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미 천생산 중턱

 

 

   [흑표범, 상황실에서 알립니다. 늑대는 현재 위치로부터 남서쪽 약 150m 전방, 계속 도시방향으로 이동 중, 추격을 계속 하세요.]

 

이어폰으로 무전이 들린다. 차분한 오퍼레이터의 음성에 비해 그는 거칠어진 호흡을 다듬을 겨를도 없이 짧은 답신만 한다.

 

  “후욱! 수신”

 

  그는 전력을 다해 달리고 있다. 무전에서 말한 늑대가 산을 가로질러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를 향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산은 시내와 멀지 않은 곳, 놈이 그곳으로 향하는 정확한 이유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 하지만 만일 늑대가 그곳에 도달 했다간 아마도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그것을 막기 위해 지금 길도 없는 어두운 산길을 가로지르며 늑대를 추적하고 있다.

  무장을 지나치게 한 것일까, 산악전을 염려해 그나마 가벼운 소총으로 무장 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무거워 던져 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소총 말고도 무장한 장구류 곳곳에 권총 두 자루와 끔찍한 위력의 단검 두 자루를 더 지니고 있었지만, 지금 추적 중인 늑대와 조우한 뒤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지금 무장하고 있는 무기로도 부족한 상황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여러 가지 충동과 생각을 떨쳐야 한다.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주변의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 이곳은 밤중의 산속이며 늑대들의 소굴이기도 하다. 밝은 달빛과 적외선 감도가 높은 특수한 고글이 없었다면 이렇게 달리는 일도 불가능 했을 것이다. 밤의 산길이라 약 십여미터 전방 넘어 까지는 어둠에 가려 시야가 닿지 않는다. 어느 때보다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을 해야 한다.

  가쁘게 몰아쉬는 자신의 숨소리가 거슬린다.

  고글과 몸 여기저기에 부딪쳐 오는 나뭇가지와 수풀의 소리가 거슬린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리고 전부터 간간히 들려오는 늑대의 울음소리가 거슬린다.

진짜 늑대의 하울링(Howling)이란 것을 전에 들어본 경험은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일반적인 범주의 늑대 울음소리라 할 수는 없었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소리, 하지만 그 공기의 진동이 피부에 까지 물리적으로 와 닿는다. 야수의 울음소리가 만들어 내는 진동이 숲을 통째로 뒤흔드는 것만 같다. 아마도 산짐승은 물론 도시에 까지 소리가 닿아 일대의 살아있는 모든 것을 겁에 질리게 만들고 있을 것이다. 울음소리 는 총 두 장소에서 번갈아 들려온다. 하나는 그가 이미 지나온 길의 한참이나 뒤에 있을 아야 와 믹시 가 있는 방향, 또 하나는 그가 향하는 전방에서일 것이다. 지금의 울음소리는 그의 전방에서 들려온 소리이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울음소리가 보다 가까워 졌다.’

 

 

  오퍼레이터가 다음 상황을 알려왔다. 다급한 여성의 목소리, 목숨을 걸고 현장 임무 중 에 있는 그에겐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유리는 상황실에서 눈 깜박이는것 조차 잊고 모니터들을 주시했다. 이곳은 많은 예산을 쏟아 만들어져 고급의 기술들이 도입된 첨단화 상황실이다.

  그녀의 앞에는 현장의 상황과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화면들이 배치되어 있다. 현장에 투입된 요원 네 명의 바이탈 싸인(vital signs)을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화면, 지휘자의 명령과 현재 의 상황 기록이 텍스트 정보로 올라오는 화면, 그리고 현장의 상공에서 작전 지역을 지원하는 다용도 무인 관측기인 드론(Drone) 으로부터 관측된 현장의 열화상 화면 등이 있다. 열화상 화면에는 살아있는 생명체의 온도를 대체로 붉은 형상으로 표시하고 있다. 붉은 형상들의 좌표를 그와 동시에 촬영되는 주변 경관의 실시간 3D 입체 화면으로 불러들여, 보다 정확한 현장의 전경을 상황실에 보여주고 있었다.

  화면의 상단에 붉은 타깃으로 지정된 형상이 이동하고 있었으며, 그 뒤 약 백여미터 이상 떨어진 위치에 표시된 또 다른 형상이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붉은 타깃으로 지정된 형상에는 [Target B] 라는 붉은 글자가 표기되어 있으며, 그것을 뒤따르는 형상에는 푸른 삼각형으로 지정되어 [흑표범] 이라는 글자가 표기되어 있었다.

  화면들을 쉬지 않고 주시하던 유리는 어느 순간 늑대의 이동 속도가 현저히 느려짐과 동시에 상황기록 화면에서 Target B Howling 이라는 텍스트가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붉은 타깃이 화면에서 사라졌다.

  [Target B lost] 라는 경고 분구가 붉게 깜박였다. 추적 중이던 타깃의 위치를 놓쳐버려 컴퓨터가 경고 메시지를 띄우는 것이었다.

그녀는 다급히 통신 버튼을 ON 하여 흑표범 에게 상황을 알렸다.

 

 

  “흑표범! 늑대의 열화상이 화면에서 사라졌어요! 다시한번 알려드립니다! 타깃 B의 위치를 알 수 없게..!!”

 

 

  상황을 알리던 그녀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화면을 주시하던 그녀의 눈에 더욱 당혹한 빛이 띈다. 그녀의 말이 멈춘 사이 흑표범의 답신이 들려왔다.

 

 

  [후욱! 유리 진정해, 놈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거야, 후욱! 놈의 마지막 관측 좌표로 이동 한다.]

 

 

  잠시 말을 멈추었던 그녀가 다른 상황을 알려왔다.

 

 

  “흑표범! 작은 늑대들이에요! 작은 늑대 여섯, 여덟.. 열 두기가 포착!”

 

 

  그녀는 좀 더 확실한 상황을 전하기 위해 흑표범의 고글로 화면을 표시해 주었다.

 

  산을 달리던 흑표범의 좌측 상단의 시야로 반투명한 화면이 생겨나며 녹색의 지형도와 붉은 반점 몇 개들이 생겨났다. 중앙의 푸른 삼각형은 자신이며, 십여 개의 붉은 점들이 그녀가 말한 작은 늑대들일 것이다.

포위되었다. 붉은 점들은 어느새 자신을 둘러싸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는 달리는 것을 멈추었다. 늑대들의 사냥 포위상태,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수차례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알고 있었다. 소총의 안전장치를 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고글에 표시된 푸른 삼각형을 기준으로 붉은 점과 지형이 같이 회전한다. 보다 많은 늑대가 있는 방향을 전방으로 하고서 그는 숨을 가다듬었다.

 

 

"접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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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연습삼아 끄적인 습작인데 차후 장편으로 써볼 예정입니다.
 
다시 보니까 너무 오글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