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은 19금물이 아닙니다)


 게이 포르노 배우로 돈이 꽤 생겼다. 대출 상환도 이젠 거의 됐고, 방도 브루클린 슬럼가에서 퀸즈의 아파트로 옮겼다. 이것이 체육교사의 꿈을 순순히 져버리게 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첫 촬영 때 나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 외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이성을 잃고 행한 저질스러운 대화와 몸짓을 지금 보자니 눈을 치켜뜰 수가 없다.


 아이폰의 마림바 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나에게 게이 포르노를 소개해 준 매티어스다. 매티어스는 인공지능 사업에 몰두 중, 아직 대박 터지진 않았지만 수익은 짭짤히 나는 중이다. 마침 정부에서 벤쳐기업에 돈도 쏟아붓고 있는 터라 생활고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고. 그는 동성애자이다. 나는 매티어스의 도움으로 자살을 겨우 면했는데, 때는 3년 전이었다.


 내가 충분히 능력이 있지만 그 지긋지긋한 가난이 내 발목을 잡았다. 그렇다고 나는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였기에 그저 필사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야매로 시작한 사회생활, 그 뼈아픈 충격에 나는 아름다운 맨해튼의 야경과 함께 강변의 한 공터에서 총을 내 머리에 겨눴다.


 그 때 매티어스는 급하게 달려와 자신의 남자친구와의 사진을 부탁했다. 굳이 수풀 속까지 찾아와 사진을 부탁한 것은 내 이성을 다시 되돌렸다. 그렇게 내 인생을 구해준 사람이다. 당시 너드에서 번듯한 체대생으로의 진화를 밟았던 나는 꽤 다져진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 그 사건으로 지인이 된 후 그는 나에게 진지하게 게이 포르노 배우 해 볼 생각 없느냐며 물었다.


 게이 포르노라니. 동성에겐 관심도 없는 내가, 헤테로 포르노도 찍을 생각 없는 내가 어떻게 포르노를 찍는단 말인가. 하며 거절하려던 찰나, 그는 '연 6만 달러는 기본'이라며 아는 친구가 그 쪽 종사자라고 꼬드겼다. 6만이라는 거액에 눈이 활짝 열렸다.


매티어스가 말했다.

"이사 축하한다. 다름이 아니라 요즘 회사 일이 좀 많아져서 그런데, 안 바쁘면 와서 자잘한 일 도와줄 생각 없어? 일당 넉넉히 준다."

"바보야, 오늘 클리어 크리덴셜 오리엔테이션이거든."

"내 정신 봐. 아, 그리고 너네 포르노 선배가 전해줄 말 있다더라. 문자로 보내준다."

"뭐야. 알았어, 끊어."


문자 딸랑.

'<전달> 미안, 매티어스. 제러미 전화번호가 없어서 너한테 좀 전달한다. 내일 촬영 있는 거 알지? 갑자기 비행기가 결함이 돼서 촬영 갈 수가 없어.. 촬영 대타가 필요한데, 경험도 쌓을 겸 이번에 나 대신 제러미가 바텀 역할 했으면 해서. 부탁한다고 전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