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군들! 우리는 괴뢰 루마니아의 심장으로 향하고 있다! 우리 지역대들은 대부분 동남방위청 소속으로, 현재 우리들의 고향은 소련의 무쇠덩어리 앞에 짓눌릴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가 재빨리 클루지 - 나포카의 시가지에 자랑스러운 남슬라브의 깃발을 꽂고! 고토 몰도바를 향해 진군하여 비열한 빨갱이들의 기세를 분쇄하여 찢어놓아 아군의 발 밑에 흩뿌리지 않는 한 우리 모두 돌아갈 곳이 없다는 말이다!"

 "베이우슈는 요충지다. 이 곳만 돌파한다면 안정적으로 루마니아 북부에 공세를 퍼부을 수 있다. 장병들이여! 적군은 우리보다 상당히 적고 약하다. 겁먹지 말고 앞으로 나아.."






 "요아노브! 일어나! 저쪽이야!"

 왼팔에서 차가운 무언가가 어깨로 훑고 지나갔다. 단색 군복 속에서 이질적인 기분이 느껴진다 한들 이미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어머니가 보인다고 하던 선임들의 말은 틀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검은 재와 붉은 포성만이 나를 휘감을 뿐, 보반의 잘린 다리가 나를 짓누를 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옆에서 나를 깨웠던 블라디히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십년 친구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고, 그 얄궃은 유지를 따라 피가 흐르는 쪽으로 향했다.

 젠장. 사람이 없긴 왜 없다 했는지, 많다 했으면 탈영이라도 하다 혼자서 죽었을텐데. 왜 굳이 적고 약하다 해서 앞 사람들을 방심하게 만든건지.


 배로 방금 하나가 더 지나갔다. 저 많은 주검들 사이에서 산 사람을 또 찾아내다니 참 존경스럽다. 내가 저런 병사였다면 차출되어 후방으로 갔을텐데, 쟤나 나나 여기서 왜 구르고 있는걸까?

 혼잣말 하는게 차라리 낫다. 입을 열었다가는 어제 꿈에 보았던 비트 수프가 살아서 걸어나올 것만 같고, 마음의 입도 닫자니 아파서 미쳐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다리에 힘이 없어진지는 오래지만, 고개를 처박게 될 지는 상상도 못했다. 의무병이 오길 바라긴 하는데, 여기서 붕대 들고 달려오는 놈이 있다면 걔는 사람이 아니라 적군이리라.