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폭도요"

"......"

"너는 폭도라고."

"내 잘못은 시위대의 통역을 맡은 것 밖에 없소."

"이걸 보시오. BBC, AP, CNN, FOX, 니네 나라 방송국, 심지어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 언론까지도 이 내용을 보도하고,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있소! 이것이 나라망신이지 무엇이오!"

"그것이 내가 노렸던 바요. 이게 나라망신이라니...그러면 당신은 그 행동이 부끄러운 행동을 인정한다는 거네. 그렇지 않소?"

"아니, 당신은 우리나라에 어떤 연고도 없으면서 왜 그런 짓을 한 것이오?"

"나는 한국의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의 가족이오. 광주의 어제는 울란우데의 오늘이고, 울란우데의 오늘은 광주의 어제요. 당신네들은 그들이 단순한 폭도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이것은 저들의 살고자하는 몸부림이요.

518때 광주시민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싸웠는지 알기나 하오? 당신네 대통령같은 대머리 독재자에 맞서, 시민들은 죽도록 싸웠소. 민주주의라는 그 열망 하나때문에, 그들은 하나되어, 자신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계엄군에 맞서 싸웠소. 목숨을 걸고 싸웠다 이 말이오. 고르바초프나 옐친같은 새끼들 때문에 당신은 내 말을 이해조차 못하겠지. 그깟 민주주의 하나 때문에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당신은 91년 여름을 기억할 것이오. 공산당 보수파들이 탱크를 몰고 사회의 변화를 좌절시키고자 했지. 하지만, 그들의 탱크를 저지시킨 것도 당신들이오. 만약 당신들이 죽음이 두려워 나오지 않았다면, 이 나라는 북한만도 못한, 스탈린 시절로 돌아갔을 것이오. 그렇게 되면 당신도 숙청 대상이 되었을 것이오. 광주도 마찬가지오. 민주주의는 체제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고, 그래서 난 내 가족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오.

당신은 동부 인민들의 현실은 알고나 있소? 그곳은 당신이 살고 있는 모스크바와는 다르오. 사람들은 굶주리고, 보드카 살 돈이 없어서 로션을 마시고, 알코올 원액을 마시고! 늙은이들은 연금에 의지하고 살아가고 젊은이들은 한국으로 팔려가는! 그것이 극동의 현실이란 말이오! 당신들이 뇌물 쳐받은 돈으로 대저택에서 호의호식할때, 동부의 인민들은 쥐가 기어다니는 흐루숍카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것이 러시아의 현실이란 말이오..."

"닥치쇼! 더 이상 할 말도 없소. 세 가지 중에 선택하시오. 여기서 우리의 감시를 받으면서 생활하거나, 우크라이나나 몽골같은 제3국으로 망명하거나,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여기 남겠소"

"아니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민주주의가 있는 몽골, 우크라이나, 한국, 키르기스스탄같은 나라로 가면 우리는 당신을 건들지 않을 것이오. 암살당할 걱정을 하지 마시오. 당신은 우리의 우방인 한국 국민이오. 우리는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오."


"나는 러시아 국민이고, 어쩌다가 우연히 한국에 태어났을 뿐이오. 난 죽더라도 고향 땅에서 죽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