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아오르는 기온과 습도에 짓눌릴 것만 같은 한창의 여름 밤이었다. 바깥에 나와 인적이 드문 곳에 다다르기까지 숨이 차올랐고 땀이 이마를 타고 뺨 밑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러는 동안 손에 쥔채로 놓지 않았던 것은 고운 갈색빛을 내보이며 풍부한 수분을 머금은 도토리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교롭게도 야식을 찾을정도로 배가 고파오지는 않았다. 식욕외에 다른 욕구를 풀기 위해 이 곳까지 와있는 것이다. 완전히 얼지 않게끔 적당히 냉동고에서 얼린 도토리묵은 싸고온 포장 비닐밖으로도 기분좋은 서늘함을 느끼게 한다. 


그것을 곧바로 열이 오른 얼굴에 갖다대고 싶었지만 이후에 즐거움을 위해 간신히 그 유혹을 뿌리쳤다. 


보통은 살짝 데운 두부를 준비하지만 날씨가 날씨인만큼 오늘은 차갑게 식힌 도토리묵으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리고 부드러운 도토리묵을 살짝 얼린 것은 적절한 선택이라고 할수있겠다. 그러고는 주변에 인적이 없는 것을 확인한다. 나무가 울창한 뒷산의 중턱부근. 애초에 이 시간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정상이 아닐것이다.


문득 땀범벅이 되가며 여기에 이른 자신의 모습을 되짚어보자 나도 모르게 씁쓸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적당한 크기의 나무에 살짝 등을 기대고 바지를 내리고 팬티를 내린다. 습기를 머금은 여름 공기였지만 일상동안 밀폐 되어있던 물건은 이루말할수 없는 해방감에 휩싸였다. 


매미는 어두운 여름 밤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목청 높게 울고 있었고, 나 역시 한 걸음이라도 잘못 딛이면 파멸에 이르는 위험한 행위를 즐긴다. 그 흥분감에 공기의 열이 아닌 내 몸에 차오르는 열로 인해 숨을 헐떡이며 물건을 잡고 흔들어댔다. 상상이나 영상이 아닌 생생한 현실이었다. 그래서 인지 완전히 발기되기까지는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하반신의 해방감은 성욕의 열 앞에서 다시금 답답하게 조여진 것처럼 팽창하고 부풀어 올랐다. 가빠진 숨과 반쯤 풀린 눈으로 사정을 조절하고 또 조절하여 가장 기분좋은 순간을 만들고자 한다.


그 순간을 직감하자 도토리묵이 담긴 봉지에 망설임없이 아플만큼 단단해진 물건을 박아넣었다. 열을 머금은 페니스가 한순간에 식어지는 그 느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자극은 페니스를 너머 엉덩이에서 척추를 타고 올라온다. 그 강렬한 쾌락에 저도 모르게 등을 튕겨대며 머리를 하늘위로 한껏 처올렸다. 


손이 멈추지 않는다. 침인지 땀인지 아니면 둘다 흘려대고 있는지도 모를 얼굴은 분명히 꼴사나울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이 쾌락만이 나의 전부였다. 발정난 짐승처럼 꼴사나운 신음소리가 울려퍼졌고, 

이미 들켜서 인생이 끝난다는 불안은 머릿속에 완전히 사라진지 오래였다.


여기서 나는 사람이 아닌 모든것을 해방하고 욕구에 의해서 손과 가랑이를 놀려대는 한낱 동물일 뿐이었다.


사람이자 사람이 아닌 자신의 모습. 그리고 차오르는 열기만큼이나 냉각 되어져가는 자신의 물건. 질척거릴 정도의 수분과 으깨져가는 도토리묵은 페니스를 감싸진 채로 절정을 맞이하려 한다.


부스럭 부스럭 봉지가 살갗을 스치는 소리는 어느 순간 멈춰버렸다. 그 자리에서 나는 다리로 지탱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채 모든 것을 쏟아내버렸다. 곧바로 누워서 숨을 돌리고 싶었지만 흙범벅이 되기에 그것만은 참기로 했다.


자연에서 나온 것은 자연에 되돌리는게 당연한 이치. 정신을 차린 나는 갈색의 도토리묵 찌꺼기를 봉지의 남은 부분으로 닦아내며 정액과 뒤섞인 으깨진 도토리묵을 적당히 땅에 버리고 흙으로 덮었다.


완벽한 증거인멸이다.


그리고 한동한 고간에서 느껴지는 끈적거림과 등까지 올라온 서늘함을 느끼면 유유히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