 들리고, 그대로 인형의 손이 나의 머리로 향해, 나는 뇌를 꿰뚫려 리타이어한다.
 퍽-

 "이봐, 괜찮냐니까"

 무언가를 차는 소리와 함께 바로 앞에서 신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상상과 달리 나의 뇌는 아직 멀쩡한 모양이다.

 "하하하하, 신세를 진 모양인걸"

 "신세는 무슨. 돈 받을거니까, 위험수당까지 포함해서"

 "이거야 원. 도와주고 돈 떼어먹을 생각이로구만. 뭐, 이렇게 된거 원하는대로 줄테니까 시간 좀 끌어달라고, 형씨"

 내 말의 어디가 웃겼는지, 개그에도 웃지 않던 신한은 웃음소리를 내더니 이내 말을 꺼냈다.

 "시간을 끄는건 좋은데, 별로, 저걸 쓰러뜨려도 상관없겠지?"

 "그거 누가 들어도 패러디랄까? 그대로 갖다 써먹-"

 "암묵적인 룰이라니까. 어쨌든 당신의 거리의 심부름센터, 신한공무점. 이번 일 맡도록 하지, 잘 부탁한다고, 의뢰인씨"

 신한의 말에 돌려줄 겸,

 "아아, 안심했다"

 라는 명대사를 던져보았으나, 완전히 무시하는 신한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저거 내 공격이 먹히긴 하는거야? 방금거 묵직하게 발차기 한방 들어간 느낌이었는데 멀쩡하게 서있는데?"

 아무래도 인형에게 발차기를 한방 먹인 모양이다만 일반인의 공격이 먹힐 리가 없었다.
 그래도 무슨 일인지 인형은 서있는 채로 움직이지 않는 모양이다.

 "하하, 인형 주제에 당황이라도 했나? 그보다 형씨, 저거 마력으로 강화해놓았으니 발차기가 들어갈 리가 없어. 그러니까 시간만 끌어달라고 한거지, 하하하하"

 "웃을 때냐?! 그럼 적어도 불이라도 켜주던가, 스마트폰도 안 켜집니다만? 이것도 당신 짓이지?"

 "형씨, 그건 그냥 배터리 나간거 같은데? 내가 쓴건 어두워지는 마술이랑 중앙에 있는 전등이랑 감시카메라 밖에 건드린게 없거든. 그리고 켜주고 싶어도 눈을 당해서 말야. 내 마술은 보고 행하는거라 안 보이면 해결이 안되거든"

 사실 마술의 해제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렇게 되면 한꺼번에 모든 마술이 풀리게되어 감시카메라의 조작도, 사람을 물리는 마술도 풀리게 되는게 문제다.
 특히 감시카메라 쪽은 누가 보고 있는지 모르니, 재수가 없으면 교회측에서 움직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니 마술이 걸려있는 상태에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마술이란건 참으로 불편하구만. 만능인 줄 알았더니 말야. 뭐, 못 하는거에 기대고만 있을 순 없지. 집중하면 보일 지도 모르고 조용히 있으라고"

 신한은 투덜대 듯 말하고는 입을 닫았다.
 마술이 걸려있는데 집중한다고 보이겠냐,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찬물을 끼얹을 시간이 있으면 시신경을 복구하는데 집중하는게 낫겠지.
 고요함이 퍼진다.
 인형과 신한, 어느쪽의 움직임도 없이 조용했던 것도 일순간,

 "경고, 경고합니다"

 런던에서 만났던 기계인간의 목소리와 비슷한 기계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여태까지 죽어오면서 단 한 번도 말을 한 적이 없었던 인형이 입을 연 모양이다.

 "목표, 마술사 스탠다드 차타드 제일, 의 제거를 방해하는, 자는 적이라 판단, 합니다"

 신한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인형은 계속해서 말을 뽑아나간다.

 "만약, 실수였을 경우, 10초 이내에, 반경 50미터 이내에서, 떨어지십시오. 시-"

 아마 십이라고 하려 했을 인형의 말의 뒤에 이어지는 것은 기계적인 음성이 아닌, 퍽, 하는 고기가 뭉게지는 듯한 소리였다.
 그리고 기계음은 이어지지 않았다.

 "이 봐, 형씨, 괜찮나?"

 나의 물음에 대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인형이 신한의 공격을 막는 과정에서 신한이 죽기라도 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꽤 컸던 파열음.
 그걸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라는 듯, 시신경이 회복되어 눈을 뜨자,

 "오, 눈이 돌아왔나 봐?"

 마술이 해제되어 불이 켜진 전등의 아래에 그가 서있었다.
 발의 아래에는 인형으로 추정되는 것을 밟고 있었다.

 "혹시 머리가 떨어져도 움직일까 해서 말야. 우선은 밟고 있었지"

 그의 말대로 인형의 몸 위, 목을 포함해 그 위로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떨어져나가 있고 목이 있던 부분에서는 피, 정확히는 인형의 주인이 일부러 만들어 집어넣은 것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형씨, 마술이라도 썼어? 뭐, 이렇게 화려하게 뜯어놨대"

 신한에게로 걸어가 인형을 보고 묻자, 그는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 사람한테서 배운건데 말이지. 사람 상대로는 쓰지말라고 해서 처음 써본거라 힘조절이 안돼서 그래"

 대체 뭘 알려준거냐, 그 노인네는, 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삼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형이라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엔 인간이나 다름 없으니 사후처리를 확실히 해야하기에 떨어져나간 머리를 찾아야된다.

 "아, 저깄군"

 조금, 이라기엔 꽤 떨어진 거리에 머리로 추정되는, 머리카락에 덮인 것이 떨어져 있었다.

 "인형이란 것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걸"

 마침 신한도 발견했는지 인형의 머리 쪽으로 걸어가, 그것을 들어올린다.
 그러더니 무언가가 이상했는지, 어라, 하는 소리를 내고는,

 "어디서 본 얼굴인 것 같은데? 그쪽은 본 적 없어?"

 하고 내 쪽을 바라보며 인형의 얼굴을 내가 보이도록 들었다.
 5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봐 온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어이, 이봐, 이건 아니지, 크하하하"

 현재의 상황이 너무나도 우스꽝스러워 웃자, 신한이 묻는다.

 "뭐야, 뭔데 그래?"

 그 물음에 내가 해줄 수 있는 답은 한가지.

 "형씨, 거울이 필요 없겠는걸?"

 눈 앞의 여자, 아니, 여성의 모습을 했던 인형의 얼굴은, 바로 눈 앞에 있는 남자, 신한의 얼굴과 똑같았다.

 "아무리 내가 사람 얼굴을 기억 안한다지만, 이런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좋은 교훈이로구만, 하하. 고마운걸, 다음부터는 꼭 사람 얼굴을 기억하도록 하지"

 내 말에 신한도 눈치 챘는지, 유심히 손에 들린 얼굴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하아, 이게 나라고? 전혀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본인은 부정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두고 보면 전혀 다른 부분을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똑같은 그와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