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날 연재하려고 했으나 갑자기 컴퓨터가 고장나는 바람에 지금 간신히 좀 고치고 연재하겠습니다. 또한 시간되면 주말에 최대한 많이 써볼게요.


프롤로그-https://arca.live/b/writingnovel/893280?p=2


심부름꾼이 막 토론실에 들어서자, 회의를 주관하던 토론부실장 카르마가 마데스를 질책했다.


"마데스, 쉬는 시간 끝난지가 언젠데 지금..."


"실장님!! 제가 황금 원반의 문양에 대한 의견을..."


"야, 내 말 안 끝났거든? 이 자식이 여기 들어온지 좀 됐다고 나한테 막 기어오르네?"


마데스는 잠시동안 카르마에게 질책을 들은 후, 그걸 다 듣고서야 자신의 의견을 말할 기회가 주어졌다.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이걸 보낸 외계인들이 아예 다른 차원이나 평행공간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그 행성에서도 원자와 분자, 중력 같은 기초적인 과학이나 자연법칙은 우리랑 비슷하게 적용될 겁니다."


"일리가 있군. 그런데 그게 여기 써 있는거랑 무슨 상관이지? 일단 계속해봐."


"그리고 이 원반과 비행체를 만든 외계인들이 원반에다가 자신들의 문양이나 문자까지 써서 굳이 이쪽으로 보낸걸 보면, 정찰이나 어떤 특정한 메세지를 전하려는 목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또한, 그 외계인들이 현명하다면 자신들의 언어만으로 외계와 소통을 시도하진 않았을 것이므로, 공간 공통으로 통하는 것, 즉 자연법칙이나 과학을 이용한 통신 수단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자네는 이 원판 위에 써있는게 무슨 의미라 보는가?"


"그건 저도 지금부터 해석해봐야 겠지만, 이 원판 속에는 모종의 메세지가 담겨있고 이 위에 써있는 건 그 메세지를 출력할 방법을 설명해 놓은 것일 거라 생각합니다."


"마데스 말이 일리가 있어. 그럼 자네는 외계인들이 무슨 과학법칙을 사용했다고 보는가?"


"그건 앞으로 해석해 나가야죠."


그리하여 공립 연구원의 모든 연구원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모든 과학법칙들과 원판 위의 그림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작업에 몰두했고, 마침내 한 연구원이 뭔가 해답을 찾아낸 눈치로 손을 들었다.


"허큘론, 말해보게."


"이 판에서 오른쪽 밑의 그림 말입니다, 왠지 원자의 구조랑 비슷한대요? 겉에 그려진 걸 양성자, 안에 있는 걸 전자라 가정하면, 수소 원자입니다."


"그래. 만약 그게 수소 원자라면 무슨 목적으로 그걸 그려놨단 거지?"


"아마 막대의 모양이 다른 걸 보면 수소의 스핀 운동을 형상화..."


그들은 수소 원자의 스핀운동 시간인 7.042X10-10초(시간 단위는 편의상 지구의 단위로 쓰겠습니다.)을 두고 고민 하다가, 왼쪽 위의 그림들이 2진법을 나타낸 것이라 가정하고 그 그림이 나타내는 수인 5,113,380,864와 4,587,075,012,128을 각각 스핀 운동 시간과 곱한 결과, 각각 3.36, 3.23이 나왔는데, 그들은 여기서 1번 더 난관에 부딪혀야 했다. 3.36초 동안 원판을 띄워보기도, 살포시 밟아보기도, 돌려보기도 하는 등 별 짓을 다 했지만(그 와중에도 원판이 부숴질까봐 날리는 건 못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이 지쳐서 다시 휴식을 취하려는 순간,


"왼쪽 위의 그림들 있잖아요, 이진법 숫자 말고도 뭔가 이 원판의 메세지를 출력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 아닐까요?"


"그럴수도? 그러면 우리의 음성 기술로 최대한 비슷하게 한 번 출력 장치를 만들어 보게."


그 출력장치를 만드는 데는 대략 10일이 걸렸고, 그 때문에 공립 연구소 연구원들은 10일간 2교대로 반쯤 철야 근무를 해야했다. 그 동안 몇몇 연구원들은 이런 물건을 보낸 외계인들을 원망하기도 하고, 몸이 약한 몇몇은 기절하기도 했지만, 결국 출력 장치는 완성되었다.


"여러분... 이...제.... 이 원판을 .... 끼워서 돌려봅시다..."


연구소장이 매우 지친 목소리로 말하자, 마데스 역시 매우 굼뜬 몸놀림으로 원판을 조심스래 끼워넣었다.


"뭔가가 나옵니다!"


원판에서 무슨 말 소리 비슷한게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Hello!"      "bonne journee pour tous!(좋은 하루 되세요)"      "آمل أن نتمكن من تلبية يوما ما(언젠가 만납시다)" "Я буду молиться за ваше здоровье(건강하십시오)" "안녕하세요" "你好"  "Bùenos....


"이게... 무슨 말일까요? 외계의 언어 같은데요."


"각 음절마다 약간씩 다르게 들리는 걸 봐서는 그들은 다양한 언어를 가진 것 같습니다. 말의 길이나 그런 걸 봐서는 인삿말 아닐까요?"


"그런 것 같습니다. 언어가 2개 밖에 없는 우리 별이랑 비교해보면... 솔직히 부럽기도 하네요."


"또 뭔가 나옵니다!"


연구원들이 추정하건데, 이 소리들은 아마 외계인들이의 행성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들을 녹음한 것 같았다.


쿠궁....쿠궁... 철썩... 짹짹짹짹!!!! 그르르.....   이런 소리들을 듣고 있던 연구원들은, 뭔가 익숙함을 느꼈다.


"그 앞쪽의 철썩 소리 말입니다... 우리 행성에서 치는 파도 소리 아닙니까? 쿠궁 쿠궁은 아마 번개 소리 같고..."


"대기가 있는 한 날씨도 있고, 물이 있는 한 파도도 있을 것입니다. 이 외계인들, 우리랑 공통점이 의외로 상당히 있군요."


그 다음으로 흘러나온 소리는,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높은 소리와 낮은 소리가 반복 되는 그런 것이었는데, 이상하게 그걸 듣고 있으면 편안해지는걸 연구원들은 느꼈다. 그 다음으로는, 각종 높낮이의 음들이 빠르게 반복되는 그런 패턴이었는데, 이번 건 다른 건 몰라도 듣고 있으니 흥이 나는 것 같았다.


"이 소리는 용도가 대체 뭘까요? 사교? 전투? 구애?"


"그러게 말입니다."


그 뒤로도 여러 소리가 이어지고, 개중에는 연구원들이 이 행성에서 자주 듣던 소리와 매우 유사한 소리들도 상당히 많았다. 이 황금 원판의 재생 시간이 끝나자, 연구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복잡했다. 감탄, 호기심, 기쁨, 설래임, 심지어 몇몇은 생김새와 사는 곳, 성격도 제대로 모르는 저 외계인들에게 동질감과 유대감, 그리움까지 느꼈다.


하지만, 그들이 이 원판에 대해 풀어내지 못한 비밀인 오른쪽 그림들, 왼쪽 밑의 항성의 빛 비슷하게 보이는 그림이 아직 있었고, 얼마 후 그들은 다시 해독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