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인간이 희귀종인 세상에서

다른 곳에서도 허니브레드를 먹은 적이 있었지만, 여기와는 맛이 다르다고 느낄 정도로 큰 차이가 났다.


적당히 뿌려진 시럽에 토핑으로 올라간 아몬드가 씹히는 맛이 있었고, 잘 구워진 빵도 자기의 맛을 잘 뿜어냈다.


위에 올라간 크림도 적절해서, 카페모카를 마시면서도 그렇게 안 어울릴 것이란 예상과는 다르게 나쁜 조합은 아니었다.


아니면, 사장님의 솜씨가 대단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맛은 대만족.


…이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위장은 빵빵하게 부푼 느낌이 영 좋지는 않았다.


아침을 먹고 얼마나 지났다고 양이 꽤 되어보이는 허니브레드를 먹은 탓인지 배가 살짝 불편한 느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딘가에 누워서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서비스라고 내줬으니 그대로 먹긴 했지만, 역시 안 먹는다고 말하는 게 좋았으려나.


그렇지만, 그렇게 말했다가는 사장님의 얼굴에서 어떤 표정이 지어질지 모르는데다가 모처럼의 서비스니까 인간의 심리상 공짜로 주는 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였다.


만족스럽게 먹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상태로 달렸다가는 위장이 더부룩해져서 토할지도 모르는 몸의 상태에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할 쯤, 사장님이 만족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서비스로 내준 게 마음에 들었나요, 학생?"


"예."


딱히 평가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 단답으로 말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조금 더 길게 말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내 위장이 너무 빵빵하게 찬 상태라 말을 더 길게 하기에는 힘들다.


지금도 앉아있는 상태로 손가락을 겨우 까딱거리는 정도밖에 못 움직이는 상태였다.


눈만 데굴 굴려 사장님의 얼굴을 보니 방긋 웃고있는 모습이 참 어울린다고 해야할 까, 남자였을 때와는 다르게 여기에서는 어지간한 종족들은 전부 선남선녀라 내가 오징어가 된 기분이었다.


거울을 통해서 본 내 모습은 그렇게 오징어라고 느껴질만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이라는 것 말고는 그렇게 특색있는 모습은 아니어서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


…사람이라는 이유로 다른 종족들에게 이상할 정도의 호감이라던가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만 아니었으면 참 좋았겠지만.


인간의 특성이라고 하는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 만으로 한숨이 절로 나오려고 했지만, 다른 사람. 아니, 다른 종족의 앞에서 한숨을 내쉬는 건 예의가 아니었기에 속으로만 한숨을 내쉬었다.


"흥~ 흐흥."


묘한 콧소리를 내며 내가 먹은 것들의 잔해를 치우는 사장님의 모습을 보다가 등쪽으로 시선이 돌아간다.


카운터 뒤쪽에 놓인 커피 기계랑 냉장고, 그리고 요리 기구들 사이로 보이는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는 사장님의 두툼한 꼬리가 살랑거리고 있었다.


뾰족해보이기도 하고 만지면 거친 느낌이 들 것 같은 꼬리였지만, 이상하게도 푹신해 보인다.


만지면 까슬거릴까 아니면 생각했던 것과 다른 촉감이 들까.


호기심이 생겨난다.


생겨났지만, 그렇다고 만지고 싶지는 않았다.


멋대로 다른 종족의 신체를 손대는 건 무례한 짓인데다가 고소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실제로 용의 꼬리라던가 뿔을 만졌다는 이유로 법정으로 간 사례도 있다던가.


그것들과 마찬가지로 엘프처럼 생긴 종족… 아니, 실제로 종족명이 '엘프'가 맞기는 했지만 부족마다 앞에 붙이는 명칭이 다르기는 했다.


드워프나 수인족같은 경우에도 전체적인 호칭들은 비슷하지만, 앞에 붙이는 명칭들이 다른 경우도 부지기수였고.


태어난 곳이 다르다거나 부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지만.


이런 점을 보면 여기 세계는 진짜로 종족들간의 차별같은 것들이 어지간해서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소수밖에 없는 종족들은 반 강제적으로 동물원의 동물에 가까운 취급을 받는 것 같기는 했지만, 차별을 당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기분이 좀 미묘하기는 해도 그게 차별이라기 보다는 희귀한 무언가를 보는 시선이라 반응하기에도 애매했고.


"…학생?"


"…예?"


생각을 좀 깊게 했던 모양이었다. 눈 앞에서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는 사장님을 눈치채지도 못했던 걸 보면.


사장님에게 괜찮다는 의미로 손을 가볍게 흔들어주고 어느샌가 또, 내 앞에 놓여진 커피… 는 아닌 것처럼 보이는 황금빛이 도는 물이 담긴 컵이 보였다.


황금색으로 보였지만 조명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걸지도 모르니 오렌지나 감귤 주스일지도 모른다.


…문제라면 이거까지 마시기에는 배가 너무 불러서 마시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든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서비스로 내주는 차에요."


"…너무 잘해주시는 거 아닙니까?"


"괜찮아요. 여기에 오는 건 학생말고도 몇몇 빼면 없으니까요."


