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각하! 갈리아군이 장춘 시로 진격하고 있습니다!"
 임시로 만들어진 집무실에서, 한 어린 병사가 뛰어들어와 외쳤다.
 결국 최후의 순간이 가까워졌다.
 갈리아군의 상륙 이후, 우리 군은 연전연패를 계속하며 밀려나기 시작했다.
 갈리아군이 점령한 민가는 불타올랐고, 민간인들이 갈리아군에 의해 처형되고 겁탈당했다는 보고가 매일같이 올라왔다.
 전쟁을 반대한 관료들은 전쟁 직전 서둘러 만주를 벗어나 도망쳤다.
 전쟁을 찬성한 관료들은 끝까지 남아 전투를 지휘하다 끝내 숨을 거두었다.
 마지막 관료가 전사하고, 나는 장춘 요새화 작전을 발표했다.
 전 군이 장춘 시에 집결해 장춘 시를 요새화한다면, 어쩌면 올 수 있을 지원병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였다.
 하나 둘 씩 궤멸한 부대의 군인들이 모여들었고, 요새화도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병은 오지 않았다.
 나는 집무실 책상에 쌓여있는 답장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만주의 상황은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갈리아 군과의 전투는..'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으로 전투병 파병은..'
 지원을 요청한 국가에서 요청을 거절하는 답장이 왔다. 답장이라도 왔으면 다행이였다.
 강대국인 갈리아와의 전쟁에 쉽게 지원을 보내줄 국가가 많으리라 생각하진 않았으나, 전무할 것이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
 배신감에 몸이 휘청였다. 내가 지금까지 믿어온 세계가 붕괴되는 기분이였다.
 그들은 철저히 우리를 무시하고 있었다. 많은 민간인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는 보고와 기사 등에도 눈과 귀를 막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욕지거리가 나왔으나, 결국 할 수 있는 것이 겨우 이 것 뿐이라는게 서글펐다.
 .. 장춘에서의 전투는 꽤나 격렬했다.
 도시 전역에 비명 소리와 고함 소리가 울렸다.
 병사들은 들 것에 실린 부상병을 옮기느라 정신 없이 달렸고, 장교들은 깃발을 휘저으며 공격 명령을 내렸다.
 얼마 가지 않아 시가전이 벌어졌고, 더 많은 고함 소리와 비명 소리가 들렸다.
 전황이 불리하다는 보고만이 매일 내 책상 위에 올라왔고, 이젠 나도 전투 중인 모습을 집무실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패전을 뼛 속까지 느낄 수 있었다.
 "총리 각하! 갈리아 군이 집무실로 오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대피를.."
 그 어린 병사는 끝내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의 피가 내 발 밑까지 흘러왔고, 나는 두 눈을 감았다.
 이제 곧 갈리아 군이 쳐들어 올 것이고, 나는 죽거나 체포되고난 후 죽을 것이다.
 후회는 없었다. 아니.. 없다기엔 나로 인해 죽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눈도 감지 못하고 쓰러진 어린 병사의 눈을 감겨주자, 갈리아 군이 열린 문으로 총구를 겨누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두 손을 머리 위로 든 채 소리쳤다.
 "만주 공화국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