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속에 두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누워있는 형의 모습은 이진철에겐 익숙치 않았다.
 언제나 깊게 자리잡은 주름을 구기며 보이지도 않을 침침한 눈으로 서류를 뒤적이는 그의 모습에 익숙한터라, 가만히 안식을 취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기가 힘들었다.
 이진철은 시신을 빼 온 장교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 수고했네."
 "아닙니다, 총독 각하. 그저 명을 받들었을 뿐입니다."
 이진철은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관으로 고개를 돌렸다.
 조용히 누워있는 형의 시신을 차마 더 이상 볼 수 없어, 그는 자리를 떠났다.

 며칠의 시간이 지나고, 이진철은 수 많은 대중들 앞에 섰다.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이진철은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한 원고를 읽어나갔다.
 "오늘 우리는 만주 공화국의 처음이자 마지막 총리, 그리고 굴복하지 않았던 지식인이였던 이진석 선생의 죽음을 추모하고자 모였습니다."
 "..그의 일생은 가시밭길이였고, 언제나 견딜 수 없는 위험과 불안에 시달리며 살아야했던 그가, 오늘이 되어서야 비로서 안식을 맞이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진석 선생의 죽음이 단지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닌 지성과 정의, 그리고 평화의 죽음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고를 읽어나가던 이진철은, 원고의 마지막 문장에서 멈칫했다. 그가 몇번이고 지우고 쓰고를 반복한 문장이였다.
 하지만 갈등은 오래 가지 않았고, 그는 그 문장을 읽기로 결심했다.
 "옛 말에, 만주인은 빚과 은혜를 절대 잊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만주인은 빚이 생기면 결단코 복수하고, 은혜를 입은 자에게는 언제나 보답합니다. 저 역시,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선생의 죽음에 저는 만주인의 말처럼 빚은 갚고, 은혜는 보답하겠습니다."
 사실상의 경고나 다름 없는 이 발언은 정계를 발칵 뒤집어놓기에 충분했다.
 갈리아의 외교관들은 즉각 항의했고, 갈리아의 동맹국 역시 이진철 총독에게 살해 협박을 하는 등의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진철 총독도 얼마 가지 않아 지병의 병세가 깊어지며 숨을 거두어 형의 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