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큐가 높고 우수한 사람>(필명)니 쓰는 소설에는 하나의 특징이 있다.

소설을 읽다보면 대화의 주체가 헷갈리게 된다는 것이다.

설명 없이 대화만 반복하다 보니 생기는,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는 현상이다.

이는 작가의 예전 작인 <협상의 달인>에도 볼 수 있다.

어쩌면 대사를 하고 있는 당사자가 누군지 알아내게 해서 대사를 꼼꼼히 읽어보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왕국 을훔 치겠습니다>의 가장 커다란 주체는, 이야기를 이동시키는 원인은 그저 한 공주와 공주의 오빠인 왕자의 대화이다.

그리고 주제인 '괴도', 그리고 '반역'에 맞춰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어떻게 하던, 어떤 역할로 바뀌던 상관없이 둘의 대화는 그것으로 유지된다.

공주와 왕자는 이야기의 초점이 다른 데로 빠지는 것 같다면서도 다시 서로 왕국을 가지고 다투면서 이야기를 본편의, '괴도'와 '반역'으로 되돌린다.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인 공주와 왕자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그 이야기에 맞춰 여러 번 그 정체를 바꿔 나간다.

그러나 그 둘은 다시 공주와 왕자로 돌아간다.

공주와 괴도Q로, 아들과 아버지로,  루피와 로빈으로, 사위와 김사장으로, 부하와 작업반장으로, 환자와 의사선생으로 자신의 정체를바꿔 가면서 계속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그 작품의 주체가 되는 플롯을 놓지 않는다.

'왕자와 공주가 왕국을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라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플롯을.

그것은 끝까지 언급되기 때문에 소설은 레일 밖을 벗어나지 않고 둘의 싸움이 계속되면서 일직선으로 흐른다.


나는 궁금해졌다.

공주와 왕자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그들은 정말로 공주와 왕자인 것일까?

아니면 그것이 아닌 무엇인 걸까?

둘이 계속 정체를 바꿔 나가고 그러면서도 이야기를 게속 이어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한 가지 대답을 찾아냈다.

이것은 물론 정답이라는 확신은 없다. 그저 가설일 뿐....


그 둘은 왜 하필 서로 적대하고 싸우는 존재로만 모습을 바꾸는 것일까.

애초에 그들은 '적대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 아니었을까.

서로가 서로를 미워할 수밖에 없는 인물.

굳이 왕자와 공주라는 설정을 고수하고 있었지만 애초에 그런 것은 필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저 '싸우려고 하는 명분'일뿐.


어떻게 그들은 계속해서 자신의 정체를 바꾸고 그러면서도 계속 이야기를 이어갈까.

답은 하나밖에 없다.

그들은 실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존재.

그저 '서로를 적대하는 마음,  미움의 감정이 없는데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두 명'으로 설정된 무언가일 뿐.

이들이 누구인지, 정체가 무엇인지도 나는 잘 모르겠다.

꿈의 존재일 수도 있다.

어린 아이의 상상의 친구일 수도 있다.

소설가의 망상 속에서 탄생한 일종의 상상력의 구현체일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3번째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정확한 설정없이 둘이 그저 '서로 싸우는 인물'으로 잡아진 것이 설명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소설가가 '서로 이익 때문에 싸우는 2명'이라는 상을 잡아 두고 그에 맞춰서 그들의 행동을 상상해 본다고 하면 알맞다.

아니면 "'서로 싸우는 두 명'에 맞는 내가 아는 존재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브레인스토밍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둘이 변하는 존재가 어떤 것의 패러디임에도 성립된다.


이렇기 때문에 내 대답은 둘은 어떤 소설가가  "'서로 싸우는 두 명'에 맞는 내가 아는 존재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하고 그 속에서 존재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물론 대답이 아닐수도 있지만...


이랗게 나의 <왕국 을훔 치겠습니다> 독서감상문을 마무리 짓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