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렇지.. 그런데 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
 허름한 한 사무실에서, 까끌까끌한 수염을 가진 한 교수가 자신을 수염을 매만지며 물었다.
 "누구보다.. 만주의 그 가문에 대해 잘 아신다고.. 하셨습니다."
 의자에 앉은 교수 반대편에는 공손한 태도의 한 기자가 캠코더를 보던 고개를 돌려 말했다.
 "아, 그랬지.. 내 정신 좀 봐.. 이해 좀 하시게. 이렇게 책만 읽고 살다보니 미쳐버려서.."
 그는 자신의 자조적인 말이 스스로도 웃겼는지 끌끌거리며 웃었다.
 그의 말대로, 그를 둘러싸고 있는 책장에는 빼곡히 책이 꽂혀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바닥에 아무렇게 널부러진 책들까지 대충 계산해보면, 어림잡아 천 권은 될 것 같았다.
 그는 흘러내린 안경을 다시 올리더니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갔다.
 "그래, 그 만주의.. 아니.. 정확히는 연변의 그 조선족 가문이. 지금 이 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주름잡고 있다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그렇잖은가?"
 "네.. 그렇습니다."
 기자의 고분고분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책장에 있는 한 권의 책을 빼내 건내며 말했다.
 "이 책이 뭔지 아나?"
 오래된 책이였으나, 많이도 꺼내 읽었는지 먼지는 쌓여있지 않았다.
 제목이 한문으로 쓰여있어, 한문을 모르는 젊은 기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무슨 책입니까?"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회와 후회」. 원본일세."
 기자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책을 떨어뜨렸다. 「후회와 후회」라면 지어진지 150년이나 된 책이였다.
 교수는 놀란 기자의 표정을 보면서 재미있다는 말했다.
 "다들 놀라. 누구는 이 책을 그쪽 가문 재단에다가 팔면 비싼 값을 치룰 수 있을거라 말하기도 하는데.. 뭐, 시중에 널린 흔하디 흔한 그런 「후회가 후회」가 아니라, 이진석 선생이 공을 들여 쓴게 이 책인데, 어디 억만금을 주더라도 팔 수가 있나."
 "어떻게.. 얻으신겁니까?"
 교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건 비밀로 하지. 정 궁금하시면 기자 양반이 직접 발로 뛰어서 알아내시고."
 그는 책을 다시 건내받고 책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참 대단하시지? 아무런 죄도 짓지 않고 가택연금 당하셨는데, 그걸 비난하고 가슴만 치기는 커녕, 조용히, 또 묵묵히 자기 반성을 하시며 이 책을 쓰신거야. 괜히 당시 세계 지도자들이 이 책을 필독서로 인정해준 게 아니라고."
 "저기..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다시 본론으로 넘어와서.. 그럼.. 만주 이씨, 아니.. 연변 이씨 가문의 시작은.. 이진석 선생으로 봐야하는 건가요?"
 교수는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거기서부터 이야기 해주시겠습니까?"
 교수는 물을 따라 마시고 입가에 묻은 물기를 닦아낸 뒤 말을 꺼냈다.
 "듣기 좀 힘들거야. 거기서부터 이야기하면 꽤 길거든. 그래도 괜찮겠어?"
 "네..! 물론입니다."
 교수가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이진석 선생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작가의 말/ 이 소설은 '가상국가 채널'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소설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