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우리 담력시험 가자!"
오컬트부 부장 정호의 말이었다. 이 때 나는 커다란 생명의 위험을 느꼈다. 조만간 닥쳐올 미래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좋아! 어딘데?"
"동네 뒷산에 폐가 하나 있잖아. 거기로 갈 거야."
"뭐? 거기 어른들이 가지 말라고 한 데잖아. 거기서 죽은 사람도 있다고..."
"에이, 그런 게 요즘 어딨냐? 비행기에 우주선까지 만드는 게 요즘 세상인데 이런 최첨단 시대에 그런 귀신이 있겠어?"
훨씬 더 불안해졌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이것이 아니었다. 나는 러브코미디를 원했지 호러물을 원하지 않았다. 러브코미디 클리셰를 따르기 위해 사람이 별로 없는 여초 혼성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하필이면 오컬트부를 고른 게 화근이었다.
"그래서 너도 갈 거지?"
"아니야. 안 갈래."
"에이,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요즘 활동도 뜸한데 단합 한 번 쯤은 가봐야 할 거 아니야. 응? 가보자."
그렇게 나는 그들의 회유에 떠밀려 같이 담력시험을 가기로 해버렸다. 이는 주인공인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악의 선택이었다.



시간이 흘러 일요일이 되었다. 날씨는 우중충하여 비가 올 듯 말 듯 하였다. 뒷산에는 수풀이 우거졌고 다른 곳과는 완전히 고립된 것 같아 보였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고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통신을 확인했다. 불길하게도 아무 신호도 잡히지 않았다. GPS고 전화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딱 호러물에 맞는 상황이라 더욱 더 불안해졌다.
"이제 들어가자."
오컬트부 부장인 정호가 가장 먼저 들어가려 했다. 나는 부랴부랴 달려가서 정호를 막아섰다.
"내가 먼저 들어갈게."
"의외네. 둔감한 네가 이렇게 대범하게 나선다니 웬 일이야? 하긴 막아설 일은 딱히 없긴 하지만."
사실 나도 먼저 가기는 싫다. 그러나 이는 정호를 살리기 위함이었다. 만약에 주인공도 아닌 그가 가장 먼저 들어갔다면 가장 먼저 시체가 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주인공인 내가 들어가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러 사람들이 내 뒤를 뒤따라 들어왔다. 안쪽은 거미줄이 쳐져있었고 어둠에 휩싸인 채 낡아있었다. 그래도 한 쪽에 살짝 묻은 핏자국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그리 더럽지는 않았다.
"뭐야. 생각보다 깨끗한데?"
"난 이런 데 오래 있고 싶지 않으니까 빨리 나가자."
"에이, 뭔 소리야. 여기까지 왔는데 이걸 빼놓을 수가 없지."
정호가 가방에서 펜과 종이를 꺼내며 말했다. 다른 여자 부원 경하가 여기에 동조하였다. 경하는 모든 남자들이 지나가면서 한 번 쯤은 쳐다봤을 큰 가슴과 우아한 몸매와 아름다운 얼굴의 글래머 미녀였다. 이런 외모에 더해 노출이 심한 옷을 주로 입는 그녀는 러브코미디 시절에는 환상적인 인물이었지만, 호러물이 열리는 순간 걸어다니는 위험요소가 될 것이 뻔했다.
"하지 마. 그러다 진짜 귀신이라도 나오면 어떡할거야? 여기 사람도 죽었다잖아."
"귀신이 나온다고? 그럼 개이득이지. 야, 빨리 하자. 여기 귀신 핫스팟인가보다."
"그래! 빨리 하자!"
정호와 경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분신사바를 시작했다. 하라는 것을 굳이 하는 그 둘을 어서 막아서야 했지만 그들은 결국 분신사바를 완성하였다.
나는 이제 끝났다는 생각으로 이곳을 어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주아를 발견했다. 나는 화들짝 놀라 그 카메라를 탁 쳐서 아예 박살내버렸다.
"뭐하는 거야!"
"어쩔 수 없었다고! 다 같이 죽일 셈이야?"
"그건 또 뭔 소리야!"
주아가 비싼 물건을 망가뜨린 것에 화를 내며 달려들었다. 함께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 동영상을 촬영하면 죽는 사람이 나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긴급조치였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이윳테 쿠다사이."
"야, 이제 글렀어. 어서 빠져 나가야해!"
"뭔 소리야? 난 여기 있을 거야. 분신사바 하는 건 보고 가야지."
"아니, 뭔 소리야? 여기 남아있으면 죽는다고! 빻리 나와!"
그러나 한 명을 빼고는 아무도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긴급한 순간었지만 그들의 눈에는 오히려 놀이에 과민반응하는 이상한 사람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빨리 나오라고!"
"어, 알았어."
시연이의 말이었다. 그녀는 러브코미디 클리셰를 따라갈 적에 하렘 플래그를 꽂았던 쿨데레였다. 외모도 평타에서 살짝 위인 정도라 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