"그렇습니까."


서비스로 내준 차를 잠깐 쳐다봤다가, 컵 손잡이를 잡고 한 모금 마셨다.


…입 안에서 커피와는 다른 쌉싸름한 첫 맛이 났고, 그 뒤로는 약간의 단 맛과 향긋한 향이 난다.


그리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 모금 마셨는데도 음식으로 가득찬 위장이 조금 편안해진 듯한 느낌도 들고.


"괜찮지 않나요?"


"괜찮습니다."


웃으면서 물어오는 사장님에게 그리 답하며 적당히 뎁혀진 차를 한 모금 더 마셔보니 확실히 위장의 상태가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여기는 뭐하는 카페길래 커피랑 디저트도 맛이 좋은데 이런 차까지 나오는 걸까.


그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었지만, 사장님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니 굳이 캐묻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캐물었다가 좋은 가게를 잃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한 모금씩 마시던 차가 어느샌가 절반쯤 비워졌을 무렵, 카페 출입문이 열리면서 풍경이 울렸다.


"어서오세요… 아."


못볼 것이라도 본 것처럼 방긋 웃던 얼굴이 굳어버린 채로 문 쪽을 보는 사장님의 모습에 나도 고개를 뒤로 돌렸다.


거기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푸른색으로 통일한 여성이 보였다.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짙은 청색의 머리카락과 푸른 색의 한복, 연한 파란색의 한복과 파란색 구두, 그리고 사장님과 마찬가지로 머리 위로 툭 튀어나온 뿔과 허리 뒤의 꼬리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사장님의 뿔과 꼬리는 서양의 드래곤과 같았다면 지금 들어온 여성은 동양의 용과 비슷하다는 점이겠지만.


왜 얼굴을 보자마자 사장님이 굳어버린 건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사장님이 보기에도 너무 아름다워서 그런 걸지도.


대충 살펴봤을 뿐이었지만 아주 인상적으로 큰 가슴과 얼굴이 매력적이었다.


…저 정도로 크면 폭발할 것 같다는 말이 참으로 어울릴 정도로 컸다. 얼굴이 가려질 정도로.


그것과는 별개로 드는 감상은 예쁘네. 가 끝이었다.


여기와서 저만큼 아름다운 종족을 보는 것도 하루이틀 일은 아니었으니까.


당장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종족들만 봐도 남자였을 때라면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을 외모들이 수두룩했다.


"여기는 어쩐 일로 왔…니?"


"하! 손님이 있으니까 평소처럼 말하지도 않는 꼴이 참 우습구나!"


어디서 뿌득 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굳이 신경쓰지는 않았다. 그 뿌득거리는 소리가 참 가까운 거리에서 들렸기에.


"…열 받게 하려고 온 거면 돌아가주지 않을래?"


"금방 돌아갈 예정이었다…만. 이건 좀 귀하군."


발을 한 걸음 옮겼을 뿐인데도 폭발적인 가슴이 자기 주제를 가리지 못하고 움직이는 모습에 잠깐 시선을 빼았겼지만, 빤히 쳐다보는 건 실례였기에 카운터로 고개를 돌렸다.


"신체에 아주 약간의 마나만 존재하는 것이 마치 인간같구나!"


인간 맞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이유도 없었고 말해봤자 아침처럼 또 이상한 꼴을 보는 게 아닐까 두려워 입을 다문다.


슬쩍, 고개를 올려 사장님을 보니 이마 옆으로 혈관이 툭 튀어나온 게 참 인상깊었다.


"매일매일 손님이 왔으면 좋겠다 하고 투정부리는 주제에 정작, 카페에 걸어놓은 마법이 너무 강해서 손님이 오지를 않는다고 투덜거리더니 제법 괜찮은 녀석이 오지 않았느냐!"


푸하하! 하고 쾌활하게 웃으며 한 걸음 옮길때마다 또각, 또각하고 구두 소리가 카페 안에 울려퍼진다.


생각해보면 여기서는 마법이라는 게 꽤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던 것 같다. 떠올리기도 싫은 다시보기의 내용에서도 방음 마법이라고 말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소리가 점점 이쪽으로 가까워지는 게 착각은 아니겠지.


일부러 의식하지 않으려 서비스로 나온 차를 홀짝이며 무시하고 있었는데, 머리 위로 그늘이 진다.


고개를 올리지 않고 눈만 위로 굴려보니 얼굴이 안 보일 정도로 커다란 가슴이….


여자의 몸이 되었다고는 해도 남자였던 탓에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만졌다가는 그대로 법정으로 끌려갈 지도 모르겠지만!


다시 눈을 차로 돌려서 거의 다 마신 컵의 안을 쳐다보고 있었더니 머리에 풍만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손님한테 실례니까 그런 행동은 그만… 하아."


한숨을 푹 내쉰 사장님은 고개를 잠깐 숙였다가 다시 들었는데 평소에 보던 분위기가 아니었다.


눈에서 살기라고 해야하나, 그런게 느껴지는 데다가 황금색의 눈동자가 평소보다 더 황금빛으로 반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