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단어 : 포돌이, 도토리묵, Ellie('엘리' 로 번역)






불금, 오늘도 불티나게 일을 마친 진영은 단골 식당에 간다. 밖이 벌써 어두워진 꽤 늦은 시간이였다. 새로 단 지 얼마 안 된 미닫이식 문을 열고 들어가니 종이 딸랑딸랑 울린다. 주인 아주머니는 TV를 보며 호쾌하게 웃다가 별안간 허리를 틀어 진영을 본다.


"포돌이¹ 왔는가?"

"아주머니, 그게 언제적 별명이에요!"

"한 번 포돌이는 영원한 포돌이여, 하하핳하. 그래서 오늘은 뭐 잡수시려고 왔는강?"

"에이, 알면서. 도토리묵² 한 사발이나 주세요."

"알았씨야, 빨리 내올테니 쪼메만 기다리라."


아주머니가 보고 있던 TV를 진영이 계속 본다. 진영은 문득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생각이 난다. 지금은 이곳이 번화한 시가지지만, 10년 전 진영이 고등학생일 때만 하더라도 이 곳은 깡촌이였다. 하지만 이 식당과 이 식당 뒤에 자리잡은 호연고등학교는 10년 전부터 그대로다. 그리고 그 때 같이 이 식당에 오던 친구들이 생각난다.


'요리사 한다던 영선이, 나중에 이 언덕배기에다 집을 짓겠다던 성호, 동물원 사육사를 한다던 청서, 의사 돼서 보자던 서예, 그리고 유학 가서 외국 그룹에 취업한다던 승영이도 있었다. 다들 잘 살고 있으려나...'


진영이는 추억에 잠겼다. 그 때 식당 문이 열렸다. 진영이는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봤다.


"역시 여기에 있을 줄 알았어."


입구에 서 있는 여자가 말했다.


"정승영?"

"그래, 이 포돌아."

"어째서 한국에 있는 거야?"

"외국에서 엘리³ 라는 이름으로 8년 동안 있었지만, 하지만, 나는 정승영이야. 그냥 한국에서 일할려고!"

"진영아, 얼른 묵으라."

"너는 오늘도 도토리묵사발이구나."

"나야 뭐 그렇지.."

"승영이 너도 먹을텨?"

"네, 저도 주세요."


승영은 진영의 건너편 자리에 앉는다.


누군가에겐 일상이지만, 누군가에는 추억에 젖은 도토리묵. 시원섭섭한 그간의 얘기를 나누는 것처럼, 시원하면서 어딘가 씁쓸한 맛도 도토리묵은 가지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우리 모두 도토리묵을 들이켜보는 건 어떨까.







내용이 산으로 가버린 관계로 조기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