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Nueva Escuela


 중학교를 초등학교와 꽤 먼 학교로 전학 왔지만 다행히도 금방 친구가 1명은 생기게 되었다. 원래 모르는 사람한테는 말을 잘 걸지 않지만 아무래도 혼자 여기서 생활하기엔 너무 벅찰 것 같아서 용기를 내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오늘 밤에 형이 온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친구 1명 정도는 있는 것이 나을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 금요일, 민현이 집에 간다. 어제 미리 시간 되냐고 물어봤는데 별 말 없었다.


 별 말, 별 생각 없이 걸어가고 있는데 민현이가 말을 걸었다.

 "어디 초등학교에서 왔어?"

 "성호초등학교."

 "성호초? 조금 멀리서 온 거 같은데 굳이 여기로 온 이유가 있어?"

 "뭐.. 여기 옆에 고등학교 가려고. 고등학교 때 오면 절차가 번거롭다고 해서."

 "여 옆에 고등학교가 좋은 고등학교야?"

 "어. 이 도시에서 제일 좋은 고등학교라던데."


 별 주제 없는 얘기를 하며 한 3분 정도 걷다보니 민현이 집에 도착했다. 집에 들어와서 가방과 패딩을 벗어 소파에 털썩 올려놓고 민현이 집을 구경하고 있었다. 거실 창문으로 내 집이 보이길래 민현이를 불렀다.

 "저기."

 "저기 뭐 있어?"

 "중학교 옆에 저 옥탑방이 내 집이야."

 "저기구나.. 근데 옥탑방 치고 넓네?"

 "아, 저기 건물이 내 건물이라서."

 민현이는 말이 없어졌다. 옆을 곁눈질하니 표정이 굉장히 혼란과 당황 그 사이 즈음이었다. 보통 이런 말은 다른 사람한테 잘 안 하는데 얘기하다보니 어쩌다 그것까지 말해버렸다. 아니면 여기 동네의 유일한 친구라서 생각하기도 전에 내 마음이 '이 놈은 믿을 만한 친구다' 라고 혼자 결정 짓고 먼저 내뱉어버린 걸 지도. 잠깐의 정적이 끝나고 민현이가 말을 걸었다.

 "너네 가족 소유가 아니라 너 소유?"

 "정확히는 우리 엄마아빠가 가지고 있긴 한데 돈이 나한테 들어와. 보통 잘 얘기 안 해 주는데 너는 여기 와서 만난 첫 친구라 특별히 말 해 주는 거야."

 "근데 굳이 옥탑방에 사는 이유라도 있어?"

 "그냥. 내가 여기 살고 싶다고 했어."

 "저 6층을 매일매일 오르락 내리락 하니까 다리가 이렇게 튼튼해지지..."

 "무슨, 저거 갖고는 안 돼. 더 해야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집에 운동기구도 여럿 들여놓았다는 말도 할까 했는데 자랑 같이 보이고 딱히 필요성을 못 느껴서 말았다. 아까처럼 조금의 정적을 가졌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민현이에게 물어봤다.

 "내일은 우리 집으로 올래?"

 "어, 왜?"

 "오늘 갑자기 예고도 없이 너네 집으로 왔으니까 우리 집도 예고 없이 가야지."

 "그러면 뭐, 내일 갈 게. 몇 시 쯤에 가?"

 "에, 진짜로?"

 "그 반응은 뭐여.."

 "진짜로 갈 줄 몰랐지... 사실 나 내 집에 친구 부르는 게 처음이라서."

 "읭? 초등학교에서 인기 많았을 것 같은데."

 "친구야 뭐 적지는 않았지, 근데 학교하고 집이 멀리 있어서 애들이 잘 안 오려고 해서 그렇지."

 나는 민현이가 진짜로 내 제안을 받아들일 줄은 전혀 몰랐다. 뭐 내일이 아니더라도 4월 전에는 꼭 한 번 부르려고 생각하긴 했지만.

 "혹시 부모님 몇 시에 오셔?"

 "두 분 다 7시 넘어서."

 "그러면 6시까지 여기 있다 가야겠다."

 "2시간 동안 뭐하려고?"

 "글쎄..? 너 즐겨하는 게임 같은 거 있어?"

 "어, 근데 나는 리듬 게임만 해서 너가 재미있어 할 지 잘 모르겠어."

 "괜찮아, 나도 RPG나 FPS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해. 나랑 안 맞는다고 하면 맞으려나? 아, 그리고 너네 집 와이파이 비밀번호 좀."

 "'수호랑'을 영어로 한 거."

 "땡큐."

 그 이후로 같이 게임을 했다. 민현이가 추천해 준 게임은 꽤 재밌었다. 민현이 말로는 어려운 게임이라고 했는데 나는 솔직히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한 2시간 정도 지났나? 6시가 된 걸 확인하고서 아까 왔을 때 소파에 던져두었던 옷을 입으며 말을 걸었다.

 "여섯 시다, 이제 슬슬 가야 겠네. 내일 몇 시에 올 거야?"

 "한 12시 쯤 가도 돼?"

 "어. 새벽 3시에 와도 되고 밤 10시에 와도 돼. 나는 부모님이 서전에 출장 가 계시거든. 근데 오늘 저녁에 형이 온다고 했었나.."

 "형이 있구나.. 형은 무슨 일 해?"

 "방송 쪽에서. 근데 아마 내일은 피곤해서 방에 틀어박혀서 안 나올 것 같아."

 "오.. 그러면 내일 11시 반 쯤 갈 것 같은데, 괜찮지?"

 "어. 그 때 와."

 "빠이~."

 "안녕."

 몇 분도 채 안 되는 거리를 걸어 집에 도착했다. 출출해지자 부엌 찬장을 열어 3분 카레 2개를 꺼내어 내용물을 끄집어낸 뒤 밥 위에다 뿌려서 먹었다. 꽤 맛있다. 해는 이미 진 지 오래였다. 다 먹어갈 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형이 왔다. 먹다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신발을 벗고 있던 형의 품으로 안겼다. 나보다 덩치가 거의 2배는 크기 때문에 안기면 포근했다. 한 5초 부동자세로 안겨있다가 고개를 쳐들고 대화를 시작했다.

 "꽤 일찍 왔네, 형?"

 "너 저녁도 못 먹고 있을까봐 일찍 왔는데, 이미 먹고 있었네."

 "에이 형, 내가 무슨 초딩도 아니고."

 "중딩 된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런 말을 되게 스스럼 없이 한다? 그리고 나 좀 들어가자, 현관에서 이게 뭐하는 거냐."

 살짝 불편해하는 표정으로 말해서 나는 조금 무안해져서 아까 먹다 만 카레나 한 숟가락 더 퍼먹었다. 형은 그새 방에 들어가서 옷을 벗고 있었다.

 "근데 형, 내일 11시 반에 내 친구 우리 집 온다는데 괜찮지?"

 "여기 너 집이잖아, 내가 얹혀 사는 거고."

 "그런가.. 어쨋든 와도 불편하거나 한 거 없지?"

 "어."

 순간 민현이가 마음이 바뀌었거나 하는 경우가 생기거나 하는 게 걱정되어 민현이에게 톡을 보냈다.

 - 진짜 올 거야?

 - ㅇ

 칼답이 왔다. 안도했다. 씻고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다. 잠에 빠지기 직전에 형이 나를 끌어안고 자려는 게 느껴졌다. 좀 더웠지만 포근해서 그냥 조금 뒤척이다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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